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잔에 뭔가가 떨어져 물방울이 튀는 모습.


'물은 목마르기 전에 자주 마셔야 한다' 또는 '목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것은 늦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갈증을 느낀다면 이미 몸에서 탈수가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리 물을 마셔야 한다는 거다.

물을 마시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최근에는 상식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신문과 방송에서도 이런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정말 갈증을 느낄 때 물을 마시는 것은 늦은 것일까?

우리가 물을 마시고 싶다고 느끼는 갈증은 여러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데, 혈액의 농도가 그중 하나다. 혈액 농도가 높아지면(피가 진해지면) 갈증 중추에서 뇌에 신호를 보내 갈증을 느끼게 한다.

혈액 농도에 따른 갈증의 정도를 조사해본 결과 혈액 농도가 약 2퍼센트 정도 올라가기 전에 갈증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상태를 탈수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 의학적으로 탈수의 정의가 다양하지만 몸속의 수분 양을 기준으로 하면 보통 체중의 3퍼센트 정도의 수분 손실이 있을 때 탈수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 정도 상황이면 혈액 농도가 5퍼센트 정도 높아진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갈증을 느낀다고 탈수가 있는 상황은 아니며 탈수를 염려해서 물을 미리 마셔야 한다는 것도 근거 없는 얘기가 되겠다.

'갈증 나기 전에 물을 마셔야 한다'는 주장에 더 나아가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얘기도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의 하루 수분 섭취량은 생리학적으로 필요한 양보다 많다고 알려져 있다. 갈증을 느낄 때 물을 마시는 아주 기본적인 생리 현상에 충실하기만 하더라도 몸속 물 부족 사태는 겪지 않는다는 말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마라톤처럼 갈증을 느끼기 쉬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마셔야 한다고 배운 적도 있을 줄 안다. 하지만 이렇게 했을 때 과도한 수분 섭취로 저나트륨 혈증(hyponatremia)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이제는 마라톤 시합 중에도 갈증을 느낄 때 물을 마시는 것을 권하고 있다.

아마도 '물 권하는 사회(?)'가 된 데에는 직장이나 학업이라는 각박한 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쉴 수 없고 또 물을 마실 수 없다 보니 누군가 충분한 수분 섭취를 강조하면서 생긴 말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물론, 감기나 요로감염증(urinary tract infection) 등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한 의학적인 상태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이라는 것이 때로는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참고문헌
>> Brody JE. Personal Health. For lifelong gains, just add water. Repeat. NY Times July 11, 2000, p. D8.
>> Cameron G. Drink up! Vibrant Life 17: 20~22, 2001.
>> Kleiner SM. Water: an essential but overlooked nutrient. J Am Diet Assoc 99: 200~206,1999.

작성자 : 김우준(마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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