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임플란트 원가 따지는 분들을 향한 치과의사의 쓴소리

직업이 치과의사다 보니 아무래도 치과 관련 뉴스를 유심히 지켜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치과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기사 밑에 달리는 수많은 댓글 중에 꼭 있는 것이,

"치과 임플란트 원가가 얼마인지 아나? 십몇만원짜리 나사 하나 박아주면서 수백만씩이나 받아쳐먹고 폭리취하는 치과의사는 칼만 안든 날강도다."

라는 원문내용과도 상관없는 무조건적인 치과의사에 대한 적개심입니다. ㅡ.ㅡ;;;

도대체 임플란트가 십몇만원짜리 나사 하나라는 근거가 무언지, 폭리를 취한다는 근거가 어디서부터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받은 성인이 아닌 철모르는 초딩들이 쓴 글들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물론 이런 댓글을 접할때마다 제 직업에 대한 자긍심에 상처도 받습니다. 그리고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ㅡ.ㅡ;;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여 임플란트 한개에 드는 수술부터 보철까지의 소요비용을 구차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나라가 후진국일수록 물질적이고 눈에 보이는 형이하학적인 것에만 가치를 크게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특히 지적재산권, 소프트웨어, 저작권, 기술료에 대해서 인색한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치과 임플란트에 대한 원가 논란도 이런 관점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 몸에다 행하는 의료행위는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납품받아 소매시장에서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 몸에 칼을 그어댈 수 밖에 없는 숭고한 의료행위이자, 의술이고 기술인 것입니다.

치과의사는 임플란트의 진단, 치료계획, 수술, 보철, 사후관리에 이르기 까지의 무수한 과정 하나하나에 십수년간 머리부터 손끝에 이르기까지 온몸으로 체득한 자신의 철학과 경험, 노하우를 쏟아 붇고, 그에 대한 기술료로써 받는 것이 바로 임플란트 치료수가인 것입니다.

즉, 임플란트 치료비는 100만원을 받던, 200만원을 받던... 시술하는 치과의사가 평가받고 싶은 만큼의 기술료이고, 서비스료인 것입니다.

어떻게 기술료와 서비스료에 원가란 개념이 대입될 수 있겠습니까? 언론사 기자들의 원가는 볼펜 한자루인가요? 화가의 원가는 물감 한통, 종이 한장인가요? 사진사의 원가는 필름 한장, 인화지 한장인가요?

치과 임플란트.... 덤핑이다 싶을 정도로 헐값의 싼 치과 찾아보면 주변에 굉장히 많습니다. 치아가 없어 음식을 마음껏 씹지 못하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임플란트 치료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액수라는 것은 치과의사로서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안타깝지만 선천적 결손치아를 제외한 치과 질환 대부분은 솔직히 충분히 예측과 예방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충치, 풍치 등으로 임플란트까지 해야할 정도까지의 심각한 상황은 치과의사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자기 관리의 실패로 인해 임플란트를 할 정도로까지 자신의 몸을 낭비하고 나서 치과의사를 칼 안든 날강도라니, 공공의 적이라느니 하면서 적개심을 드러내고 원망하는 태도는 민주주의 사회의 책임있는 성숙한 성인의 자세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임플란트도 건강보험급여화 되어 이런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치과 임플란트 원가가 얼마인지 아나? 십몇만원짜리 나사 하나 박아주면서 수백만씩이나 받아쳐먹고 폭리취하는 치과의사는 칼만 안든 날강도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쓴소리 한마디 드립니다.

당신의 원가는 얼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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