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부 호핑투어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일어난 우리 일행은 호텔 조식을 챙겨먹은 후 호핑투어를 위해 로비에 모였습니다. 보통 호핑투어는 아침 8시 정도에 출발한다는데, 저희는 9시 넘어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조금 더 쉴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어젯밤에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크림슨 리조트의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규모가 큰 리조트는 아니지만 크림슨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같이 가셨던 분들은 모두 만족하셨어요.

 


저희를 데려다 줄 지프니가 왔습니다.
지프니는 원래 지프 + 포니를 합한 말이라고 합니다. 미군이 철수하면서 남겨준 군수물자 중 지프의 뒷부분을 개조하여 사람이 탈 수 있게 만든 것이 지프니의 유래라고 하네요.
엄밀하게 말하면 사진 속에 있는 것은 지프니가 아니라 멀티캅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숙덕숙덕, 가이드가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이제 출발입니다.

 


아하~!

 


멀티캅은 뒷부분이 뻥 뚫려 있어서 사진 찍기 참 좋네요.

 


세부도 꽤 큰 도시지만, 조금만 시내를 벗어나도 빈민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통수단도 지프니, 트라이시클, 오토바이 등이에요.







물론 필리핀에도 차선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무시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막탄섬이나 보홀섬은 2차선이 많아서 추월하려면 중앙선을 넘어야 해요.




아무튼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호핑투어를 나갈 필리핀 전통 배인 방카를 기다리는 곳입니다.

 








저 위에 떠다니는 배들이 방카입니다. 저런 배를 타고 호핑투어에 갈 겁니다.

 





저희가 탈 방카가 도착했습니다. 탑승합니다.
그런데 배에 타는 방법이...... 그냥 대나무 붙잡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방식입니다. ㅎㅎ




필리핀은 아직까지도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많습니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인가봐요. 그저 몸으로 때우는 방식이랄까요.




배를 타는 일이 어찌 보면 힘든 일이고 짜증나는 일일 수도 있는데, 필리피노들의 얼굴표정은 밝습니다. 다른 필리피노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인상을 구기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탑승 완료! 출발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분홍색 건물이 힐튼호텔 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다음에는 저기에 묵어볼까 생각도 드는데 전 플랜테이션베이가 더 땡겨서 ㅋㅋ 저기에서 묵을 일은 없을 듯?

 





이분은 현지 가이드입니다. 딱히 하시는 일은 많지 않고...... 사진 찍어주고 여기저기서 조금 도와주는 정도에요. 나중에 이 분께서 찍은 사진을 파시는데 한 장에 3달러 받으십니다. 꼭 사셔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분도 먹고 사셔야 하니까...... 저희는 3장만 9달러에 사려다가 그냥 10달러에 달라고 했더니 주시더라고요.

 


야자수가 서 있는 풍경을 보니 내가 여행을 오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맞아! 난 여행을 온 거야! 이 시간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놀아야겠습니다.




바람에 이미 머리는 산발이 되고




드디어 스노클링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장비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듣고 준비를 합니다.
어릴 적에는 물놀이를 참 싫어했습니다.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기억도 있고, 수영도 잘 못했거든요. 숨을 쉬지 못한다는 공포 때문인지 물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래프팅도 한 번 안 해봤어요.
그래도 이제 수영은 배워서 자유형 흉내는 낼 수 있으니,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요건 현지가이드가 찍어준 사진.
웃기게 생겼네요. 푸하하하하하하하

 


이 사진은 더 웃기게 생겼네 -_-;;;;;;;




입수!




스노클링이란 별 거 아닙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물안경을 쓰고 튜브를 입에 문 채 호흡하면서 바닥 속을 관찰하는 거예요.
진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입으로 호흡을 못하더라고요 -_-;;; 스노클링은 코로 호흡을 하면 물안경이 움직이면서 물안경 안으로 물이 스며들게 됩니다. 그러면 코로 물을 먹게 되지요.

