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위키피디아


연상의 아내를 두고 있는 두 친구가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얼마 전에 둘째 아이를 가졌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하루 간격으로 두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거다.

“병원에서 임산부 나이가 많다고 양수 검사를 하자고 하는데, 산부인과 의사들이 돈 벌려고 권유하는 것 아니냐?”

우리 의사들이 얼마나 인심을 잃었으면 친구들에게 이런 의심까지 사게 되었는지 참으로 씁쓸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양수 검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두려움과 오해가 만연해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바늘로 자궁을 찔러 양수를 빼낸다는데 얼마나 무섭고, 걱정이 될까? 이게 다 우리 산부인과 의사들의 설명이 부족해서다.

친구들 부인의 나이는 각각 만 35세, 37세였는데 ‘꼭 검사해보라’ 고 당부를 했다. 이제부터 왜 제수씨들이 양수 검사를 받는 것이 좋은지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양수 검사는 왜 할까?

태아가 혹시나 염색체이상을 가지고 있지 않는지, 이상이 있다면 몇 번 염색체에 어떠한 이상이 있는지 알아내고자 양수 검사를 시행한다. 보통 14~20주 사이에 시행하게 된다. 제일 흔한 염색체 질환은 21번 염색체가 3개가 있는 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이고, 그 외에 13번 염색체가 3개가 있는 파타오 증후군(Patau syndrome), 18번 염색체가 3개가 있는 에드워즈 증후군(edwards syndrome) 등이 있다.

임산부 나이와 연관된 염색체이상은 주로 앞서 말한 3염색체성(tri-somy, 염색체가 정상적으로 2개가 있어야 하는데 3개가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양수 검사로 다운 증후군을 진단해내는 정확도는 99퍼센트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산모 나이가 몇 살이면 양수 검사를 받아야 할까?

만 35세부터는 받길 바란다. 만약 쌍둥이를 임신했다면 만 31세부터 양수 검사 받는 것이 원칙이다. 쌍둥이 임신할 때 31세부터 양수 검사를 권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쌍둥이 임신에서 염색체이상의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일반적인 임신 35세의 위험 확률을 쌍둥이 임신 31세가 가진다는 말이다.
만 35세부터 검사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임산부 나이에 따른 다운증후군의 빈도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임신 중기에 위와 같은 빈도를 보이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염색체이상이 발견되기도 전에 이미 임신 초기에 유산되어 버린다. 사실 모든 임신의 8퍼센트 정도에서 염색체의 수가 많거나 적은 이상을 보인다(어마어마한 수치다). 임신 초기 유산의 절반은 이 염색체 수 이상 때문에 초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왜 만 35세를 기준으로 할까? 많은 산모들이 잘 알고 있듯, 대략 35세부터는 다운증후군 등의 염색체이상의 빈도가 급속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에 염색체이상을 발견해낼 가능성보다 양수 검사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의 가능성이 더 크다면 양수 검사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바로 여기서 만 35세라는 기준이 제시된 것이다. 수많은 의료기관의 방대한 자료를 취합해보니까 태아를 양수 검사의 합병증으로 잃을 확률이 최대 200분의 1에서 250분의 1로 35세 임산부의 다운증후군 빈도와 비슷하더라는 거다. 이중에도 많은 경우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궁 및 태반 이상에 기인하므로, 실제로 정상적인 임산부에서 발생하는 합병증 빈도는 훨씬 낮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염색체이상까지 다 합하면 35세에서 그 빈도가 더 올라가 132분의 1이므로 양수 검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단 얘기다. 예를 들면, 40세 임산부의 경우 다운증후군 빈도가 69분의 1, 모든 염색체이상의 빈도가 40분의 1로 양수 검사 합병증 빈도보다 몇 배나 높기 때문에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양수 검사가 더욱 안전해져서 양수 검사 권장 연령을 더 낮추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위험 부담이 줄어들었으니 득과 실을 따져보면 연령을 더 낮춰야한다는 주장이 되겠다.
35세 미만인데도 양수 검사를 받는 걸 많이 봤다?

1980년대 중반 이전엔 나이만 가지고 양수 검사 기준을 정했다. 즉 35세 미만 임산부들은 양수 검사를 안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임신 14주 정도 되면 다들 트리플 테스트니 쿼드 테스트니 해서 피 검사를 한다(쿼드 테스트가 새로 나온 더 정확한 검사다). 이 검사를 소위 ‘기형아 피 검사’라고 하는데, 이 검사의 수치를 보고 ‘고위험군’으로 나오면 35세 미만이라도 양수 검사를 시행한다.

그럼 이 수치는 도대체 뭘 의미하는 것일까? 피 검사에서 나오는 수치와 임산부 나이에 따른 위험도를 감안해서 종합적인 검사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러니까 똑같은 피 검사 수치라 하더라도 최종 결과는 임산부의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오게 된 ‘고위험군’이라 함은, 피 검사 결과와 임산부의 나이를 종합하여 산출된 위험도가 35세 임산부의 다운증후군의 대략적인 빈도인 200분의 1을 초과할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면 왜 35세 미만의 임산부들도 기형아 피 검사 결과에 따라 양수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리

① 만 35세 이상은 기형아 피 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양수 검사를 한다.

② 만 35세 미만은 기형아 피 검사 결과에서 ‘고위험군’으로 나오면 양수 검사를 한다. 하지만 미리 기형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고위험군이라 하더라도 그 확률은 낮으니까.

③ 양수 검사는 생각하는 것처럼 무서운 검사가 아니다. 가는 바늘로 하니까 별로 아프지도 않다. 특히 초음파를 통해 다 보면서 하니까 사랑스런 아기를 바늘로 찌르는 돌발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아기 찔릴까봐 산모들이 제일 많이 걱정한다).

임신한 모든 산모들이 순산하기를!

참고문헌

  • Willimas Obstetrics, 22nd edition, 314~328, 2005


작성자 : 구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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