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바람이 모든 분야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헬스케어’ 또는 ‘U-Health’란 말은 대형병원들 홍보물에는 빠지지 않는
유행어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개념이 모호해 듣기 좋은 구호에만 머무는 수준이며, 병원 경영진이나, 의사, 환자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Healthcare IT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GE Healthcare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본지는 e-Health R&D 센터를 설립한 GE Healthcare의 IT 총괄책임자인 Earl
Jones 부사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본지 이왕준 발행인은 의사와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스스로 HIT(Healthcare
IT) 벤처 기업인이라 생각하는 양광모 헬스로그 대표(비뇨기과 전문의)는 국내 HIT 기업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졌다. 다소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며 분량도 많지만, 향후 대단히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내용일뿐더러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수의
독자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생각하여 전재한다. <편집자 주>


이왕준 : 우선 GE와 GE Healthcare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해 달라.

Earl Jones :
GE 그룹은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금융 비즈니스, 소비자 가전, NBC universal과 같은 미디어 사업, 가스, 오일,
핵에너지 등을 다루는 에너지 분야와 항공기 엔진 및 건강 진단기기를 제작하는 Technology 분야 등이다. GE
Healthcare는 GE의 Technology 사업의 한 분야다.

이왕준 :
U-Health란 말이 굉장히 흔하게 쓰이고 있다. 개념이 모호하긴 하지만 주로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어디서든지 의료 접근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다분히 Telemedicine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e-Health는
U-Health와 어떤 차이가 있나?

* U-Health란? 유헬스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과 같이 유무선 네트워킹 기술을 활용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건강관리 및 의료 서비스를 지칭한다.

* e-Health란?
U-Health가 소비자(end user)에게 제공되는 healthcare 서비스라고 한다면 e-Health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한 의료정보(진료정보) 교류 및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healthcare IT 서비스를 지칭하는 것으로, 비교적 최근에 생긴
용어다.

Earl Jones :e-
Health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HIT(Health Information Technology)의 현실에 대한 상황 설명을 먼저
해야 한다. 각 나라마다 의료 시스템이 다르지만 HIT 분야에 있어 현재 어느 국가나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의료기관마다 별도의 의료정보 전달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진료정보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시스템들은 질병에
대한 용어나 처방에 대한 용어도 표준화되지 않고 그 외 진료기록을 저장하는 문서포맷 및 통신 규약 부분에도 표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진료 정보는 각 기관에만 머무르고 있으며 정보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예를 들면, 1차 진료
기관에서 대학병원이나 특수병원으로 전원할 때마다 환자 기록은 출력이나 CD 저장을 거쳐 이동해야 한다. 진료 정보가 기관마다
연결이 안 되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 본다면 중복된 검사를 할 가능성도 있고 진료하는 의사의 경우에는 기존 병원에서 받은 처방과
처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e-Health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산재해 있는 환자
정보를 의료기관마다 쉽게 공유할 방법을 찾고, 환자가 자신의 병원을 옮길 때 정보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고자 한다.

이왕준 : e-Health의 목적이 단순한 편리함을 위한 것인가?

Earl Jones :
e-Health의 궁극적인 목표는 비용절감을 이루고,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며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선 해결해야 하는
것은 1차 의료 기관부터 대형병원, 임상검사기관 등 의료 커뮤니티 간에 연결성을 높이는 것이다. 산재한 환자의 정보들을 모든
기관에 연결시키는 방법으로 우리는 HIE(Health Information Exchange System)을 만들어 해결했다. 각
기관의 환자 정보를 상호 호환 가능한 정보로 바꾸어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결성을 증가시킨다고 해서 비용절감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바로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연결성은 그 이후의 서비스의 시작점이다. HIE를 이용해 임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치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HIE는 모든 서비스의 가장 밑에서 기본적인 인프라를 형성한다. 그 위에는
Community Work Flow가 위치하고 있고 그 상단에는 Performance Application이 위치하게 된다.

* HIE (Health Information Exchange)는 기관과 지역, 병원이나 기타 Community간에 진료정보를 이동 가능하도록 하는 전산 시스템을 말한다.

