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미술,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인문학 속에 담긴 의학을 재조명
- 의료 현장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현상들을 소개, ‘좋은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

흔히 인문학(人文學)은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自然科學)과 대립되는 영역으로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인문학은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을 말합니다. 이 개념으로 보자면 거의 대부분의 학문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겁니다. 경제, 건축, 수학, 의학 등 거의 모든 학문이 인문학에 포함되는 것이죠.

그런 ‘인문(人文)’의 의미에서 보면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는 의학이 인간의 사상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고찰해보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의사들이 ‘의학은 과학이지만 의료는 문화다’라고 말하는 것과도 맥이 어느 정도 닿아있습니다.

실제로 환자를 보는 ‘의료’의 측면에서 보면 인문학(人文學)적 소양이 중요합니다. 환자가 단순히 복통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인간 사이의 갈등도 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의 화병도 그런 측면에서 봐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지요.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에 나오는 짧은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챕터 3에 나오는 사혈 치료인데요, 놀랍게도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잘못된) 치료법이라고 합니다. 기원전 5세기부터 시작해 불과 100년 전까지 시행했다고 하네요.

때로는 어디에서 피를 빼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도 있었지만, 하비가 17세기에 혈액순환이론을 발표하면서 논쟁도 종료됐습니다. 하비의 혈액순환이론을 어디서 피를 뽑든 상관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죠. (하비는 지금 내과, 생리학 등에 나오는 매우 유명한 인물입니다.) 거머리도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합니다. 거머리는 아프지(?) 않게 피를 빨기 때문이죠. 그래서 명의로 불리려면 거머리의 숫자가 많아야 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웃긴 일이죠.

그렇다고 다 옛날이야기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챕터 7을 보면 과학의 발달이 어떻게 의학을 바꾸는지도 자세히 나옵니다. IT의 발달에 따라 의료와 어떻게 융합되는지, 줄기세포와 맞춤의학으로 대변되는 미래의학 이야기도 잘 써져 있습니다.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는 의학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입니다. 요즘은 박식한 사람에 대한 선망(?)같은 것이 있잖아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처럼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는 의학에 숨겨진 인문학적 이야기들을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는 청소년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진로에 대해 결정내리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의학이 어떻게 발전돼 왔고 또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지 잘 알 수 있으니까 말이죠.

저자이신 예병일 교수님은 ‘여러 권의 책을 써왔지만, 이번 책처럼 만족스러운 적은 없다’라고 밝힐 정도이니, 이번 주말 서점에 가서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을 구입해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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