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의정합의안이 원격진료의 저지가 아니라 6개월간의 시범사업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현 시점에서, 좀 짚고 넘어갈 게 있다고 본다.
원격진료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비판들이 제기되었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원격진료 자체의 질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하는 진료는 시진, 촉진, 청진, 타진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저질이다' 하는 식의 생각인데..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로 유명한 고 Michael Crichton 의 작품 중에
'Five patients' 라는 faction 소설의 일부 내용을 예로 재고를 해 볼까 한다.



Five Patients


Five Patients 

작가 CRICHTON, Michael
출판 Ballan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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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크라이튼이 겪은 환자 다섯명을 대상으로 당시 의료계 내지는 미래의 의료계에 대한 다섯가지 중요한 주제를 도출해서 논조를 전개한 의학 소설이다.

특히 첫번째 환자의 경우는 MGH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episode 를 마치 의학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읽다보면 훗날 크라이튼이 만들게 되는 대박 TV 드라마 'ER'의 모태가 바로 이 episode 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언급하고자 하는 episode 는 이게 아니고..
로간 공항에서 흉통으로 안절부절하다가 공항 의무실을 방문한 Sylvia Thompson 의 이야기이다.
당장 응급실로 달려가기도 뭐한 난처한 상황에서, 공항 의무실에 있는 Nurse 들이 Boston 의 MGH 교수님 외래로 TV 를 연결해서 원격의료를 시행한다.

*병력 청취? - 당연히 되겠지.
*시진? - TV 로 보면서 판단한다.
*청진? - 안 될 것 같지? 천만에!
Nurse 가 청진기 diaphragm 에 해당하는 probe 를 환자의 auscultation area 에 정확하게 갖다 대면, MGH 교수님이 양 귓구멍에 꽂고 있는 이어폰으로 청진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촉진과 타진? - 이건 정말 안 될 것 같지? 천만에!

MGH 교수님께서 Nurse 에게 원하는 부위들을 만지고 두드려 보게 한다. 카메라는 환자의 얼굴 표정에 초점을 맞춘다. 어느 부위를 두드렸을 때 환자가 아파하는 표정을 보인다면? 거기가 tender point 이다. 그리고 nurse 들은 벙어리가 아니지.. 지금 만져보니 어쩌고 저쩌고 수시로 보고할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그의 양 손에 촉감을 느낄 여지만 없을 뿐, 진료 자체의 진행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
그 결과는? -- 진료가 제대로 이뤄진다는 무서운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서 심전도도 찍으며, 물론 실시간으로 교수님이 보신다.
이 소설에는 언급 안됐지만, 하물며 sono 도 못 볼까..(이 소설이 출간된 년도엔 초음파가 없었거든..)
이러한 상황이 최근 미국에서 이뤄지는 첨단 의료라고 착각하지 말지어다.
이 소설은 (실화이고..) 1970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Sylvia Thompson 아지매의 episode 는 이미 60년대에 일어난 일이고..
이 당시에 이미 그 정도 수준으로 했다면 50년 가까이 지난 현 시점에서 엄청나게 발달한 technology 까지 감안한다면, 원격 진료의 quality 는 얕잡아 볼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말씀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이 Tele-diagnosis 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는 의학과 진료 paradigm 의 변혁이라는 관점에서 진보적인 그의 사상이 반영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도 이것이 대형 병원만이 가능하며, 많은 문제점이 수반될 것임에 대한 경고도 잊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Sylvia Thompson 이 원격 진료를 받은 최종 목적은,
TV로 진료 다 받고 약 타먹고 끝! 이 아니고,
진단과 응급 조치를 일단 내린 후, 중병이라고 판단되면 종합병원 응급실로 당장 전원하기 위한 준비 조치였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원격진료가 단순히 환자와 의사 사이에 전화질하는 수준으로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IT 기술의 발달로, Sixth sense 만 빼고 우리의 오감은 어느새 digital 화가 가능해 지는 바람에, 원격으로 upload, download, streaming 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고, TV 화면은 날이 갈수록 생생한 고화질(필요하면 3D 까지)로 향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의 오감을 IT 기술로 완벽하게 대체해 버린다면.. 원격진료의 질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고품질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야 전화질 수준이겠지만,
실제 상황과 거의 똑같게 simulation 될 수 있는 시기가 멀지 않다면...
과연 시범 사업을 시행하는 것으로 타협을 본다는 것이 옳은 판단일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무엇이건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해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Five patients 는 paperback 과 아마존 kindle version 두가지로 가지고 있다. 의사 출신의 작가라 그런지, Crichton 의 작품들은 비교적 읽기가 쉬운 편이다. 궁금하시면 아마존 접속해서 kindle version 으로 (매우 저렴함) 구입하여 읽어 보시길. 매우 재미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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