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인 반박이 오고 가는 것을 본다는 것은 고민스럽기도 합니다만, 즐겁기도 합니다. 저만 그런가요 :) 이번 주제인 임산부 음주 제한 권고는 다른 나라와 달리 영국에서는 뒤늦은 면이 있습니다. 의사로써 태아에 유해가 가해질 수 있는 아주 작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주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제가 흥미롭게 보는 것은 '의학적 사실을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하는 문제입니다. 의학적 사실을 전제로 최대한의 안전선을 긋는 것에 대해 오히려 불신의 감정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의학에서 복잡한 인과성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데서 비롯됩니다.


운영체제인 윈도우에 바이러스가 감염된 경우 특정한 증상과 함께 에러가 나게 됩니다. 바이러스의 종류마다 특징이 있지만 인과 관계가 매우 뚜렸합니다. 인체의 경우 위의 임산부의 음주를 예를 들면 음주를 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모두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개인 개인을 두고 봐서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이죠.


대규모의 인구를 두고 봤을 때에는 개인 몇명을 두고는 알 수 없었던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소위 확률적 모형인 '무작위성'에 의해 확률적인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어떤 결과과 확률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그 기전에 대해 파해치는 과정이 의학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기전을 파해치는 과정에도 어느 정도 용량까지는 안전한가에 대해서도 실험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실험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집단내의 확률적 발생은 매우 이해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위험 요인이라고 알려진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음에도 질병이 발생되기도 합니다. 보건 행정 당국이나 의사들이 어떤 권고사항을 만들고 이렇게 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질병 발생을 줄였다고 하더라도 각 개인에게는 100% 또는 0%, all or none 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보건 당국이나 의사들이 말하는 건강을 위한 생활 지침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이 생긴 경우 참 억울합니다. 때문에 의료의 상당 부분에 있어 국가가 지원해야 하겠지요. 이런 의학적 사실들은 있는 그대로 보다는 어느 정도 안전 범위를 추정하여 설정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겠으나, 한편으로는 이런 지침의 근거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따르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오히려 오해하는 경우도 생기니까요. 결론은 의학에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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