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잘못된 의학상식, 알고 계신가요?'란 포스트를 발행했었는데요, 상당히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확립되있지 않은 상태에서 당연하게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일 겁니다.





당연히 그럴 것으로 생각되는 것 중에 당연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면 때로는 당황스럽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사실일까 의문도 들고요. 때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주제입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영국 의학 저널인 BMJ에 실렸고 조사한 분들도 Rachel Vreeman과 Aaron Carroll로 동일 합니다. BMJ 편집자인 Tony Delamothe 역시 작년 이맘때 이 두분이 쓴 잘못된 의학 상식이 전 세계 언론을 들끓게 했다면서 올해도 재미있고 좋은 글을 써줬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Editor's Choice 제목을 'Everything you know is wrong'이라고 썼네요. 내용을 한 번 보실까요?












1. 밤에 먹으면 살이 찐다?





야식이 맛있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밤에 먹는 음식은 더 살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밤에 먹는 것을 피해야한다고 이야기하죠. 실제로 이와 관련된 연구들도 있었습니다. 스웨덴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를 보면 (Eur J Clin Nutr. 2002 Aug;56(8):740-7.) 83명의 비만 여성과 94명의 정상 여성의 식생활 패턴을 조사했는데, 비만인 여성들이 더 자주 식사를 하고 많이 먹고, 식사 시간도 점심과 저녁 밤으로 쉬프트(shift)되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를 보고 밤에 먹어 살이 찐다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자주 식사하는 것과 식사량이 많은 것이 비만의 원인이지 식사 시간대는 혼돈 변수일 뿐이라는 것이죠. 직접 연관성에 대해 증명된 바는 없습니다.





밤에 군것질을 많이 하는 비만 여성들은, 더 많은 칼로리를 자주 섭취하는 것이지 밤에 먹어서 살이 더 찐 것이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좀 미심쩍으시다면 다른 연구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스웨덴 남성들을 대상으로 식생활 조사한 것입니다. (Eur J Clin Nutr. 1996 oct;50(10):639-46.) 86명의 비만 남성과 61명의 정상인들을 대상으로 식생활 조사를 해보니 식사시간대에 차이는 없었다고 하네요. 그외의 연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2500명의 환자를 조사해본 결과 밤에 식사하는 것이 살찌는 것과 상관없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대신 하루에 3회 이상 식사하는 것은 살이 찌는 것과 연관있는 변수였다고 하네요. (Int J Obes (Lond) 2007;31:675-84.)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경우에  살이 찌는 것을 밝히기도 했는데 (Eur J Clin Nutr 2003;57:1569-78.),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이 밤에 많이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나머지 일과 동안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식생활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였다고 합니다. 하루 일과 중 칼로리 섭취를 균일하게 하는 사람들에 비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Public Health Nutr 2008:1-10)





결론적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과식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해가 지고 나서 밤에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살이 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식사 후 바로 취침한다면 속이 더부룩할 겁니다.









음주 - flickr (knightraven)





2. 숙취 해소에 좋은 비법이 있다?





다양한 숙취 해소법들이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숙취를 효과적으로 줄여줄 방법은 술을 적게 먹는 것 이외엔 없다고 합니다.





각 나라마다 다양한 숙취 해소 민간 요법이 있고 때로는 아스피린과 같은 두통약을 먹기도 하지만 과음 후 끔찍한 숙취를 해소시키는데 실제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증명된 것은 없다는 것이죠. 심지어 의학 전문가들이 권하는 방법들도 그렇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작위 배정을 통한 임상 연구도 있었다고 하는데 (BMJ 2005;331:1515-8.) 안타깝게도 과학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들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보다 근거의 강도(strength of evidence)가 약한 연구들에서는 일부 약품들이나 식품, 건강 보조식품등이 아주 미묘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확실히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숙취는 과음의 결과물입니다. 숙취가 싫으면 과음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겠죠. 여러 가지 술에 안취하거나 숙취를 제거한다는 것들에 의존하려고 하시지 마시고요.









