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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방 문제와 관련하여 어느 유명한 사회단체의 임원과 격론을 벌였다. 나는 음양오행에 기반을 둔 한방이나 전통 의학이라는 것은 수백 년 전의 당시 인간의 지적 한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은 악습이라 얘기하며 상대방에게 ‘물리학에 서양 물리학이 있고, 동양 물리학이 있나요?’,‘ 십자군 원정에서 유럽 사람들이 아라비아숫자를 배워갔는데, 그럼 현대의 수학이 아라비아 수학인가요?’,‘ 전기, 전자, 기계공학 등이 모두 서양에서 발전했는데, 그럼 우리나라 삼성에서 만든 핸드폰이 서양 기계인가요?’ 물어봤다. 모두‘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 그렇다면 같은 인류인 서양에서 먼저 과학기술이 발전했고, 이를 기반으로 생물학이 발전했고, 다시 여기서 의학이 발전한 것을 전 세계인이 배우고 다시 발전시키면 되는 것이지요.

우리 원자력 기술이 그러한 것처럼. 왜 의학만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는 것입니까? 그러려면 그 기본이 되는 생물학부터 모두 다시 써야 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생물학과 의학은 동·서양이 다르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네가 서양 과학에 빠져 민족 과학을 망각해서 그렇다’고 했다.

실험실의 기초과학을 다루는 연구원이든, 자동차 정비소의 엔지니어든 그가 사용하는 기술이나 공학이 과학의 여러 분야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일 도로를 건설하는 엔지니어가 ‘이 땅은 양기가 부족하여 도로를 다른 방향으로 내야겠다’고 한다면 조선 시대와는 달리 다른 반응을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반이 없는 주장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것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알게 된 것이다.

생물학에서 세포 이하의 분자 수준으로 연구를 할 경우, 이 분자들은 화학과 물리학의 법칙에‘ 완전히’ 따르고, 생명체가 운동을 할 경우에도 이런 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 예를 들자면,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운반하고, 폐에서 가스 교환이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은 현대의 화학 지식과 완전히 일치한다. 다른 동물이나 인간의 혈관, 심장, 판막을 통한 혈액의 움직임은 ‘완전히’ 물리학의 역학과 일치한다. 뇌와 신경의 활동은 전기(電氣)를 이해하지 않고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즉, 의학에서연구되고 행하는 학문과 임상에서 응용되는 기술 모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에 대부분 부합한다. 그렇지 않은 주장들은‘ 사이비’라는 것을 고등학생도 간단히 알 수 있게 되었다.

현대 의학에 대한 높은 신뢰도는 단지 똑똑한 의사 몇 명이나 의학연구자들이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물리학, 화학,생물학 분야에서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검증받은 성과에 기반을 두어왔다는 것이 더 중요한 본질이다. 여기에 다른응용과학인 전자, (정밀)기계, 컴퓨터 등이 결합되어 더욱 빠르고 정확한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한의학의 기반은‘ 음양오행론과 기이론’이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현대 과학이 들어오기 전까지 중국과 조선 사람들은 조선왕조의 지배 사상인 주자 성리학의 원리에 발목이 잡혀, 모든 자연현상과 사실, 철학, 예술까지 지배당했다. 또한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중심은 중국이었다. 당연히 이들이 ‘믿은’ 한(漢)의학이 한(韓)의학으로 한자만 바꾼 것도 1986년이다.

