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지법이 존엄사를 허용하는 첫 판결을 내림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의료계를 비롯하여 존엄사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제야 존엄사가 법적으로 인정된 것이 오히려 늦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존엄사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인하는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잘 죽는 것’은 예로부터 동양에서 오복(五福)의 하나로 꼽혀 온 일이죠. 물론 그것이 ‘복’이라는 말로 표현됐던 것은 죽는 방법을 인간이 선택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현대인은 자신의 죽음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는 ‘선택’을 할 수 있게된 상황입니다.




존엄사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는 것’을 말합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소생 불가능한 말기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나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하지 않고 통증 관리 등 최소한의 치료만 제공하여 환자가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존엄사를 넓은 의미의 소극적 안락사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소생 불가능’하고 ‘사망이 임박한’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고통이나 절망 때문에 생을 포기하는 일반적인 소극적 안락사와는 확실히 구별됩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든 환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시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혀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들이 경제적 동기 등으로 인해 환자 본인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고, 환자 본인도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내키지 않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미끄러운 경사면’ 현상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미끄러운 경사길 논변’이란, 만일 우리가 일단 첫발걸음을 떼고 나면 그 방향을 바꾸거나 멈출수 없는 경사길을 미끄러져 내려가게 되는데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끔찍한 해가 될 것이기 때문에 첫 발걸음을 떼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적인 입장에서의 대표적 논변입니다.


하지만 여러 설문조사에서 드러나듯이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억지로 얼마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동기보다는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소망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생명 연장 치료를 두고 ‘무의미하다’고 하는 것은 제 삼자의 시각일 뿐, 환자 본인은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존엄사가 공인돼도 당연히 그런 결정은 존중돼야 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의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필요한 것이 소위 ‘사전 의사 결정서(advance directive)’입니다.




이는 사망이 임박했을 때, 수많은 인위적 장치들에 의지하여 며칠을 더 살 것인지, ‘조용히’ 며칠 먼저 갈 것인지를 스스로 미리 결정해 놓는 문서입니다. 최근의 사건이 법원에까지 간 것도 환자 본인의 뜻을 확인할 방법이 가족들의 증언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란 것을 생각하면, 이런 사전 의사 결정서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존엄사는 여러 선진국들이 이미 인정하고 있는 죽음의 한 양태입니다.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다는 점 외에도 가족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장점과 가계 및 사회 전체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도 존엄사를 인정할 때가 된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 의사 결정서를 작성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야 하고, 그를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사전 의사 결정서 표준 양식이 보급돼야 합니다.


말기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과 이런 대화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도록 일선 의료인들에 대한 교육도 행해져야 합니다. 아울러 통증 관리에 인색한 편인 우리의 의료 문화도 바뀌어야 하고, 말기 환자의 증상 완화를 어렵게 만드는 몇 가지 불합리한 제도도 더불어 바뀌어야 하겠죠.





참고자료 : 한국생명윤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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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혜란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랑스의 청년이 사고를 당해 대통령에게 존엄사를 요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서적에 관한 글을 트랙백 합니다..^^

    2008/12/09 11:46
    • 양깡  수정/삭제

      전에 혜란님 블로그에서 봤던 그 책이네요~! 감사합니다.

      2008/12/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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