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블로그뉴스에 중환자실은 운영하면 운영할 수록 적자란 기사가 올라왔다. 경제적인 이유로 중환자실을 비정상적인 운영을 하거나, 폐쇄하는 일도 있음은 사실이다. 비슷한 사례는 사실 얼마든지 있다. 이 이야기는 작년에 위 출혈환자를 내시경을 하고 돌아와 쓴 글로 현재와는 시간적 차이가 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의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 일요일 새벽 2시30분이다. 간경변에 의한 위정맥류 출혈을 하여 혈압도 안잡히고 죽기 직전의 환자가 발생하여, 내시경으로 2시간동안 쏟아지는 피를 뒤집어 쓰고 지혈해서 환자는 살았다. 밤 11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뺑이 치다가 지금 집에 들어와서 세수도 안하고 열 받아 글을 쓴다.


위정맥류 출혈은 아주 위헙하다. 대부분 출혈하면 죽는다고 생각하면 된다.얼마전 MBC 스포츠 아나운서 송인득씨가 사망한 것도 위정맥류 출혈이 지혈이 안되서이다. 이 정도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돈이 아쉽고, 인맥이 없어서 죽었겠나?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같은 정맥류라고 해도 식도정맥류는 피가 어느 정도 나서 혈압이 떨어지면 피가 안난다. 그리고, 꼭 내시경으로 지혈안해도, 코로 S-B tube라는 것을 넣어 풍선에 공기를 넣어 누르면 피가 고, 환자가 안정화되면 내시경으로 치료해도 된다.


하지만, 이놈의 위정맥류는 죽을 때까지 피가 계속 난다. 그래서 죽는다. 허공(위 내)에 대고 계속 피가 나니, 밖에서 눌러 지혈할 방법도 없다. 내시경하다 죽을 각오하고 어짜피 죽을꺼 내시경치료라도 하다가 죽는다는 심정으로 시술에 들어가 보는 방법 밖에는 없다.(개복수술은 꿈도 못꾼다. 마취도 못걸고, 수술하다 죽거나 수술해도 죽는다.)



솔직히 내가 미친**이다. 오늘 환자도 혈압도 안잡히고 의식도 혼미하고... 그냥 둬도 그만이다. 1~2시간이면 사망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병원을 다니던 50대 아저씨가 환자고, 부인이 일해서 어렵고 먹고사는... 평소 큰 딸이 시집갈 때까지는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아저씨였다. 다들 인간성이 좋은 분들이고, 내시경하다 죽어도 좋으니 하는데 까지 해달라고 해서 내시경했다. (평소 모르는 환자라면 절대 안한다. 내가 그 사람들을 어떻게 믿나? 내시경해서 죽였다고 딴소리하는 인간들을 한두번 본 것이 아니다.)



의식이 안좋아지고, 혈압도 안잡혀서, 기관삽관하고 인공호흡기걸고, 내시경기계를 중환자실로 옮겨서... 이 밤중에 애키우는 내시경실 간호사 불러내고, 전공의 불러내고, 중환자실 업무를 모조리 정지시키고... 간신히 지혈에 성공했다.(히스토아크릴이라는 피와 접촉하면 순간접착제와 같이 하얗게 굳는 액체를 출혈하는 정맥에 내시경에 장착된 구멍으로 주사기를 넣어 주입하여 정맥류를 굳게하는 치료법이다.)



이 아저씨는 아크릴을 몇번을 주입해도 피가 계속 나왔다. 정맥류가 별로 크지도 않은데, 정맥압이 높아서인지... 피는 펑펑 뿜어져나오고... 내시경 시야에 피가 가려서 보이지도 않고... 피가 나는 혈관에 주사기를 꽂으니 피는 더날테고... 이제까지 이렇게 고생한 경우는 처음이다. (이제까지 이렇게 많이 아크릴을 써 본 것은 처음이다. 보통 5개 정도면 지혈에 성공했는데, 이렇게 깊숙한 혈관에서 펑펑 솟아나는 경우는 처음이다. 자만이라는 건 나도 인정하지만... 아직까지 실패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난 어떻게든 지혈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을 해왔다. 그리고, 의식이 멀쩡한 사람이 피를 토하는데... 그냥 바라보면서 이제 몇십분있으면 죽겠네요... 라고 할 수는 없지않나?)



