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있었던  Korea Healthcare Congress에서는 ‘서비스 디자인으로 혁신’하라는 강의가 주를 이뤘습니다.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과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같은 유명 병원뿐 아니라 영국의 정부나 대학, 유명 디자인 회사들도 최근에는 서비스 디자인을 통한 혁신을 도모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미국을 방문했을 때 봤던 카이저 병원들도 그랬고, 팔로 알토 메디컬 파운데이션 역시 서비스 디자인을 통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아애 혁신 센터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조직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고요. (메이요, 카이저)

서비스라는 개념도 의료 분야에 들어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생소한데, 디자인이라는 완전히 딴 세상 ‘키워드’가 의료에 접목되다니! 아무리 세상이 급변한다지만 참 적응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듭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복잡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은 최근 전 세계 보건 의료계의 화두인 ‘혁신’과 맥을 같이 합니다.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 ‘혁신’이 대두가 된 이유는 이미 알고 계시듯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사회 전체에 부담이 되는 비용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의학 발전으로 인한 신기술 개발, 신약 도입 등은 의료비 증가로 이어집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늘 고민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달리 영국, 캐나다 등의 의료시스템에서도 ‘혁신’의 이유는 존재합니다. 긴 대기시간, 의료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국가가 아닌 병원들이 ‘혁신’을 외치는 현실적인 이유는 공급자 간의 경쟁 때문일 겁니다. 현대 의학이 정립된 이래 지금처럼 공급자들이 경쟁했던 적은 없을 겁니다. 언제나 환자는 있었고 아프면 병원에 갔습니다. 아주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교통이 발달하고 정보가 넘치고 의료 공급자들이 늘어나면서 환자는 과거와 다른 선택권을 가지게 된 것이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많습니다. 지방 환자들이 KTX를 이용해 서울로 오고 있고, 해외 환자들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우리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공급자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애쓸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한 부가 서비스, 예를 들면 발레파킹, 정도로 만족하는 의료소비자는 없습니다. 더 새롭고 감동적이면서 편리한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소비자의 경험이 병원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혁신’을 위한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비스 디자인이 뭘까요? 위키피디아는 ‘서비스 제공 주체와 고객 간의 상호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사람, 인프라, 통신 및 기존 서비스를 재구성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재구성’이라는 부분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원무과와 방사선 검사실, 혈액 검사실, 외래를 이용한다고 했을 때 이런 부서가 없는 병원은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내원해서 어떻게 이들 부서를 이용하게 되는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환자들의 만족도와 평가는 병원마다 달라지는 것이죠. 이미 있는 서비스들을 어떻게 재구성 할 것이냐,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가 ‘서비스 디자인’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떻게 보면 ‘환자의 경험을 디자인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환자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 편의성까지 도모하는 사례도 있긴 합니다. 메이요의 e-Consulting과 같은 시스템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 개선은 뛰어난 통찰력이 있는 병원 임원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통찰력과 감각을 모두가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아애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어쩌다 시도한 경우에도 ‘공급자 위주’라는 한계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이 최근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일단 소비자 중심의 접근이기 때문인데다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얻는 통찰을 구체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천재 한 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숨겨진 소비자의 욕구,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구성원들이 새로운 프로세스나 새로운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나갑니다.

지금 하는 일도 벅찬 병원 직원들이 이렇게 나서서 뭔가 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고 과거 QI, CS 팀과 별로 차이나는 것 같지도 않다고요? 이 부분은 메이요 혁신센터장인 바바라 스푸리어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