* Community Work Flow : 지역에 위치한 병의원이 e-Health를 활용해 진료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활용해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을 의미

* Performance Application : e-Health 시스템에 연결된 말단 프로그램으로 특정 분야에 필요해 개발된 제품들. 예를 들면 영상전달시스템이나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왕준 : 서비스의 시작인 진료정보를 교류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시스템이 상호운용을 위한 표준이 있어야지 않나?

Earl Jones :
그렇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마다 용어와 프로그래밍 하는 언어가 다르다. 예를 들면 페니실린이나 알레르기 같은 단어도
회사마다 다른 용어로 정의되어 있다. 그래서 HIE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기술적으로 서로 다른 운영시스템에서도 정보가
교류되도록 하는 HIE 시스템을 구축할 기술적 능력을 GE Healthcare는 가지고 있다. HIE 인프라 확보 후엔
Community Work Flow로 넘어간다. 정보가 쉽게 전달되면서 의료기관간에 영상이나 검사 결과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
병원에서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전달해 원활한 협조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의료기관 간의 환자
정보 교환은 출력물이나 FAX, E-mail, 또는 전화로 의사들이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여러
모로 효율적이지 않다. 미국의 경우긴 하지만 이 부분을 개선할 경우 생산성 향상으로 연간 800억불 가량의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하버드대학의 연구가 있었다.

이왕준 : e-Health 솔루션 구축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용은 누가 지불하는 것인가?

Earl Jones :
미국의 경우 정부가 일부 지원한 부분도 있다. 이런 시스템의 효용성을 알리고 의료비 절감을 위해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우리 고객인 병원에서 비용을 지불한다. 이 시스템을 적용해서 병원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진료 정보가 쉽게 이동된다는 것은
병원 간 자문이 쉽게 일어나고 연결된 네트워크 내에서 환자가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효율적인 전원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환자들도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경험하게 되어 만족감이
늘어난다. 우리 고객 중 하나인 Boston Medical Center 사례의 경우를 보면, e-Health 솔루션을 적용하기
전에는 기존 내원 환자가 아닐 경우 응급실로 내원했을 때 환자의 병력이나 이전 검사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e-Health 솔루션을 적용한 후에는 지역 병의원의 환자 정보가 공유되면서 환자가 응급실로 내원했을 때 과거 인근 병원에서
진료 받은 내용 및 환자의 약물 알레르기와 과거 병력을 의료진이 즉각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검사 비용의 중복도 줄일 수도
있어서 결과적으로 환자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의료진은 의료인간에 소요되는 소통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으며 더 나은 의학적 의사 결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e-Health를 이용해 생산성을 향상시켜서 궁극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과거에 비해 더 나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양광모 :
의료기관 또는 검사기관 간에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한다는 HIE 시스템에 대한 부분에서 궁금증이 있다. 표준화 작업이 되지
않아 정보 교류가 어렵다고 말했는데, GE는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말인지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EHR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고 그 사업단이 표준화작업을 하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표준화 부분은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GE healthcare는 어떤 방식으로 이 부분을 해결하려고 하는가? 업계 선두 기업으로서 GE가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인지?

Earl Jones :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용어나 기술적인 부분을 표준화하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인생이 참 짧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그리고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다. 표준화에 투자하는 것보다 현 상태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그래서 가져온 것이 상호운영(interoperability)이라는 개념이다. 매우 강력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다른 시스템의 환경을 인정하고 HIE에서 정보가 교류되도록 하는 것이다.
HIE를 바탕으로
Performance Application을 구축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가 된다. Home Health System이나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만성 환자 관리, 원격 진료 등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U-Health에서 흔히 말하는
home health, home care 그리고 원격진료가 효용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HIE가 작동해야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HIE와 Work Flow 개선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크지만, 이를 바탕으로 만성 환자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환자들이 e-Health 솔루션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환자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또한 HIE기반으로 Community Work Flow를 확보하는 것은 해당 주민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런 성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상호운용을 이용한 HIE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양광모 : HIE 시스템을 구축하고 Community Work Flow가 작동하도록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된다고 예상하나?