아크릴을 주입해도 터져나오는 혈관으로 빠져나올 뿐 지혈이 안되었다. 어찌되었든..... 2시간동안 별의 별 짓을 다해서 지혈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집에 와서... 생각할 수록 열이 받는다.



내가 오늘 내시경을 한 시술료는 8만원이다. 육천만원짜리 내시경기계를 이용하여, 간호사 2인의 보조와 내과 레지던트 3년차의 보조와 소화기내시경전문의 1인이 2시간 동안 사투를 벌인 수고료가 8만원이라는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간호사들과 나의 시간외 수당도 포함되어있다.  튀는 피로 인한 세탁비, 의료진 감염에대한 위험도, 그에 따른 보상... 기계의 감가상각은 고사하고,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인 것이다.




 
썩어빠진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만들어 놓은 엉터리 의료행정, 포퓰리즘과 공허한 주장만하는 사이비 시민단체들(특히 의료연관단체)... 말도안되는 이런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히스토아크릴(상), 내시경주사기>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지혈에 사용한 아크릴은 20 병(하나에 0.5cc)을 사용하였는데 가격이 백만원이다. 아크릴을 주입하는 일회용 주사기를 5개 사용하였는데 하나에 4만원씩, 총 20만원이다.(한번 사용하면 아크릴이 주사기를 망가트려 사용하지 못한다.) 즉, 재료비는 120만원이라는 것이다. 이건 실거래가이므로 그대로 외국의 기구회사가 가져간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번다더니... 정부는 이런 수입의료기 값이나 깍아라. 능력없는 놈들이 아랫 것들만 괴롭힌다더니... 진료비만 억제하고 외국놈들 배만 불리냐?



하지만, 보호자들은 병원비를 낼 때, 120만원의 기구값을 병원 또는 내가 받는 다고 오해를 할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살려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라도 듣느다거나... 내 마음의 위안이라도 삼는다고 하지만... 병원입장, 즉 재단이나 사용자입장에서는 이런 밑빠진 독에 물 붙는 치료를 계속하도록 둘까?



의사들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의료수가라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미국처럼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치료만 하고, 치료비는 보험회사가 나중에 환자에게 받는 것도 아닌 현행의 시스템에서... 돈많이 나왔다고 나중에 보호자들은 나를 원망할 것이다.



난 이놈의 정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에 앉아있는 인간들은 정말 나쁜 #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를 죽도록 못두는 의사들의 양심을 이용하여, 내가 버는 돈도 아닌데 환자들 보기에 내가 돈벌레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병원의 주인(사립재단, 국가, 대학...)에게는 적자만 유발하는 무능한 의사로 만들고...



그냥 건강검진 위내시경을 2명에게 총 6분 걸려 한 것(8만원)과 2시간 동안 몇명의 최고의 숙련도와 교육을 받은 팀이 한 생명을 살리는 시술(8만원)의 진료비가 동일하고, 투여된 인력과 장비를 고려하면 몇십만원의 적자이며, 나중에 병원비를 내는 보호자들에게 민원만 사는 이런 시술을 언제까지 의사와 병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하며 지속해야한다는 것인가?


(외래환자 초진 진료비가 만오천원정도이니.. 배아픈 환자 5명 진료한 비용과도 같은 계산이다. 이러니 어떤 병원들이 중환자진료에 투자를 하겠는가?)



오늘 충주지역에 신생아실이 패쇄되어, 지역의 산부인과들도 출산을 포기했고, 충주지역의 산모들은 다른 지역으로 원정출산을 가야하는 현실이 TV에 나왔다. 모든 병원이 마찬가지인데, 미숙아, 건강하지 못한 신생아, 성인 중환자, 정말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의료분야의 진료비는 상상을 초월하게 싸다.




이윤이 안생긴다는 것이 아니라 적자운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병원은 자선사업하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이다. 마음 좋은 재단 이사장이 몇년은 자선사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몇십억을 때려 부어 유지해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럼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공립병원들은 뭐하는 것인가? 이미 국공립병원들에서 자기들이 해보고, 하도 적자가 많이 나니까 운영을 못해서... 환자가 죽도록 방치하면서...


