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저질렀던, 자칫하다 환자의 목숨을 위험하게 했었던 나의 '과오'들.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고 반성해본다.


1. 의식 없음으로 (loss of consciousness) 내원한 환자.

어지러운 증상 외에 아무런 불편함 호소하지 않았고, neurologic exam에서 안구 운동이 안되었기에, 혈압이 80/50 임을 듣고도 아무생각 없이 brain CT를 처방했다. 하지만 brain 문제가 아니였다. EKG에서 V4,5,6 ST elevation이 된 acute MI에 의한 cardiogenic shock이 최종 진단. Arrest 발생 후 제세동, 다시 arrest 수차례 반복후 다행히도 무사히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이송하였다.

이 사건 덕분에 루틴하게 시행하는 EKG의 중요성을 깨닫다. 조금만 vital 이상한 환자들은 바로 EKG portable먼저 찍고 진료를 시작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2. 호흡 곤란으로 내원한 환자.

환자가 숨이 차다고 하고 응급으로 나간 ABGA상에서 metabolic acidosis만 보고 SpO2가 85%로 나와 바로 facial mask로 산소 5L/min으로 공급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진과 청진을 해보니 최종 진단은 과거력상 천식 진단 받았었고, 청진시 전폐야에서 wheezing 들리는 천식 급성 악화였다. 게다가 ABGA에서는 PCO2가 60 이상으로 만성적인 높은 CO2에 적응되어있던 환자였기에 갑작스러운 과량의 산소 공급으로 환자 호흡 중추가 날라갈뻔 한 것이다.

전공의 선생님 말씀 "아무리 SpO2가 낮아도 산소는 안전하게 2L nasal prong으로 시작하세요~"

마음만 앞서서 환자를 보살피겠다고 하다가 환자가 죽는 수도 있구나... 그래서 의사는 객관적이고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하나보다.


3. 위암병력이 있던 복통 환자.

혈액검사 수치에서 amylase 400 이외에는 아무 이상 소견 없었고, 등쪽으로 방사되는 심한 복통 호소. 췌장염 의심하여, (당시 병동에 자리도 없었기에) CT찍고 별 생각없이 췌장염이라는 소견서 작성하여 다른 병원 응급실로 보냈다.

결과적으로  CT판독에서 췌장은 아무 문제 없었고, 오히려 mechanical obstruction이었는데, 위암 병력등을 고려해볼때 수술이 필요한 surgical obstruction으로 판단된다는 과장님. 환자야 내가 쓴 소견서와 관계없이 잘 치료받고 회복했겠지만 타 기관에서 헛발 짚은 소견서를 보고 뭐라고 할까... 생각하니 낮뜨거웠다.

게다가 과장님이 "내 이름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소견서가 나갔다는 것이 부끄럽구나..."고 까지 일침을 놓으셨다.


4. 구토 동반된 복통 환자

명치 부분(epigastric area)에서 부터 시작되어 우측 하복부(RLQ)로 내려오는 매우 맹장염 의심되는 복통 호소하는 환자분. 맹장의심된다고 수술이 급히 필요할 수 있어서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가는것이 좋겠다고 권유했으나 검사 결과 보고 가겠다고 하신다.

결론은 과거력상 우측 신장 요로결석 병력있었고, 소변배양 검사에서 RBC 3+ 나왔다. 섯부르게 맹장이라고 증상만 가지고 진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다.


5. 도자기 접시에 팔(forearm)을 가격당한 환자분

내원 상시 팔이 심하게 부어있고 가격 부위에 압통호소 및 손목, 팔꿈치 움직이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x-ray에서 뼈에는 특이 소견 없었기에 간단히 splint후 뼈에 금 안갔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없다고 말씀드리고 귀가하시라고 했다.

다음날 부목을 왜 이렇게 아프게 대었냐면서 팔꿈치가 너무 아프다고 응급실로 전화가 왔는데...

결론은 radius였던가 ulna에 뼈가 골절되어 5mm x 5mm가량의 작은 절편이 떨어져 나와있는 것이 전날 찍었던 x-ray에서 확인되었다. 영상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문제. 그나마 다행이라면 부목을 대드렸다는 것이다. 환자분께 죄송하다고 사과드렸다.


6. 책상에 부친 이후 흉통 및 답답함을 호소하는 환자.

외상의 흔적 전혀 없었고, 압통도 심하지 않았기에 chest x-ray를 찍고 큰 문제 없어 보여 평일에 외래 오라고 하고 바로 퇴원을 권유했다.

결론은 기흉이었는데, 기흉임을 알고 보니 이건 놓친 것이 한심스러울 정도로 폐가 쪼그라들은 모습이 보이는 x-ray였다. ㅜㅡ

전화로 연락하여 응급실 다시 오라고 해서 x-ray찍어보니 폐가 절반 크기로 줄어들어있는 긴장성 기흉(tension pneumothorax) 상태. 긴장성 기흉의 응급성을 고려할 때 다행히도 큰 문제 없이 해결되었다.

기흉이 생길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기에 찾아보려고 조차 하지 않았던 것.

의과대학에서 그렇게 공부를 했음에도... 실제 진료를 해보니 미칠듯이 어렵다. 진정 학교에서 배운 수많은 내용들은 항상 일치하는 경우가 하나도 없고, 환자의 말을 어느정도까지 믿어야 하는지도, 어느 수준까지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지도 쉽지 않다.

내 잘못된 순간의 판단으로 한 환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뻔 했고, 실제로 위험했던 적도 있었다는 것에 자괴감까지 생길 정도.

전체적으로 볼 때, 이 환자는 분명 'ㅁㅁ병'일 것이다. 라고 판단하고 진료를 들어간 환자들에서 항상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다. 앞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선배들의 말처럼... 이렇게 배워가는 것일까?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