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위키피디아


놀 때는 하루 종일 잘 놀다가 책만 잡으면 ‘머리가 아프다, 글씨가 겹쳐 보인다, 잘 안 보인다’ 등 계속 종알거리고 책상과 냉장고를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를 보고 있자면 부모도 머리가 아파온다. 사실 우리 집 아이도 그렇다. 보통 어린아이들이 늘 그렇듯, 공부하기 싫고 조금 산만해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안과 의사 입장에서 보면 ‘아! 이 아이는 그럴 만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은 심한 난시가 있는 경우다. 난시란 평평한 유리창이 아니라 울룩불룩한 유리창으로 세상을 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겹쳐 보이고 삐뚤게 보이기도 한다. 옆으로 보면 조금 더 잘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삐딱한 자세로 사물을 보기도 한다. 그런 나쁜 자세로 오래 책을 보면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두 번째는 양쪽 눈의 시력 차가 심한 경우다. 안경 도수로 따진다면 2디옵터(diopter)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다. 돋보기(볼록렌즈)를 이용해서 물체를 보면 커 보인다. 졸보기(오목렌즈)는 작아 보인다. 오른 눈으로 보는 세상과 왼 눈으로 보는 세상의 크기가 많이 다르면, 그 다른 세상을 하나로 만드느라고 머리가 아파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사시가 있는 경우다. 양쪽 눈이 앞으로 똑바로 있어야 하는데 코 쪽으로 몰리거나(내사시), 바깥쪽으로 돌아가면(외사시), 그 눈들을 똑바로 잡으려고 있는 힘을 다 쓰게 된다. 그러면 또 머리가 아파진다. 이럴 때 두통 외에 다른 증상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책을 읽을 때 읽은 부분을 또 읽고 있거나 건너뛰고 읽게 되거나 심하면 갑자기 글씨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기도 한다.

호소하는 증상은 비슷하다. 그래서 심상치 않다 싶으면 안과에 데리고 와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단에 따라서 원시나 난시 안경을 착용하게 하고, 심한 짝눈인 경우에는 렌즈를 끼우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사시가 심하면 수술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프리즘, 이중 안경 등을 처방해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병원에 오는 학생 중 상당수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하는 고등학교 3학년이나 입시를 앞둔 경우가 많다. 의학적인 해결책을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본인의 눈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시켜주고 잔소리를 같이 처방하는 것으로 임시방편 삼기도 한다. 가급적 공부할 때만 눈을 사용하여 피로를 줄이라는 것이다. 절대로 오락 게임이나 텔레비전 시청에 눈을 써서 피로하게 만들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물론 안과적 문제를 가진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얘기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안과 질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앞서 나열한 안과 문제를 가진 학생들이라면 몇 가지 요령을 지켜서 두통을 줄이고 당장 급한 입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책만 보면 머리 아픈 불쌍한 우리 아이들, 입시를 앞두고 안과 데려오지 말고 그 전에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해주자. 눈 건강에도, 학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작성자 : 김용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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