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위키피디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인간 분변 처리와 관련한 부분이다. WWAP(World Water Assessment Program)에 따르면 현재 분변 85% 정도는 아무 처리 없이 분변트럭으로 수집해 바닷가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 버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콜레라 등 각종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한다. 이런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매년 180만 명에 이르며, 수년 전 대지진으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아이티에서도 가장 큰 문제였다.

선진국의 경우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배관 등을 이용해서 분변을 처리하는 정화조로 모아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이 방식이 먹히지 않는다. 전 세계 다양한 기금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행됐고, 실제로 이를 이용해서 아프리카 곳곳에 정화조와 여기에 모인 분변을 처리할 플랜트가 건설됐다.

하지만 이 기술들은 실제로 쓰이지 않는다. 펀드가 끊기면,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댈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일종의 공유재이자 사회간접자본인 처리비용을 세금과 유사한 형식으로 국민에게 걷어서 해결한다. 그러나 당장 생계가 어려운 아프리카 가정에서 이를 처리할 비용을 세금 명목으로 걷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들은 아직도 땅을 파서 만든 변소에 분변이 가득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설 분변트럭을 불러 수십 달러 처리 비용을 주고 거둬 가게 한다. 그리고 분변트럭은 이렇게 모은 분변을 특정 지역에 가서 쏟아놓고 온다. 현대적인 분변처리 플랜트 대부분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버려지는 신세가 됐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Waste Enterprisers 라는 회사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들고 나왔다. 인간 분변의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분변을 모으고, 여기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으면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발상이다.

이 회사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연구진과 게이츠 재단, 스위스연방 해양과학기술연구소와 함께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는데, 현재 가능성이 보이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관련 연구에 필요한 자금은 게이츠 재단이 지원하고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컬럼비아 대학과 콰미음크루마과학기술대에서 개발한 분변 슬러지에서 바이오 디젤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 정화조 분변에 비해 이곳의 분변은 물과 함께 수집되지 않으며 변소에서 수집되고, 버려진 지역에서 증발 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농도가 높다. 이런 특징은 연료로 이용되는 데 큰 장점이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현재 이 기술로 바이오 디젤을 뽑아내는 데는 갤런 당 3.5달러 정도 비용이 드는데, 이는 가나에서 판매되는 일반 디젤 가격보다 약간 낮기 때문에 충분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산업용으로 석탄과 유사하게 열을 내는 원료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이미 일본이나 중국, 유럽 일부 국가에서 아프리카 분변 슬러지보다 수분이 많은 분변을 시멘트 공장에서 시멘트로(cement kiln)의 원료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상용화 가능성이 있다. 분변의 특성 때문에 더욱 쉽게 연료화가 될 수 있고, 현재 마른 장작과 석탄 중간 수준으로 열을 낼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어장을 만드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방법은 이미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정화조를 이용하는 방식인데, 정화조 상층부의 물을 연달아서 희석하면 메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나아지는데, 여기에 메기를 기른다. 분변의 독이 물고기를 죽인다면 이미 연속된 정화조의 자연희석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물고기가 살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물이 많이 정화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양식한 물고기를 팔 수 있다면 또 다른 수익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과학과 기술의 역할은 지역과 시간에 따라 다르다. 과학과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이고,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더 열린 마음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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