Earl Jones :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다. 미국의 경우 3년에서 5년 가량 걸렸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시간은
병원 경영진과 의사들이 이런 시스템 도입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에 달려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의사들은 너무
바쁘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 의사들은 새로운 환경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해 또 그에 따른 위험에 대해 일단
회피하려는 경향을 갖는 것 같다. 두 분은 의사니까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한국 의사들은 어떨 것 같은가?

양광모 :
미국과 똑같이 한국의 의사도 바쁘고 설득이 쉽지 않은 존재다. 병원 경영진을 설득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GE의 e-Health
솔루션은 병원이 돈을 내서 구축해야 한다고 했는데, 미국과 달리 한국의 의료 상황은 e-Health 솔루션으로 병원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상위 병원으로의 전원 및 회송 체계나 환자의 병원 접근성이 미국과 다르고 병원의
수익률도 미국과 다르다. e-Health 솔루션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결국 병원 수익 증가로 이어진다는 측면이 병원
경영진에게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의 동기가 될 텐데, 해외 사례 특히 미국 사례를 가지고 한국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GE Healthcare가 미국과 다른 의료 환경에서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는데, 그런 연구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왕준 :
한 가지 덧붙이면, 한국 병원은 수익성이 낮을 뿐 아니라, 병원에서 수익을 얻는 방식도 다르다. 미국의 경우 의료비 지출을
줄일수록 의료기관에서 가져가는 수익이 커지고, 인두제를 활용하는 영국의 경우 만성질환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의료기관의 수익과
연관이 있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은 정해져 있고 환자를 많이 볼수록 수익이 생기는 구조다. 병원 입장에서 본다면
e-Health 솔루션에 돈을 투자할 동기가 없다. 정부가 투자한다면 모를까 병원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시스템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긴 어렵다.

Earl Jones :
훌륭한 지적이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이나 케나다 등 다양한 환경에서 e-Health 솔루션을 적용한 바가 있다. 캐나다나 영국의
경우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단일 보험제도다. 캐나다나 영국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정부에게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시스템 구축에 돈을 지불한다. 예를 들면 영상의학과의 판독에 필요한 이미지 전송 시스템은 업무 로딩을
전국으로 분산시켜 특정 센터에 몰리지 않도록 하면서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또 환자의 중복 검사를 막아서 비용을 줄이고
안전성을 확보하게 된다. 안전성 확보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중복되는 X-ray 검사를 막아서 피폭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환자를 많이 볼수록 수익이 생기는 구조에서도 병원들이 나서서 이 시스템을
적용한 경우가 있다. 도입 전에 여러 가지 고민이 없지는 않았으나 경영진들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문제에 접근했다. 충분한 진료
정보를 제공하고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면 의료진이 더 나은 의학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왕준 :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의 병력이나 치료 약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의사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때로는 이전 병원에서 치료한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환자의 말만 듣고 치료하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기존 병원의 처치가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해 환자와 1차병원 의사간에 갈등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기존 병원의 진료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기존 병원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런 부분에 있어 편리한 시스템일 것으로는
생각되지만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야 할 동기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Earl Jones :
Boston Medical Center의 경우를 보면 결과적으로는 비용 절감효과를 봤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확신은 없는 상태에서 진행했다.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앞서 병원 측면에 있어 연간
800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하버드대학의 연구결과를 인용해서 이야기했는데, 같은 연구에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비용 절감은 효과는 연간 2,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2,000억 달러면 미국의 연간 의료비용
2.3조 달러의 거의 10%에 이른다.
이런 경제적 효과에 대한 확신은 e-Health를 이용하는 병원들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에 대한 간접적인 지표로 미국의 HIE 시스템 숫자를 들 수 있다. 2005년에는 HIE 시스템이 10개에
불과했지만 2010년 현재에는 187개에 이른다. 이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정보 공유시스템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용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에 대한 확신을 가진 미국 정부에서도 HIE를
구축하는 데 20억 달러(약 2조 4천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

이왕준 : 2005년에 HIE 시스템이 10개, 2010년에는 187개라고 했는데 ‘HIE 시스템 개수’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HIE 시스템을 이용하는 병원 개수와는 다른 것인가?