 

 

여의도성모병원의 외부 경영컨설팅에서 백혈병환자 치료를 포기하라고 진단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리 카톨릭재단이지만 연간 수백억의 적자를 신도들의 헌금으로 막으며 진료를 할 수는 없다. 정부가 포기한 치료를 하는 것도 죄라는 것인가? 보험이 안된다고 환자를 죽도록 둘 수 없어서, 치료하면 불법진료고, 비급여진료라고 고발하는 정부와 환우회의 탈을 쓴 사이비 시민단체의 횡포와 엉터리 언론보도를보면... 역겹다. 정말 화장실에 뛰어가고 싶다.

 

이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달라는 요청에 국가에서 한정한 치료약 이상을 사용하여 자신들을 살린 의사와 병원을 나중에 돈이 아쉬워 고발하고 돈을 버는 파렴치범들이다. 정말 앞으로 발생하는 백혈병환자들을 위해서라면 이들은 현행 의료보험제도의 모순을 고발하고 정부의 지원을 요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내고 치료받은 진료비를 돌려받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다. 결국 앞으로 의료진들이 취할 규격-붕어빵 진료의 피해자는 자신들이 아니라, 앞으로 치료받을 백혈병환자들인 것임을 뻔히 아는 뻔뻔한 자들이다. 정말 돈만 아는 인간들은 병원이 아니라, 저들이다.


내시경실 간호사는 내가 병원을 나올 때도 내시경세척하고 기구정리하고... 3시는 되어야 병원을 나섰을 것이다. 중환자실간호사들도 일이 밀려 내일 아침 퇴근하기 힘들꺼다. 보건의료노조... 민노총은 뭐하는 자들인가? 현대자동차 노조가 자동차값을 싸게 팔자고 데모하는 것 보았나? 그런데, 보건의료노조는 어이없는 주장들을 많이 한다. 의료수가를 낮추자고 주장하면서 자신들(간호사를 포함한 병원직원)의 월급은 올려달라고 한다. 의료수가는 원가도 안되고, 1년에 2~3%도 안오르고... 물가상승에도 못미치는데... 자신들 월급은 올려달라고 한다. 어이가 없다.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자. 당신이 병원장이거나, 재단이사장, 또는 국립대병원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라고 해보자.


의료사고로 고생할 위험도 적고, 기계에 대한 투자비, 보조인력에 대한 인건비, 교육비.... 별로 안드는 진료과를 확대하고 환자를 유치하겠는가? 아니면, 중환자를 보고 밑빠진 독에 물붙기를 하고, 소송걸리고, 욕먹고... 하겠는가? 이른바, 생명존중을 위해서 중환자진료에 투자를 해보아야... 조만간 병원이 망하거나, 당신이 짤릴꺼다.



썩어빠진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만들어 놓은 엉터리 의료행정, 포퓰리즘과 공허한 주장만하는 사이비 시민단체들(특히 의료연관단체)... 말도안되는 이런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글을 쓰다보니 새벽 5시다. 오늘이 일요일이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평일이었으면 내일 진료예약환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이렇게 피곤한 상태로 출근해서 소화불량 환자들 진료를 적게하면... 병원 측에서는 적자만 유발하는 중환자진료에 시간낭비를 하며, 내시경실과 중환자실의 직원들 시간외 수당만 발생시키는 나 같은 의사가 얼마나 미울까?  그러니 물가인상에 따라 월급을 올려주는 것은 고사하고, 월급을 깍지 않으면 고마워해야하고... 이런 손해나는 치료는 억제시키려 할테고... 대놓고는 못하니 물품이나 고가의 장비를 사주지 않을 것이며....내가 이사장이래도 그럴꺼다. 이건 그들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의료정책과 의료수가를 만든 놈들이 문제다.



조만간 나도 입장정리를 해야할 것 같다. 선배의사들이 가던 길이 이해가 되고, 한두살 나이 먹으며 점점 힘들다. 후배들은 갈 수록 더 심해질꺼다. 남의 눈치 안보고 살려고.... 개원을 하거나, 하루에만도 수백만원의 금전적, 인적 손해를 병원에 끼치지 말고... 정말 냉정하게... 운이 없어 환자는 죽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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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정호 선생님은 의료와 사회 포럼을 통해 활동하고 있는 소화기 내과 전문의십니다. 한겨례 블로그 (http://blog.hani.co.kr/medicine) 에 개인 블로그를 가지고 있으시며 헬스로그를 통해 의료와 사회, 그리고 내과적 질환에 대해 이야기 해주실 예정이십니다. 새로운 필진으로 참여해주신 한정호 선생님을 환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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