크리스마스 - flickr (boopsie.daisy')





3. 연말 연시 공휴일에 자살률이 높다?





크리스마스에 외로워서 죽을 것 같다는 농담을 많이 합니다. 제가 대학병원 전공의로 있을 때 눈내리는 크리스마스 당직을 서면서 한숨 쉬던 때가 생각납니다. 의과대학 시절에도 그랬군요. 크리스마스에 시험공부하던...





실제로 년말 년시 외로운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괴로움을 못이겨 자살률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해보셨나요? 막연히 생각하기에는 년말 연휴에 그런 사고가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각 나라마다 사정이 조금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학술적으로 연구된 바에 의하면 그렇다는 거죠.





가까운 일본에서 1979년부터 94년까지 조사된 것에 따르면 년말 휴일 전에 자살률이 가장 낮았고 휴일이 지나고 나서 높아졌다고 합니다. (J Epidemiol 2000;10:317-20.) 대조적으로 미국에서 35년간 자살률을 조사해보니 휴일 전이나 휴일 중, 휴일 후의 자살률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년말에 외로움에 자살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사회 분위기가 감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고 지지하려고 하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규모 연구긴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교의 보호막을 벗고 사회에 나간다는 중압감이 생기기 때문에 년말에 졸업을 둔 학생들의 자살이 조금 더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합니다. (Pediatr Emerg Care 1988;4:32-40.)






사탕 - flickr (hale_popoki)




4. 설탕을 많이 먹은 아이들은 과잉 행동양상을 보인다?





애들에게 단 것을 많이 먹이면 애들이 과잉 행동양상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부모님들은 그런 이유로 설탕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설탕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애들이 방방 뛰는 이유는 설탕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이중 맹검 무작위 배정 임상 연구가 많이 있었습니다. (Crit Rev Food Sci Nutr 1996;36:31-47.) 결론은 설탕의 포함 정도와 아이들의 행동 양상, 또는 과잉행동장애(ADHD)와는 연관성이 없었다고 합니다.





설탕의 종류도 다양히 조사했습니다. 천연 설탕, 사탕 속 설탕, 초컬릿 등을 비교했지만 결국 설탕 없는 식생활을 하는 것과 행동에 있어 차이가 없었다고 하네요. (N Engl J Med 1994;330:355-6.)





하지만 재미있는 조사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설탕이 함유된 제품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믿고 있는가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J Abnorm Child Psychol 1994;22:501-15) 설탕이 든 제품은 안먹이던 부모님 밑의 자녀들에게 사탕을 주면 못먹던 것이니 기분이 좋아서 뛰어다니는 것일까요?











모자 - flickr (swanky)





5. 머리로 체온이 가장 많이 뺏긴다?





체온 보호를 위해 겨울철에 모자를 씁니다. 머리로 체온이 뺏기는 것도 사실이고 이 체온을 보호하는 것이 신생아 등에 있어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을 줄여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극한의 추위에 일하는 군인들에게 생존 지침으로 모자를 쓰라고 되있습니다. (US Army Survival Manual: FM 21-76: US Department of the Army, 1970:148.)





하지만, 머리에서 체온 손실의 40-45%가 이뤄진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이야기가 나온 것은 미국에서 이뤄진 실험 연구 때문이라고 합니다. 옷을 벗고 있다면 머리는 체표면에 비례해서 체온 손실이 이뤄지지만, 방한복을 입은 상태에서 노출된 머리를 통해서 체온 손실이 많다는 것 때문에 생긴 이야기로 생각된다고 하네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머리라고 해서 신체 다른 부위보다 열 손실을 더 많이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J Appl Physiol 2006;101:669-75) 하지만 체온 유지를 위해서 겨울철 모자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연히 목도리도 하시고, 모자도 쓰는 것이 더 따뜻합니다.





그외에도 독성이 있는 꽃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제가 보질 못한 꽃이라서 소개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올해에도 재미있는 medical myth를 이야기해줬는데, 앞으로 년말마다 시리즈물을 이어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Source : Festive medical myths, BMJ,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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