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C) 청년의사


우리 옛말에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다. 유식하게 말하려면 동가홍상(同價紅裳)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 옛말이 더 마음에 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 들어서 참 기가 막힌 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가치에 기반을 둔 성과지불제도(P4P)의 원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양급여 적정성평가를 해보면 같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요양기관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같은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비용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을 환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옳다.

평가를 하는 목적 가운데는 요양기관의 질향상 노력을 촉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며, 나아가서 좋은 평가결과를 얻은 기관에 대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질향상 노력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인센티브 제공은 것은 동기부여효과가 강하다. 2007년 급성심근경색증의 치료와 제왕절개수술에 대한 평가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으로 출발한 가감지급사업은 꾸준하게 적용대상 평가를 늘려가고 있다. 가감을 적용하는 평가에서 중요한 점은 평가 3대 요소인 구조, 과정, 결과가 적절하게 포함되는 것이다.

심평원에서는 혈액투석평가를 유력한 가감적용 대상 후보로 꼽고 있다. 200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혈액투석평가는 2012년까지 세 차례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현재 2013년 진료분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어 3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2012년에 혈액투석을 받은 환자는 모두 66만 462명이었고, 비용은 1조5,319억에 달하는 만큼 만성 콩팥병은 사회적 부담이 큰 질환이다. 또한 뇌졸중이나 심질환 혹은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적정진료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불법적으로 환자를 모집하고 최소의 의료인력을 투입하거나 과잉진료를 하는 일부 부실 투석기관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환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 반영된 평가를 통해 이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찍부터 혈액투석 수가를 평가와 연동하여 결정해온 미국 CMS(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는 2005년 P4P제도를 시범운영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2012년부터는 QIP(Quality Initiative Program)으로 변경하여 지속적으로 보완해오고 있다. 그만큼 혈액투석의 수가와 연동된 평가 틀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각국마다 보건의료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에서 운용되는 평가체계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투석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진행된 4차례의 혈액투석평가를 통하여 한국적 혈액투석평가체계가 제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문제기관들을 걸러내는 평가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투석진료의 특성을 반영하여 전문인력를 확보하고 이들이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여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구조부문의 평가지표를 강화하였을 뿐 아니라 진료의 과정과 결과지표들을 두루 포함하는 종합평가모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2012년도 평가에 따르면 644개의 투석기관 가운데 167기관(25.9%)이 1등급을, 273기관(42.4%)이 2등급을, 120기관(18.6%)이 3등급을, 52기관(8.1%)가 4등급을, 그리고 32기관(5.0%)이 5등급을 받았다. 그리고 학회에서 파악하고 있는 문제기관들의 상당수가 심평원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차 평가에서는 전문인력의 확보수준과 투석의사의 진료참여정도가 충분하게 반영되도록 하고 있어 그동안의 미진했던 부분이 충분히 보완됐다.

평가결과에 따른 차등수가제를 적용해 결과가 나쁜 기관들에 불이익을 주면 문제가 되는 진료행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평가 하위기관에 대하여 제대로 불이익을 주는 평가연동 수가제도 시행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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