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나 질병에 걸려서 병원에 찾아온 이상 절박한 심정은 같을 것이다.

특히 암으로 진단 받은 경우에는 더욱 초조하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도 급하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으련만 난처한 부탁을 하는 환자분들이나 보호자분들이 계신다.

병원에서 나와 시골의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면서도 그런 부탁을 가끔 받게된다.

"선생님, 우리 어머니가 지난 3월 초에 개인병원에서 내시경에서 암으로 나왔어요. 소견서 끊어서 선생님 있었던  S병원 N교수님에게 진료받았는데 수술 받으려면 1-2달 걸린데요. 어떻게 안될까요?"

얼굴도 모르는 보건소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 N 교수님은 국내에서 알아주는 외과의로 요즘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셔서 외래보기도 힘들고 환자도 많이 밀려있다는 것은 알고 있던 터였다.

"아마 그 N 교수님은 워낙 유명하시고, 요즘 언론에도 자주 나오셔서 중환자가 많이 밀려있어 순서를 바꾸기는 어려울 겁니다. 1-2달 안에는 병기가 바뀌지는 않으니 그 안에 잡혀있는 검사 시행하고 조금 기다리시거나, 아니면 위암 수술하시는 다른 교수님이나, 아니면 이곳에서 가까운 3차병원에서 수술받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안됩니다. 꼭 그 N 교수님에게 받고 싶어요"

"... 그렇다면 기대는 하시지 마세요. 부탁은 해보겠습니다."

이런 부탁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무척 부담스럽다. 위암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질환중 하나로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매우 많은 수의 위암수술을 하는 터라 어찌보면 수술 기술은 평준화가 되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중에 연락해서 알고 보니 이미 병원 원무과에 아는 사람이 있어 외래에서 잡아놓은 내시경이며 컴퓨터 촬영 날짜를 앞당겨 놓았다고 한다. 실제 근무하는 병원의 의사들도 외래에서 잡아놓은 검사 날짜는 옮기기 매우 어렵다.

오늘도 찾아와 다시 한번 연락해서 수술 날자 및 검사 결과 확인 바란다고 독촉을 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S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제 장모님은 갑상선 암으로 부산에서 수술 받았고, 제 부모님들도 집에서 가까운 2-3차 병원에서 입원 치료 받았었습니다. 특히 암같으면 향후 계속적인 추적관찰을 해야하는데 경남지방에도 좋은 병원이 있으니 옮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N 교수님을 고집하면서 수술은 다른 환자를 제끼고 먼저 해달라고 하시니 저도 그렇고 담당 선생님들도 입장이 난처합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하루 하루가 초조해서 못살겠다고 졸라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동기에게 다시 한 번 부탁전화를 했다.

난 내가 병원에 가서 진찰 받거나 가족이 가서 진찰 받을때도 내가 의산데.. 또는 선배인데 라며 빨리 또는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 경험상 오히려 역효과가 나거나 잘해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꼬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사람도 생각하는 배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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