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bit flex 제품 사진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손목에 차서 운동량을 측정해 주는 Fitbit flex라는 제품을 구하게 되어 쓰고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형태의 기능이 다양한 만보계 정도로 생각하고 사용했다. 그러나 이 제품의 진정한 힘은 바로 Fitbit 홈페이지 및 앱에서 제공하는 대시보드라는 기능이란 것을 깨달았다.

각종 Fitbit 제품들에서 수집하는 건강 정보 및 자신이 입력하는 건강 정보를 종합해서 통계를 내 주고, 운동량, 수분 섭취량, 몸무게 등의 각종 목표량에 대한 달성 정도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Fitbit에서 나온 체중계를 이용하여 몸무게를 재면 체중계가 몸무게 및 체지방률을 분석해서 그 기록을 인터넷으로 전송하여 매일의 체중 변화가 자동으로 기록되는 식이다. 이렇게 자동으로 입력되는 정보 말고도 음식 섭취나 수분 섭취 등은 필요에 따라 직접 입력하도록 돼있다.

혈당이나 혈압과 같은 건강 데이터는 어떨까? 과거에는 직접 입력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지만 이제는 측정만 하면 자동으로 입력해주는 제품들이 나와 있다. 대표적으로 Tactio란 회사 제품을 보면 혈압과 혈당뿐 아니라 만성질환관리에 필요한 각종 수치를 모아 원격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단 Tactio뿐 아니라 앱과 연동해 사용하는 체중계, 혈압계, 혈당계,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이 이미 나와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건강정보의 측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체중을 재는 것이 필수적이고, 혈압약을 바꾸었다면 매일 같은 시간에 혈압을 재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다. 일단 혈압을 재고 체중계에 올라가는 그 행위의 번거로움도 있지만 한 군데에 기록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런 불편함을 Tactio와 같은 원격의료 회사들이 정보기술로 극복한 것이다.

그러나 원격의료 시장을 IT업계 거물인 애플이 그냥 두지 않았다. 애플은 아이팟의 스크롤휠, 아이폰의 멀티터치 그리고 애플워치를 선보이면서 기존 제품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고 있는 대표적인 IT 기업이다. 이런 애플이 지난 6월 초에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인 iOS 8을 발표했다. 한단계 업그래이드 된 iOS 8의 가장 큰 변화는 각종 건강 정보 측정기들이나 앱들의 데이터를 한 곳에서 관리하는 ‘건강’이라는 항목이 생성된 것이다. 단순히 건강정보만 모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에게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Helathkit’이라는 개발 도구(API)까지 공개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기술의 발전이라고 무심히 넘어갈 수도 있다. 이미 유사한 솔루션도 많지 않은가. 하지만 애플이 움직이면서 다소 멀게만 느껴졌던 원격의료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느낌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Fitbit과 같은 건강관리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아니더라도 애플의 Healthkit을 이용해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발전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정보는 iOS의 ‘건강’ 항목에 통합돼 보인다.

여러 트래커들 중 iOS 8의 건강 카테고리를 지원하는 제품만 구입한다면 자신의 건강 정보가 핸드폰에 수집되어 데이터화 되는 것이다. 놀랍게도 ‘Vessyl’이란 회사는 음료의 종류와 양을 자동으로 측정해주는 텀블러를 내놓고 iOS와 통합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분 섭취량도 자동으로 계측되는 시대가 이미 열렸다.

이제는 의료환경도 변화에 직면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첩에 혈압과 혈당을 써오는 환자들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변화하는 스마트 기기들을 활용하는 환자들도 잘 케어(Care)해야만 한다. 이들이 만들어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의사들에 대한 환자의 평가가 엇갈릴지도 모른다. 실제 만성질환 관리 성과도 마찬가지다. 좀 더 데이터를 잘 다룬다면 환자를 효율적으로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의료에서의 IT를 단순히 대면진료를 대신하는 원격진료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원격진료는 의료 IT 중에서도 아주 일부이며 낡은 생각에 가깝다. 의료 IT는 애플의 iOS 8처럼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와 의료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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