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온 피스타치오, 폐암 등 암 예방에 효과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오해하는 분이 계실 듯 해서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우선 기사를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간단한 내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피스타치오를 먹으면 폐암과 다른 암 발병률을 낮춰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독일 폐 재단이 밝혔습니다. 재단은 미국 텍사스 여자대학교 역학연구팀의 연구를 인용해 피스타치오에 들어있는 감마-토코페롤이 질병 유발 인자인 활성산소로부터 체내 세포를 보호해 암 발생을 막아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YTN - 피스타치오, 폐암 등 암 예방에 효과   2010/ 3/ 8
헤럴드경제 뉴스 - 피스타치오, '폐암' 예방에 효과   2010/ 3/ 8
조선닷컴 - 암 걸리기 싫으면 피스타치오를 먹어라    2010/ 3/ 8
메디컬투데이 - '피스타치오' 많이 먹으면 '폐암' 예방   2009/ 12/ 10


원 기사는 작년 12월에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다시 반복해 생산한 내용입니다.

독일 폐재단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이곳으로 가면 볼 수 있습니다.  (http://www.apria.com/resources/1,2725,494-1076901,00.html) 이 보도자료 관련해 해외 언론에 보도 된 내용이 2009년 12월 9일 Science Daily에 실렸는데 'Pistachios may reduce lung cancer risk' 입니다. 국내에서도 메디컬투데이에서는 같은해 12월  10일에 발행한 바 있습니다.

각 기사의 제목을 살펴보면, 피스타치오를 먹으면 폐암 예방이 될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사는 암에 걸리기 싫다면 피스타치오를 먹으라고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목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기사 내용에 나와 있듯, 이번 연구는 감마 토코페롤의 증가를 확인할 목표로 한 소규모 임상연구에 의한 것이며 폐암자체의 예방을 입증한 연구가 아닙니다. 따라서 피스타치오를 먹으면 폐암 예방이 된다는 표현 보다 폐암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감마 토코페롤이 피스타치오를 많이 먹을 경우 높아진다는 것이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제목과 국내 언론사 기사 제목간의 차이를 꼽으라면 may 라는 단어의 번역 유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About .com 에서는 'Eating Pistachios May Lower Lung Cancer Risk'라고 제목을 잡았는데요, 이 May라는 단어는 매우 중요합니다. 의학 연구 보고에 있어서 may 라는 단어가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may라는 단어는 연구의 제한점이 있음을 암시하고 확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칫 피스타치오가 폐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확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피스타치오를 먹으면 상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스타치오의 예방 효과는 가능성일 뿐,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생 위험을 상쇄해준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전에 당근주스가 폐암을 예방한다고 하여 떠들석하게 흡연자들이 당근주스를 애용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나중에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베타 카로틴을 흡연자가 지속적으로 먹으면 오히려 폐암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나왔죠. 그러나 아직도 많은 분들은 예전의 뉴스만 기억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흡연은 조절 못하시면서 아침마다 당근주스를 갈아 마시면서 암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스타치오 역시 그런식으로 우리 기억에 각인 될까 걱정됩니다.

이쯤에서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폐암 예방과 음식의 관련성에 있어 이렇게 보고 하고 있습니다.

몇몇 학자들이 과일이나 채소, 혹은 그것들이 함유하고 있는 미량영양소가 사람의 체내 산화물질에 의한 DNA손상을 막아서, 폐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아직까지 폐암의 예방과 음식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그 중에서 베타 카로틴(β-carotene)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시행되었고, 알파카로틴과 라이코핀, 플라보노이도와 이소티오시아네이트, 알코올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나 베타 카로틴은 흡연자에서 오히려 폐암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권장할 수 있는 폐암 예방법으로는 금연 이외에는 확실한 것이 없으며, 필요 이상의 미량 영양소들을 폐암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존의 일반적인 식생활을 유지하면서 토마토, 양배추, 브로콜리 등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포함한 균형 있는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모든 정보가 평생 기억해야할만한 건강 상식이 되지는 않습니다. 연구자 및 관련 기관들이 적극적인 보도자료 배포를 하고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그 사실을 홍보하다 보니 신뢰도란 부분은 간과하기 쉬운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럴 때일 수록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정보를 찾아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암에 관련한 정보는 국가 암정보 센터 (www.cancer.go.kr) 또는 암정보 전화 상담 1577-8899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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