여자들이 잘 못하면 필리피노들이 끌어주기도 하는데, 남자라 그런지 관심도 갖지 않고 ㅠ_ㅠ 결국 물만 먹다가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습니다. 물이 뱃속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 폐로 들어가서 숨쉬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나오는 게 너무 억울해서...... 다시 물안경 쓰고 들어갔습니다만 1분도 안돼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다시 나왔습니다.
역시 어릴 적 트라우마는 잊혀지지 않는 걸까요. 조금만 숨이 막혀도 당황하게 되더라고요 ㅠㅠ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꽤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방수 카메라까지 준비했었는데...... 결국 찍은 사진은 이거 한 장뿐 ㅎㅎㅎㅎ
에잉 ㅠㅠ




필리피노들은 물안경도 필요 없이 그냥 막 뛰어들더라고요. 부럽......

 


기진맥진해 있습니다.
스노클링 끝난 후에 자꾸 맑은 콧물이 나오더라고요. 코가 막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줄줄 흘러나옵니다.
신경과적으로 맑은 콧물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은 두개골 기저부가 손상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거든요. 그런데 다친 것도 아닌데 이런 콧물이 왜 자꾸 나오는지 이상하더라고요.

나중에 알았습니다. 제가 코로 물을 하도 많이 먹어서..... 그 물들이 부비동에 쌓여 있었나봐요.
그래서 고개를 숙이면 부비동에서 바닷물이 주르륵 흘러나오고...... 고개를 왼쪽으로 하면 오른쪽 부비동에서 주르륵......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왼쪽 부비동에서 주르륵......

어찌나 많이 쌓였던지.... 점심식사 후까지 계속 주르륵........ ㅠ_ㅠ

그리고 점심 먹으러 가기 전에 낚시도 했었어요. 바늘에 미끼를 꿰어서 늘어뜨린 다음에 물고기 입질이 오면 재빠르게 낚아채면 되는 거죠.

그런데 사진이 없어요.

물고기를 잡으면 함께 찍으려고 했는데, 결국 못 잡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망했어요. 흑흑흑흑.

앗, 찾아보니 한 장 있네요. ㅎㅎ 제가 찍은 건 아니고 현지가이드가 찍어준 사진입니다.

 


안 보이시겠지만 ;;; 손에 붙잡고 있는 게 낚싯줄입니다. ㅎㅎㅎ




아무튼 낚시가 끝나고 이제 점심 먹으러 갑니다. 음? 그런데 저게 뭐죠?

 


인간 뱃머리 ㅎㅎㅎㅎㅎ
명당자리 차지하셨네요.

 





다른 팀들도 밥 먹으러 왔습니다.

 


여기가 우결에서 김원준 커플이 왔던 데라는데 맞나요?
제가 우결을 잘 안 봐서......

 





음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해산물이 가득하네요!
해산물 별로 안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닥 반갑지는 않습니다만 ㅠㅠ 아 망했어요...

음식에 대한 평을 하자면..... 돼지고기 꼬치는 맛있었습니다. 새우도 식었지만 나름 괜찮았고요. 바나나 밥인가 하는 건 별로였습니다. 그냥 찬밥....;;;

참고로 게 내장이나 소라내장은 드시지 말라네요. 배탈 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음식을 먹고 있노라면 저렇게 옆에 와서 노래를 해줍니다. 신청곡도 받아요.
놀라운 것은, 어느 분이 십센치의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더니 그걸 부르더라고요 우와

 


십센치, 이제 월드스타가 된 건가? ㅎㅎㅎㅎㅎ

 


암튼 잘 먹었습니다. 하지만 얼굴에는 호핑투어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네요. 다른 분들은 즐거워하셨어요. 제가 입으로 숨만 잘 쉬었어도 좋았을 텐데..... 낚시만 좀 더 잘했어도..... ㅠㅠㅠㅠㅠ

 





자, 이제 돌아갈 시간입니다. 보트를 타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더라고요.
막판에는 바닷물이 너무 튀어서 흠뻑 젖어버렸지만요.

 


방카는 제자리에서 방향전환을 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힘으로 돌려야 합니다.




으라차차차차차차차




정말 아날로그적이죠? ㅎㅎ

이렇게 호핑투어가 끝나고, 저희는 크림슨 리조트로 돌아왔습니다. 곧바로 수영장에 가서 물놀이를 즐겼는데, 그때의 사진은 없네요. 다들 남에게 드러낼 몸매들이 아닌지라 ㅋㅋㅋㅋㅋㅋㅋ 평균 35세 그룹의 비애랄까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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