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위키피디아


무시무시한 얘기지만 수술 하고 배가 아파 다시 병원에 갔는데 거즈가 들어 있다든지, 가위가 들어 있다든지 하는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이 때문에 병원이나 수술이 그 자체로도 두렵지만, 혹시 있을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더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끔 뉴스에서 수술 부위에 거즈가 나왔다는 얘기도 나오고 그런 경험담(?)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내게도 ‘어떻게 수술을 하는데 거즈가 나오냐’며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거즈 사용은 수술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지만, 피를 머금은 거즈는 환자 조직과 육안으로 구별이 안 될 때도 많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말했듯 흔한 일은 아니고 예방법도 있으니까. 수술실에서 이용하는 거즈들과 어떻게 그러한 사고를 방지하고 있는지 소개하겠다.

지혈을 할 수 있는 기계들이 발달되었지만 여전히 거즈는 수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도구다. 피를 닦아 조직의 색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장기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들어 올리거나 밀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거즈는 맨손으로 잡지 않고, 도구를 이용해 잡는다. 가위처럼 생긴 도구로 거즈가 빠지지 않게 고정할 수 있다. 이렇게 도구로 고정한 거즈를 ‘스펀지 스틱’이라고 하는데, 이런 스펀지 스틱으로 조직을 압박해 피를 멈추게 하고 섬세한 조직을 수술할 때는 피를 닦아서 수술 시야를 좋게 해준다. 하지만 출혈이 많은 손상(trauma) 환자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출혈이 있기 때문에 거즈 정도로 출혈을 멎게 하거나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

드라마에서 보면 수술할 때 수술포 위에 견인기(수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피부 같은 조직을 잡아 당겨서 고정시키는 기구)들이 놓여 있고 주변에 위와 같은 하얀 거즈라고 하기엔 좀 큰 ‘면 테이프’들을 봤을 거다. 견인기로 인한 조직 손상을 막기 위해도 사용하고 출혈이 많은 경우에도 사용한다. 이런 면 테이프의 끝에는 링을 고정하도록 되어 있고 이 링은 면 테이프 유실을 방지하도록 되어 있다. 수술에 참여하는 사람은 집도의 한 명과 수술을 보조하는 의사 두세 명, 그리고 직접 수술을 보조해주는 간호사 한 명과 수술실 내부에서 보조해주는 간호사 한 명으로 되어 있다. 보통 서너 명의 눈이 수술 창을 향하고 있으니 누가 일부러 넣으려고 해도 사실 넣기 힘들다. 수술실에는 수술에 동원되는 인원 외에도 마취과 의사와 간호사도 있다.

어떤 수술인가에 따라 출혈도 다르고 거즈나 면 테이프를 사용하는 양도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꼭 확인하고 수술을 마치는 것이 있다. 사용한 거즈의 양과 면 테이프, 장비의 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수술 마지막에 직접 수술을 도와주는 간호사와 책임 간호사 그리고 의사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마무리에 들어간다. 이때에는 모든 거즈들과 테이프를 바닥에 늘어놓고 철저하게 개수를 확인한다. 하지만 이러한 거즈의 개수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선생님, 거즈 한 개가 부족한데요?”

혹시 놀라지 않았나? 의사들은 심장박동 수가 빨라지고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수술실에서 거즈 카운트 결과가 다르다는 얘기를 들으면 모두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안전장치가 있다. 엑스레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혹시 ‘엑스레이에 거즈도 나오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면 테이프에는 방사선 비투과 물질이 들어 있어서 엑스레이를 찍으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냥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 아닌가? 왜 수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엑스레이를 찍을까?’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나? 맞다. 기본적으로 다시 한 번 육안으로 수술 부위를 검토한다. 하지만 피를 머금고 있는 거즈는 조직이나 혈종(핏덩어리)과 매우 유사하여 구별이 어렵다. 따라서 육안으로도 보이지 않으면 모든 것을 중단하고 엑스레이를 찍어야 하는 것이다.

이동식 엑스레이 기계는 환자가 수술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촬영이 가능하다. 이렇게 엑스레이를 찍게 되면 방사선 비투과성 거즈의 위치를 확인하게 되고 제거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수술 창 내부에 있는 경우보다 수술 침대 위에 다른 천 등에 가려져 있어 거즈 숫자 셀 때 놓친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거즈나 수술 도구가 수술 부위에 계속 남아 있는 의료사고(medical error)는 존재한다. 1970~80년대에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보면 당시 복부 수술 1000~1500건당 1회의 빈도(Hyslop JW 1982, Jason RS 1979)로 추정하는 보고가 있었지만, 그 수치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안전장치들도 생기고 확인 절차도 늘어나 이러한 일은 현격히 줄었다.

외과적 수술에 있어 이러한 거즈 등 도구가 남겨지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당연히 이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고 해마다 논문이 발표된다. 대부분 증례 보고가 있었던 사건들이나 미국의 경우 이러한 사고에 대한 보험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 등록된 사건들을 토대로 위험 요인을 분석하기도 한다.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응급수술과 계획했던 수술 방법이 바뀔 때 그리고 환자의 체중이 높은 경우 위험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과에서 협진으로 수술하는 경우나 수술에 참여하는 간호사가 교대하는 경우, 출혈량, 사용한 거즈의 수도 위험 요인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 같다. 1970년대에는 개복 수술을 한 다음에 수술 방법이 수술장에서 결정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CT와 MRI와 같은 영상 장비의 발달로 수술 전 수술 방법과 실혈양 등의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술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수술 방법을 바꾸는 일이 생긴다. 심한 조직 간의 유착이나 영상에서보다 큰 종양, 접근하기 힘든 위치 등이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술용 거즈에 RFID(무선 주파수 인식 기구)를 넣은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수술실에 사용하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국내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기에 너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면 좋은 방법은 안 될 것이다.

수술실에서 어떤 조취를 취하는지 알게 되면 막연한 불안감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 소개했다.

참고문헌

  • Retained foreign bodies after surgery, Amy E. Lincourt, et al. J of surg Research, 138, 170~174, 2007 2. Risk factors for retained foreign bodies after surgery, Evidence-based surgery chirurgie factuelle, robis s. McLeod et al. Can J Surg, vol 47, no. 1, 2004 3. Risk factors for retained istruments and sponges after surgery, Atul A. Gawande, et al. New Eng J of Med 2003;348:229~35


작성자 : 양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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