Earl Jones :
HIE 시스템 개수는 그걸 이용하는 병원의 개수와는 조금 다르다. 정확히는 Health Information
Organization 숫자(지역사회에 구축된 HIE 시스템 수)를 말한다. HIE를 기반으로 환자 정보를 교환하는 조직들의
숫자니까 병원과 기관의 숫자는 좀 더 많다.
Beacon Program이라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투자된 비용이 2억 5천만 달러에 이르는데, 16개의 세부 프로그램이 이 비용을 나눠 가져서 e-Health
솔루션으로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 각각의 경우를 분석하고 있다.
솔직히 현재 HIT 수준은 이야기하기 부끄러운
정도다. 자동차나 은행이나 다른 소매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healthcare 만큼 연결성이 없는 분야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모든 분야에서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 때 의료 분야만은 예외가 되어 왔다. 마치 인터넷이 healthcare
분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내가 설명한 모든 부분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고, 달리 말해 이제야 드디어
healthcare 분야에 인터넷이 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 GE Healthcare의 Beacon Program이란? : HIE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역 커뮤니티에 e-Health를 적용해 그 효용성을 평가하는 연구. 16개의 지역에서 진행 중이다.

양광모 :
e-Health로 인한 진료의 연속성 확보가 환자에게나 진료하는 의사에게 도움이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조금 시각을
바꿔서 국내 HIT 기업들의 입장에서 질문을 해보겠다. HIE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HIT 기업들과 협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에는 병원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있는데, 이들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GE Healthcare에 협력해야 할 이유나 동기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세계적인 대기업을 도와준다는
것이 장기적으로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Earl Jones :
우리 고객들을 살펴보면 일부 병원에서는 GE Healthcare가 만든 EMR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경쟁사의 EMR 시스템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처음 듣는 회사의 EMR 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처한
환경이다. 모든 EMR은 자신 나름대로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 있다. 우리는 모든 기업들과 만나 HIE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30개의 회사에 이런 정보 공유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는 특정 분야에 있어 GE와
완전한 경쟁관계에 있기도 한 회사다. 경쟁사임에도 불구하고 협력하는 이유는 고객들(병의원)이 해당 회사에 HIE 시스템을
지원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HIE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이 자신의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양광모 : 국내의 EHR 사업단처럼 표준화 작업을 하는 곳과 GE Healthcare가 협력해 나갈 가능성이나 계획은 없는가?

Earl Jones :
표준화 작업을 하는 곳에는 GE Healthcare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GE Healthcare는 전 세계에서
여러 표준화 기구에 참여해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책임과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왕준 :
화제를 바꿔보자. 지금까지는 각 병원에 흩어져 보관된 개인 진료기록이 상호교류가 되도록 하는 시스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했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에게 정보 소유권이 있는 개인별 평생전자건강기록인 PHR이 구축 관리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한 GE healthcare의 계획은 무엇인가?

* PHR (Personal Health Record)
: 환자 개개인이 관리하는 개인별 평생전자건강 기록으로 엄격한 인증 절차 및 보안을 바탕으로 환자가 자신의 진료, 건강기록을
관리하는 시스템. 이론적으로는 모든 건강, 진료기록을 포함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만성질환 관리에 필요한 변수(혈압, 혈당,
체중 등)를 기록 관리하며 진료를 돕는데 이용되고 있다.

Earl Jones :
PHR는 몇 가지 네트워크 모델이 있다. 하나는 PHR이 중심에 위치하고 여기에 검사실이나 병원, 의원이 연결되는 것이다.
환자들이 자신의 정보를 USB나 CD를 통해 PHR에 저장하거나 또는 직접 키보드로 입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델은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런 서비스가 있었으나 크게 성공적이지 못했던 꽤 중요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GE
Healthcare가 선택한 방식은 HIE 시스템이 중앙에 있고 여기에 환자들이 이용하는 PHR을 연결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의원, 병원, 검사기관의 정보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Performance Application 사용도
지원되는 상태에서 동시에 환자들은 본인의 개인정보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소개한 PHR 중심의 모델은 정보의
흐름이 끊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지 못하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Performance
Application까지 다다를 수 없다.
PHR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만성질환관리, 원격진료, 기기 통합, home health에 중요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PHR 단독으로 있는 서비스는 정보의 연결성이 떨어져 효율성을 얻기 힘들다.