어찌 되었든 한의학의 위계 순서는‘ 음양오행/기-음양오행천문학-음양오행물리학 및 화학-한방생물학-한(방)의학’ 같을 것으로 ‘추정’된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수천 년간 한 번도 실증하지 못한‘ 음양오행과 기’라는 초자연적 믿음에 기반을 둔 한의학이 우리가 사용하는‘ 의학’이란 단어와 정녕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이것을 믿고 사용하라는 것은 성령의 힘으로 안수기도 치료하란 말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것이다. 또는 무당의 굿이나.
오행설 속에는 수많은 비과학적 인실들로 채워져 많은 허구로써 사실을 대체하고, 또 많은 상상으로써 진실이 결핍된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따라서 음양오행설은 역사적으로 많은 해악을 끼쳐 풍수지리나 미신을 조장하고, 논리적 분석과 사변의 발전을 억제했으며, 보수적이고 숙명적인 태도를 양산했다.- 펑우란 (중국 철학자, 1894~1990)

나침반을 만들고 화약, 종이, 인쇄술을 서양보다 훨씬 앞서 발명할 정도로 과학이 앞섰던 중국.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15세기 사이에 침체와 정체 상태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깊이 살펴봐야 한다. 음양오행이 동양인의 과학과 지식 발전을 가로막고 있던 같은 시기, 서양은 기독교 사상으로‘ 중세 암흑기’였다는 것은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만일 몇 백 년만 먼저 유럽에서‘ 기독교 과학’을 벗어버렸듯이, 동양에서 음양오행 과학을 벗어 버렸다면? 지금의 역사는 동양과 서양이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동양의 과학 발전을 가로막은 음양오행에 기반을 둔 한방은 전통이 아니라 악습인 것이다.

과거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기독교, 도교 등)나 유사종교(음양오행설, 기 등)로 자연과 질병을 설명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신에서 인간으로 눈을 돌린 르네상스(인본주의 또는 휴머니즘) 이후 비로소‘ 신의 섭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과 활동으로 과학기술 혁명과 민주주의가 탄생하게 되었다. 전 세계인이 모두 공용하는 과학을 서양 과학이라고 하는것이 얼마나 우둔한지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천여 년간 서양을 지배한 과학은‘ 기독교’지 현대 과학이 아니다. 근대에 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난 인본주의자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과학이 있게 된 것이다.

현대 과학과 마찬가지로 현대 의학은 어떠한 종교적 원리, 초자연적 믿음이 아닌 인간의 노력으로 검증된 지식에 기반을 둔 과학의 한 분야다. 과거의 봉건 계급사회나 주술이 지배하는 부족사회의 종교-철학적지지 기반이었던 관념들과 결별하지 못한‘ 부두교 의학,’‘ 안수기도,’‘ 무당 의학’이나‘ 음양오행 의학’,‘ 기 의학’이란 것이 앞으로도 지엽적으로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의 어두운 곳에 꿈틀대며 자리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인류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런 것들과 결별을 고했다는 것이다. 인류 공통의 과학이란 언어를 통하여 지혜를 모으며 함께 발전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무리는 도태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의학의 경쟁 상대는 바닥, 0퍼센트가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쟁 상대는‘ 맨발의 기봉이’가 아니라 도요타나 BMW라는 것이다. 의학 또한 새로운 의학 기술이나 약물은 가짜 약을 주었을때 나타나는 위약 효과(僞藥效果, placebo effect)보다 더 좋은 치료 효과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며, 기존의 것보다 치료 효과 또는 비용에서 월등함을 입증하지 못하면 퇴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의학에서 특정 질환의 생존율이나 치료에서 최소한 위약 효과보다는 좋다고 입증한 약이나 치료 방법이 있는가? 하물며 다른 모든 과학과 통합되어 발전하는 현대의학과 비교하여 효과 및 비용에서 더 좋다는 ‘한방 치료’가 단 하나라도 있는가? 물론 없다.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과 강력한 공산 독재로 인하여 중의학을 강제로 존속시키며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성과는 없었으며, 이제 중국도 개방되고 과학과 인본주의 사상이 널리 퍼지며 중의학의 입지는 날로 좁아져가고 있다.

한방 문제는 단지 의학 영역만이 아닌, 한국인의 지성과 과학 사상을 아우르는 크나큰 지적 폐단이기 때문에 양식 있는 지식인과 과학자들은 모두 머리를 맞대어 해결해야 한다.

작성자 - 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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