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혁재씨가 지난 21일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급성 담낭염이란 담낭, 즉 쓸개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후 5시30분께 집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해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인천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처음에는 주치의로부터 스트레스성 위경련 진단과 과로가 겹쳐 당분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1일 새벽 또다시 통증을 호소해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추가로 담낭염 판정을 받았던 것이죠.
지난 21일 소속사 관계자는  "20일 입원해 회복되는 듯 했지만 오늘 새벽 통증이 더 악화돼 내시경, 초음파, X레이 등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급성 담낭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오후 3시에 수술에 들어갔다"고 말했는데, 이씨의 쾌유를 바랍니다.

두 가지 치료법 중 하나를 택하라면 수술을 택할 것
개그맨 이혁재씨가 지난 21일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출처 : KBS
이 뉴스를 접하고 제일 처음 찾아 본 것은 이씨의 나이였습니다. 이혁재씨는 73년생으로 37세였습니다. 제가 이씨의 나이를 처음 찾아본 것은 그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30대가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점도 있었고, 앞으로 담낭(쓸개)없이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급성 담낭염을 일으키는 담석(쓸개돌)
급성 담낭염의 원인은 90% 이상에서 담낭에 담석(돌)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혁재씨의 급성 담낭염의 원인으로 약 90% 정도는 담석이 담낭에 존재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담낭염이 외상, 선천성 기형, 당뇨병, 기생충 등과도 관계가 있지만, 이씨의 경우 정상적으로 생활하다가 갑자기 발병한 것이기 때문에 담석의 존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담석증에 걸린 소의 담낭에서 뺀 담석덩어리가 우리가 흔히 약재로 많이 쓰는 '우황'인데, 사람의 담석은 약으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서 담석의 생성을 막으면 담낭염도 그만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 되겠죠?

담석의 생성을 모두 서술하자면 복잡한 기전을 이해해야 하지만,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담석도 여러가지가 존재하는데, 성분상으로 분류하면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 주성분인 콜레스테롤 결석, 담즙색소가 주성분인 빌리루빈(bilirubin) 결석, 또 이 두 가지 것이 혼합된 결석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방성분을 많이 섭취하는 서양인에게는 콜레스테롤 결석이 많고 동양인에게는 빌리루빈 결석과 혼합결석이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서구적 식습관 때문에 콜레스테롤 결석이 우세합니다. 콜레스테롤 결석이라고 하면 동물성 지방이 많이 첨가된 식습관과 연관이 있겠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우루사(UDCA)와 같은 약물을 복용하기도 하는데, 효과가 제한적이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한편 적당량의 알코올이나 커피가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와 운동이 효과가 있는데요. 술과 커피는 과유불급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급성 담낭염을 잡아내는 특징적 증상들


급성 담낭염은 특징적 증상이 있습니다.

오른쪽 위쪽 복부의 압통과 발열, 백혈구 증가 등의 세 가지 징후가 나타나면 급성 담낭염으로 진단
하게 됩니다. 물론 이 3가지 증상만으로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힘들고 초음파 등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한편 급성 담낭염 환자의 약 3/4은 과거에 담도산통(biliary colic)을 경험했던 병력이 있는데, 이 증상으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도가 심해집니다. 이혁재씨도 수술 전 가슴 통증을 호소했는데, 평소 생활하는 가운데에도 담도 산통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하나의 특징적 증상은 머피징후(Murphy's sign)가 있는데, 이는 오른쪽 윗배의 갈비뼈 아래 경계부위를 가볍게 누른 상태에서 숨을 깊게 들이 마시면 갑자기 통증이 유발되어 숨을 더 이상 들이마실 수 없게 되는 현상입니다.


급성 담낭염, 치료는 어떻게 할까?


그런데 이혁재씨의 경우 수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급성 담낭염에서 수술을 했다고 하는 것은 담낭, 즉 쓸개를 제거했다는 것입니다. 담낭염은 쓸개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왜 염증을 약물로 치료하지 않고 수술을 선택한 것일까요?

급성 담낭염의 75%는 내과적 치료, 즉 약물치료에 반응을 합니다. 그러나 약 1/4는 1년 내에 재발을 하고, 약 60% 정도는 6년 내에 재발을 하게 되죠. 이쯤해서 산수 계산을 좀 해볼까요?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이 25%가 되고 치료에 반응하는 환자들 중에서도 6년 내에 재발하는 환자들은 45%(75% x 60%)가 됩니다. 총 70% 환자에서 약물치료가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뜻이겠죠? 결국 약물치료에 효과를 보는 환자는 3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25%의 환자들에게서 많은 경우 합병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더 위중한 응급상황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급성 담낭염, 왜 수술을 하지?


얼마나 위중한 응급 상황으로 가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 병명을 잠시 나열해 보겠습니다. 급성 담낭염의 합병증에는 기종성 담낭염(담낭에 가스를 만드는 균이 침입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 담낭농양(담낭 내의 담즙에 세균이 증식하여 농을 형성하는 질환), 담낭 수종(담낭이 맑은 액체와 점액으로 가득 차는 질환), 천공, 누공, 담석성 장폐색, 석회화 담즙 및 도자기화 담낭(담낭 벽이 석회화 되는 것), 미리찌 증후군(담낭 경부나 담낭관에 들어가 박힌 담석에 의해 총담관이 눌려져서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한 폐색이 일어나는 질환) 등이 있습니다.

얼핏 나열한 질환을 봐도 공포스럽지 않으신가요? 이들 질환에 잘못 걸리면 도자기화 담낭의 경우 담낭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고, 전신적으로 균이 퍼지는 패혈증은 물론이며,  심지어 담낭 내에 구멍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저라도 수술은 좀 꺼림직 하지만, 두 가지 치료법 중 하나를 택하라면 수술을 택할 것입니다. 결국 이혁재씨의 급성담낭염은 '지금'은 당장 위험하지 않고, 약물로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확률적 악화 가능성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수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수술은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합니다. 복강경이 없던 시절 담낭절제술을 하기 위해서는 대 수술이 필요했지만, 현재에는 배에 구멍만 몇 개 뚫어 비교적 간단하게 수술을 마치게 됩니다. 그래서 비교적 젊고 건강한 이씨의 경우에도 약 2~3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 회복할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재 이혁재씨는 KBS 2FM '이혁재·조향기의 화려한 인생'을 공동 진행하고 있는데, 개그맨 문천식씨가 1주일간 대신 활약을 해주신다는군요. 이혁재 씨가 어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웃통을 벗고 댄스를 췄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춤은 '이혁재 춤'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유명세를 탔었는데요. 이혁재씨가 수술 후에도 이전의 건강을 회복하여 '이혁재 춤'으로 멋진 신고식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씨의 쾌유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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