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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수많은 분야에서 재난 대비를 강조했다. 국민들의 인식부터 정부 구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재난에는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병원 역시 재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병원은 재난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재난상황을 맞이한 병원이 준비할 것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방사능이나 화학 재난 시 환자에 대한 제염 시설 및 충분한 양의 해독 약품을 비치해야 한다. 또 생물학적 재난 때는 적절한 격리 시설 및 치료 약제의 확보가 중요하다. 보통은 이런 자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재난을 대비해 별도의 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갑작스러운 대량 환자 유입에 대비하여 병원의 진료 능력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환자의 유입(surge)이 일어나면 공간, 인력, 물품 및 약품, 통신, 행정 및 재정 능력까지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자원의 투입이 급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역시 평소 진료에 투입되지 않는 자원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병원이 진료 능력의 확장을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상적인 진료를 급격히 축소시켜 재난에 집중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전쟁 시 민간병원을 동원하는 대책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대규모 재난이 지속될 경우나 가능한 대책이고, 일상적인 재난 상황에는 적용하기 힘들다.

다른 방법으로 병원이 예비 자원을 확보하는 수도 있다. 대부분의 민간병원이 수립할 수 있는 재난계획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량의 환자가 유입됐을 때를 대비해 진료공간을 확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미리 확보해 놓고, 갑작스런 인력 투입에 대비하여 여유 인력을 확보 및 동원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또 의약품 및 진료 재료, 기기 등을 준비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민간 병원들이 재난을 대비해 이런 투자까지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확장 가능한 공간이 있다면 재난이 없을 때 빈공간으로 놀리는 것보다는 진료 공간으로 활용하는 편이 더 낫다. 또 예비 인력도 없애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것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 재난 대비용 장비들은 구입비용 뿐 아니라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커 낭비처럼 생각될 수밖에 없다. 저수가 구조에서 민간 병원을 유지하면서 재난 대비까지 하라고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공공병원을 늘리면 해결될까. 사실 공공의료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재난 문제 뿐 아니라 의료계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투자가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평상시의 진료 기능이 충분해야만 재난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공공병원에 갑자기 투자를 한다고 해서 재난을 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결국에는 기존의 민간병원들로 우선은 대비를 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재난병원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이런 의도를 갖고 재난거점병원을 지정하고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민망할 정도로 작다. 더군다나 투자금 내역을 보면 공간이나 인력에 대한 것은 전혀 없고, 시설이나 장비에 국한되어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전국의 수십 개 병원에 조금씩 나누어주는 투자 방식은 문제가 있다. 그보다는 일정 기준 이상의 대형 병원들만 선정해 평상시 진료 및 운영은 지원 없이 가능하고 정부의 지원은 과감하게 재난 대비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병원의 재난대비는 공공의 역할이기에, 결국 정부의 투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재난 대비를 예산 낭비로 보지 않는 시각이 중요하다. 세월호 1주기가 된 지금이야 말로 국민들의 재난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에 오른 만큼 국민적인 인식을 높일 최적의 시기이다. 정부가 이 기회를 잘 살려 재난 대비 시스템과 투자에도 변화를 일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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