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샀습니다.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장도 나고 부품도 갈아주고 아직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20만 킬로미터를 넘겼습니다. 미션도 갈아야 한다고 하고, 엔진도 영 아니라고 합니다. 이젠 보낼 때가 되었나 봅니다.

차도 그렇고, 옷이나 가방도 그렇고 처음 새것은 고장이나 흠도 잘 없고 깨끗하고 참 좋습니다. 하지만, 관리를 잘 안하고 방치하면 금새 손상되고 말죠. 관리를 잘 해도 언젠가는 망가져서 못쓰게 되구요.

입 안에 떼워넣은, 혹은 씌워놓은 것들은 어떨까요? 이를 떼우거나 씌우면 치아가 더 튼튼해지거나 더 좋아질까요? 답은, 한쪽으로는 ‘예’이지만, 한쪽으로는 ‘아니오’ 입니다.

우선, 이를 떼우거나 씌우는 이유는 충치나 치아가 금이 가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병적인 상태를 개선하지 않는 건 입 속에서 치아를 오래 유지하는 데 악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병적인 상태에 있는 치아를 빨리 치료하여 이를 떼우거나 씌우는 치료는 그 치아 자체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주변 치아와 전체 입 속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즉, 이를 떼우거나 씌우면 치아가 더 튼튼해지고 더 좋아집니다. 이런 충치가 하나 있으면, 뿌리 끝에도 염증을 일으키지만, 주변 치아에도 충치균을 계속 내뿜게 되어 충치를 더 잘 일으키게 되니까 말이죠.



하지만, 치아가 더 튼튼해지고 더 좋아진다는 것은 병적인 상태에 있을 때와 비교해서 더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원래 아무런 손상이 없는, 떼우거나 씌우지 않은 치아보다 더 튼튼하고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서두에서 자동차에 비유한 것을 계속 이용하면, 차에 사고나 큰 고장이 없는 경우가 사고나 큰 고장을 겪어서 고친 경우보다 당연히 차를 더 오래 타는 데 좋은 것과 같은 것이죠. 그렇다고, 사고난 차나 고장난 차를 고치지 않고 타는 것은 위험천만한 것이기에 고장난 차보다 고친 차가 더 좋은 것 또한 사실인 것이죠.

그리고, 자동차를 고장과 사고 없이 오랫동안 잘 타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엔진오일이나 소모적인 부품을 제때 갈아주고 정기적인 점검을 받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치아도 아무런 손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점검을 받아야 하고, 손상이 생긴 이후는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떼운 이는 원래 치아 상태보다 완결성이 떨어집니다. 구멍난 옷을 기워논 경우나, 차가 고장나서 원래 있던 부품을 다른 부품으로 교체한 것처럼요. 떼워놓은 재료와 원래 치아 사이에는 틈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의 재료에서 이 틈은 점점 더 커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점점 넓어지는 틈 사이로 충치는 더 잘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서 충치가 재발하게 되구요.



위 사진에서는 씌워놓은 치아 하방으로 충치가 생겼습니다. 하늘색 화살표의 치아들은 빼야 할 정도로 썩었구요.

또한, 이를 떼우거나 씌우고 나면 이전의 상태와는 윗니-아랫니가 씹히는 시점이나 위치가 약간은 변화하게 되는데요 (혹은, 충치가 생긴 쪽으로 주변의 치아가 기울어서 씹히는 양상이 나빠질 수도 있구요) 이런 것들도 점점 축적이 되면 치아에 무리한 힘을 가하거나 턱에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치아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게 되면, 치아에 들어간 재료가 쐬기처럼 작용해서 이를 쪼개는 힘이 생길 수도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씌우거나 떼운 이가 시간이 지나면 추가적인 손상이나 충치가 생기고 점점 더 떼우거나 씌우는 범위가 점점 커지게 되며 결국은 이를 빼야 할 정도의 손상이 일어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시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 시점이 평생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몇 년밖에 안되는 경우도 사실 적지 않죠.

치아가 손상되는 또 다른 원인은 씌울 때 신경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 치아 안에 있는 치수라는 부분이 손상되게 되고 이것이 뿌리쪽의 뼈에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데요 이런 빈도도 5년내에 약 10%정도 발생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신경치료 안하고 씌울 수 있는 상태의 치아를 ‘예방적’으로 신경치료 하는 건 어리석은 것입니다. 신경치료 자체가 5년이 지나면 약 5%정도는 치아를 빼거나 신경치료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그 밖에, 씌워놓은 재료가 깨지거나 부러지는 경우, 떼우거나 씌운 게 충치 발생없이 빠져버리는 경우등도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메타연구를 보면 어금니를 도자기 치아로 씌운 치료를 받고 5년정도 경과한 경우에 치료한 도자기 치아가 입 속에 남아있는 게 90%정도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다른 재료로 씌우는 치료를 한 경우의 메타연구도 5년정도 경과한 후 90%를 약간 상회하는 치아만 입 속에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결과를 보입니다.

즉, 본인이 입 속에 치아 두개를 씌웠다면 5년동안 한 개의 치아에서 문제가 생기는 빈도가 5명중 한명꼴은 되는 거죠.

결국은 차도 고장이 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수적인 것처럼 입 속에도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본인의 차가 본인의 입 속 건강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겠죠?^^ 한 번 고장난 치아는 이후 계속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점검과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문제가 생겼다면 조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다음으로 중요하고 문제를 해결한 후 정기적인 점검을 계속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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