지난 수요일 서울대학교병원 수면의학센터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았다.

수면다원검사라는 것이 뇌파와 호흡, 근전도 측정장치를 달고
잠을 자는 동안 비디오로 촬영기록한 결과를 판독하여 질병을 진단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내가 검사를 받게 되니 정확히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했었다.
나와 같이 수면 다원검사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후기를 남겨본다.

요즘에는 종합병원이 아니더라도
수면검사를 할 수 있는 동네병원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검사비용은 내가 조사한 바로는 별로 차이가 없었다.
야간검사로서 110만원선, 기면증 검사를 위한 주간검사가 추가되면 140만원 정도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다소 고가이다.

나는 야간검사 후 익일 주간검사까지 받기로 되어있어서
검사일당일 오후 7시까지 수면의학센터에 방문했다.
검사당일에는 낮잠을 자거나 카페인, 니코틴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것을 섭취해선 안된다.
방문할 때는 안내받은 대로 잠옷과 세면도구, 외출할 때쓸 모자,
검사간 시간을 때울만한 읽을 거리 등을 지참했다.

센터는 전반적으로 대학원 연구실같은 분위기였고, 생각했던 것보다 공간이 협소했다.
병원 복도에서 통하는 투명한 자동 슬라이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폭이 3미터 길이가 8미터 정도 되는 넓지 않은 검사 통제실(?)이 있고,
좌우로 연구실용 책상이 벽을 바라보고 있고 그 위에 컴퓨터, 검사기기등이 있었다.
통제실의 양쪽 구석에는 샤워실이 붙은 화장실이 두 개 있고,
피검사자들이 수면을 취하는 3개의 수면실은 통제실 끝에서 시작되는 짧은 복도를 지나 있었다.
방문해보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히 대학 실험실 같다는 내 표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면실에는 화장대, 거울, 스탠드, 작은 옷장, 그리고 침대가 둘 있는데,
일반적인 병원 침대가 아니라 숙면에 도움이 될만한 편안한 침대와 침구가 준비되어 있다.
침대 옆에는 검사를 위한 장비가 연결되는 장치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어느정도 비즈니스 모텔같이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수면실에 들어가서 일단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증상에 대한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통제실로 나오면 혈압과 체중, 신장등 기본적인 측정을 한 뒤 간단한 문진을 하고
본격적으로 검사를 위한 장치들을 부착하게 된다.

뇌파 측정을 위한 전극은 뭔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작은 사포가 붙은 장치를 이용해서
표피와 머리카락을 깎아내면서 부착한 다음 접착제와 거즈로 단단히 고정하는 것 같았는데,
아프거나 하지는 않지만 접착제의 용제 냄새가 상당히 지독한 편이었다.
뇌파 측정을 위해 머리 여러군데는 물론 광대뼈와 턱 끝에도 전극을 부착했는데,
잠꼬대나 이갈기, 눈의 움직임 등을 측정하기 위한 근전도 전극인 것 같았다.
하지불안증후군 검사를 위해 종아리 근육에도 근전도 전극을 부착하고
가슴에는 심전도 전극을 부착하고,
코에는 호흡시 공기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도록 전선 같은 것을 부착했다.
가슴과 배에는 호흡시 몸통이 팽창하는 것을 측정할 수 있도록 띠처럼 생긴 측정기도 둘렀다.

장치들을 부착하고 난 후 수면실로 돌아가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되면 통제실에 이야기 하고 검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나는 평소 12시에 취침하는 편이지만 검사 편의를 위해 10시 반 쯤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침대에 눕고 나서 아까 부착한 측정 전극들을 장치에 연결하고 나면
통제실에서 인터폰을 통해 지시하며 장치가 잘 연결되었는지 테스트를 한다.
눈을 감아보아라, 눈을 떠보아라, 눈을 상하좌우로 움직여봐라, 다리를 까닥거려봐라,
이를 갈아봐라, 코를 골아봐라 하는 동작을 지시하는 대로 따라 한 후
역시 지시에 따라 잠을 청하면 검사가 시작된다.

비디오 카메라는 적외선을 감지하기 때문에
수면중 불을 완전히 끄고 잘 수도 있고, 켜고 자도 상관 없으며
혹시 자다가 화장실에 가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인터폰을 통해 검사자를 호출하면 된다.

8시간 동안 검사를 시행하고 나면 검사자가 들어와서 깨워준다.
나는 평소와 같이 1시간 주기로 깼다 잤다를 반복해서 깨우지 않아도 이미 깨어 있었지만.
기상 후에는 혈압을 한번 더 측정하고, 수면시에 어땠는지 설문을 몇장 더 작성했다.

야간 검사가 끝나면 몇가지 측정장치는 몸에서 떼어낸다.
호흡검사를 위한 코에 부착한 장치, 몸에 두른 장치,
하지불안증후근 측정을 위한 다리의 근전도 전극을 떼어내고
머리와 얼굴에 붙은 전극과  심전도 전극만 남긴다.
밤에 붙인 장치를 모두 붙이면 밥먹으러 나가기가 상당히 곤란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정도면 모자만 쓰고 나가면 좀 창피하더라도 문제없을 정도는 되었다.
얼굴과 머리에 붙인 전극에는 접착제를 추가로 발라서 접착력을 보강했다.

주간 검사는 기상 이후 2시간 간격으로 진행되는데,
센터 밖으로 나가 밥도 먹고 병원 구경도 하며 시간을 때우다가
시간에 맞춰 수면실에 돌아오면 전극을 장치에 연결하고,
현재의 졸린 정도를 10점 척도로 검사자에게 이야기하고,
야간 검사와 같이 장치 테스트를 하고, 잠을 청하게 된다.
잠을 청하기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면 잠을 깨우고,
잠이 들었었는지, 꿈을 꾸었었는지 물어본다.

이 과정을 오후까지 5회 반복해서 10시간동안 검사를 진행하면 주간 검사도 끝이 난다.

모든 검사가 끝난 후에는 용제를 이용해서 전극을 붙인 접착제를 녹여가며 떼어내고,
씻고 옷갈아입고 귀가하면 된다.

전반적으로 검사 과정은 힘들 것이 없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지만
나의 경우는 원래 밤에 도통 잠을 못자고 있기 때문에
검사를 마치고 나서는 또 녹초가 되었다.
검사 결과는 이번 주 토요일에 나오게 되는데, 어떻게 진단이 될지 상당히 궁금하다.
잠자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타인에게 관찰당한다는 것이 상당히 부끄럽긴 했지만
또하나의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이 경험의 기록이 검사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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