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산업이 약물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제약 산업이 신약 개발을 주도하는 현 상황은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대규모 환자를
모집해서 여러 국가, 다 인종을 대상으로 많은 자본을 투자해 이뤄지는 연구를 글로벌 제약사가 아니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이지만, 여전히 외부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연구(non-drug industry funded research)가 상당
수 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독립적인 연구들이 신약과 관련된 분야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신약 개발에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영국 의학저널 (BMJ)에 제약 산업의 후원이 있었던 메타분석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혈압약물의 메타분석에 있어 결과(result)와 결론(conclusion)에 있어 제약 산업의 후원 여부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는 내용이 입니다. 대상 논문이 124편에 불과했고 또 혈압약에 국한된 이야기인데다가 논문도 메타분석을 한 것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의학 연구 전체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의료윤리학자들의 고민은 학문과 산업의 유대관계를 엄격하게 관리해서 학문적 독립성을 확보해 더 신뢰할 수 있는 연구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그렇게 했을 때 극단적인 연구지원 감소를 초래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딜레마라고 할 수
있는데, 의학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산업자본의 긍정적인 면이 크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제약 산업의 주도하의 연구들은 때로는 치명적인 의학 연구의 오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여러 제도적 규제로 자본과 의학 연구가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하고 간섭을 받지 않게 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연구에 있어 인권과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감시를 받고, 연구자들에게 연구 중간 결과에 따라 압력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그런 독립성은 적어도 잘못된 연구 디자인이 아니라면 의학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의학이란 학문적 측면에서 보면 유용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논문의 가치를 저자들이 주장하는 결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고 여러 전문가들이 결과(results)를 통해 그 논문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논문에 보면 연구비 출처를 기재하는 것도 지금은 의무사항이 되었지요. 논문을 분석할 때 참고할 만한 사항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의학 정보를 접근하기도 쉬워졌고 이를 통한 마케팅도 너무나 활발해져서 의사나 보건의료 전문가들도 혼란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국가가 지원하는 의학 연구와 자본으로 독립된 연구들의 독려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웬만한 선진국이 아니라면 국가 자본을 투입해 의학 연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이는 비용을 수반하게 되고, 그 돈은 세금으로부터 온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지요.


민간 의료기관의 의학 연구들은 그 규모가 작고 연구비를 줄이기 위해 자칫 환자의 임상 연구에 있어서의 보호받을 권리를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보완하고 대규모 연구를 하기 위해서 연구 그룹을 형성하고 여러 의료기관의 학자들이 환자를 나누어 모집하여 그 자료를 수집해 발표를 하기도 합니다. 다기관 임상 연구들이 그에 해당합니다.


이 민간에서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다기관 임상 연구의 장점은 외부 산업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있고 순수한 학문적 목적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자료가 공유되지 않고, 연구가 끝난 뒤에 유실되기도 쉽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습니다. 자료의 수집이 수기 또는 엑셀 정도로 정리되고 데이터베이스화 되는 경우도 적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구축으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제약 산업을 통해 시행한 연구, 국가가 시행한 연구 자료도 일반 연구자들을 위해 raw data가 공개된다면 더 많은 학술적 연구가 이뤄지리라 생각됩니다.


독립적인 연구와 제약사의 자본으로 시행되는 연구는 앞으로도 공존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 것이 더 학문적으로 좋다라고 이야기 할 문제는 아닙니다. 외부 자본이 투입된 학술적 연구가 주는 가치와 독립된 연구의 가치 모두 소중한 의학이란 학문의 자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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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Financial ties and concordance between results and conclutions in meta-analyses: retrospective cohort study, Veronica Yank, et al. BMJ, 2007, Nov.
Institutional Academic-Industry Relationship, Eric G. Camphell, et al. JAMA, 2007;298(15):1779-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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