양광모 :
세계적인 IT 기업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PHR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태다. Google Health나
Microsoft의 Healthvault는 PHR을 중심에 두고 나머지 기관들이나 장비들을 연결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에 비해 GE Healthcare의 HIE 시스템 기반의 PHR이 병원에서 만성질환 관리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실제로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가 있는가?

Earl Jones :
Google Health나 Microsoft Healthvault의 경우 PHR이 중심에 있는 모델이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알겠지만, 두 회사는 전 세계가 자신들이 만들어 낸 기술을 중심으로 돈다고 믿는 기업이다. Goolge Health는 더 이상
사용이 안된다고 보고, Microsoft의 Healthvault의 경우에도 더 이상 이야기가 되고 있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실 PHR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로 들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금까지 PHR은 보험사에서 소유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환자들이 보험사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패한 부분도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병원이 자신들의
EMR에서 일부 정보만 자신들의 EMR에 연결하는, 연결성이 부족한 PHR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GE
Healthcare는 Beacon Program에 참여하는 몇 개의 병원에서 PHR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관리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으니 향후 2년 이내에 이에 대한 성과를 보고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현재는 성공사례라고 꼽을만한 것이 없다.

이왕준 :
송도 e-Health R&D 센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GE Healthcare가 송도에 R&D 센터를 세운 것은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연구센터인데 위치만 한국에 있는 것인가? 한국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Earl Jones :
아시아 태평양은 GE group 전체로 봤을 때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이미 많은 고객이 이 지역에 있다. e-Health
시장으로 봤을 때에도 매우 중요하다. 일본과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보살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중국은 의료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또 의료인들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리라 본다.
특별히 송도에 연구센터를 만든 것은 아시아에 특화된 제품들에 대한 연구를 가속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지만 연구센터가 위치하기에도 적합한 곳이다. 첫째, 재능 있는 인재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이다. HIT는 숙련된 엔지니어들과 의사를 많이 필요로 하는 영역인데, 한국은 이런 인력이 풍부하다. 둘째,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만큼 지리적 장점이 있다. 일본이나 중국 어디든 인천국제공항에서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셋째, 한국은 HIT 측면에서
진보적인 시장이다. 한국의 병원들과 e-Health에 대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양광모 : 송도 R&D 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진행하게 되나?

Earl Jones :송
도 e-Health R&D 센터에서 진행하는 것은 3가지다. 첫째, e-Health 어플리케이션을 중국, 일본, 한국에
맞게 현지화하는 것이다. e-Health 어플리케이션이란 지금까지 설명한 HIE 인프라와, Community Work Flow나
Performance application 모두를 뜻한다. 둘째, 유전체 검사와 IT를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셋째, 송도를
QUALIBRIA Center of Excellence로 삼아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왕준 : QUALIBRIA란 무엇인가?

Earl Jones : QUALIBRIA
는 Mayo Clinic 과 Intermountain Healthcare라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한 제품인데, 새로운
지식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 정보, 의학 지식은 8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지식이 보편화돼 일선
병원에 적용되는 데까지는 17년이 걸린다는 연구가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나와 표준치료로 인정되고 나서 전
세계에 확산돼 사용될 때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Mayo Clinic의 폐암치료 성공률이 예를 들면 50%로 매우
높다고 치자. 그에 반해 다른 병원의 치료법은 30%일 수 있다. 이 차이를 빠르게 메울 방법을 찾은 것이 QUALIBRIA라고
할 수 있다. 의학적 처치 및 치료, 의사결정 시스템에 HIT를 적용한 것으로 특정 의료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세계
최고의 의료진,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QUALIBRIA 연구는 Intermountain
Healthcare가 위치한 솔트레이크시티에서만 있었는데 세계 최초로 QUALIBRIA 기술이 미국에서 나오는 것이며 한국의
송도에서 연구가 진행된다. HIT의 최첨단 기술이며 이는 한국 HIT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왕준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GE Healthcare가 한국에 있는 병원들과 협력해 국내 실정에 맞는 새로운 e-Health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정리 양광모 헬스로그 대표
사진 김형진 기자 kimc@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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