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어느 날 친절 서비스 광풍이 불어닥쳤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삼성을 필두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친절 교육이 범람했던 것 같다. 고객 만족이 아닌 고객 감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구호를 외치고, 전단을 돌렸다. 그리고 이제 사람을 상대하는 모든 곳에서 친절하지 못한 직원은 민원과 사과의 대상이 되었다.이런 친절 서비스는 애초에 어디서 비롯된 걸까. 나는 일본에 출장 다녀온 대기업 임직원의 머리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친절’하면 일본인을 떠올린다. 지나친 자기 낮춤(과잉 굽실거림)은 일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일은 무엇일까.남에게 사기를 당했다면, 틀림없이 억울한 일의 상위 순서를 차지할 거다.예를 들어보자. 500만 원 가격의 상품을 내가 고민 끝에 500만 원의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제 돈을 주고 구매했다면, 이 과정에서 억울할 사람은 없다. 단, 다른 사람이 이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동일한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에서 말이다.자신이 상품을 정가에 구매하고 이 상품의 품질에 만족했더라도, 타인이 동일한 물건을 (이를테면) 300만 원의 가격에 구매했다면, 500만 원에 구매한 사람은 마치 자신이 200만 원 이상의 손해
사람들은 내게 바쁜 와중에 뭐하러 글을 쓰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물론, 나도 시간이 남아돌아 글을 쓰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자꾸 쓰게 되는 까닭이 생긴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1단계 : 글을 쓰면 내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모이게 된다.예) ‘라면은 몸에 해롭지만, 맛은 있다.’라는 글을 쓰자, 맞장구를 치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이야기를 건넨다. (공명)2단계 : 내 생각에 자신이 없다가도, 내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만의 생각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긴다.예) 라면을 해로운 줄
동네 서점을 살리자고 시작한 일에 인터넷 서점의 판매고가 올라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YES24, 알라딘, 교보문고를 비롯한 인터넷 도서 판매 사이트들은 간만에 호황이다. 인터넷 서점들은 이번 호기를 놓칠세라, 90%까지 할인 폭을 높이며 남은 재고들을 모두 정리했다. 마진이 높지 않은 도서의 특성상 정가의 10%에 판매하면 무엇이 남을까 싶겠지만, 이게 바로 ‘떨이의 경제학’이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긴 상품은 아무리 싼 가격에 팔아도 판매한 만큼 추가 순익이 발생한다. 인터넷 서점은 이번 장사로 월동 준비를 넉넉히 마쳤다. 그렇다면 도서정가제가 시행
요즘 나의 진료 예약 스케쥴은 환자 한 명당 5분 간격이다.오전, 오후 진료 한 타임이 4시간이니까, 5분 간격으로 화장실로 다녀오지 않고 환자를 본다면 4시간에 48명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말이 5분이지, 초진 환자의 경우 죽었다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깨어나도 5분 안에 진료를 마치기가 어려운 점을 생각하면, 재진 환자는 더 짧게 봐야 하는 시스템이다. 대학교수인 내가 신작 영화 '카트'의 감독 인터뷰에서 화장실 갈 틈이 없어 방광염에 걸리는 마트 직원 이야기를 들으며 동료애를 느꼈다면 누가 믿을까.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증상이 복잡한 환자를 진찰하느라, 진료가 20분 가까이 길어지면, 어느새 밖에는 3명 이상의 환자가 대기한다. 마지막 환자가 왜 자신의 진료가 15분 넘게 늦어지느냐며 간호사에게
어제 뉴욕타임스에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이 얼마 전 유방절제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해서 크게 이슈가 되었습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그녀가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을, 그것도 암이 발병한 것도 아니고, 유방암 예방차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셨을 텐데요. 현대 의학이 전통적인 ‘병 진단 후 치료’에서 ‘위험성 진단 후 예방치료’의 형태로 변모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그녀가 수술을 결정한 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암으로 7년 가까이 투병하다 5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이 전량 회수 조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네요.어린이타이레놀은 전국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에서 정말 많이 처방되던 약인데, 걱정이군요.저도 많이 처방하던 약이거든요.오늘도 진료실에 들어오는 엄마마다 이 소식을 전하느라 입이 닳도록 설명을 했습니다.이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판매 금지된 약은 한국얀센의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500mL, 100mL 2종입니다.정부 발표에 따르면, 생산 과정에서 적정함량보다 많은 성분의 타이레놀이 제품에 들어갔다는군요.2011년 5월 3일 자동화 설비 교체 작업 이후, 약액(시럽) 충전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동화 설비인 액체충전기로 충전하지 못해 작업자가 나머지 약액을 직접 용기에 수동으로 주입하다 주성분의 함량이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네요.이번에 강제회수,
제 책이 새로 나왔습니다. ^^이번 주제는 ‘육아시크릿’ 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궁금한 게 정말 많죠.물론, 인터넷 검색만 해도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지나치게 많은 정보죠.^^;;)문제는 도대체 어떤 정보가 옥이고, 어떤 게 석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건데요.생각외로 생산자나 유통업자가 알바를 이용해 입소문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글을 읽다 보면, 종국에는 ‘이거 한 번 먹여보세요.’나 ‘우리 병원으로 오세요.’ 등의 자연스러운 마무리.어째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더구나 우리나라 병원의 진료실 풍경 또한, 엄마가 궁금한 걸 의사선생님에게 편히 오래도록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그렇다 보니, 궁금한 건 쌓이고, 답답한 속은 타들어 가죠.가끔 친한 친구들이 제게
[깜신의 비염 필살 지침서 시리즈]를 오랜만에 포스팅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네요. 일단, 오늘 포스팅의 목적은 예전에도 몇 차례 강조한 바 있었던 비강세척에 대해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비강세척,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아직도 많은 분이 모르고 계시거든요. 특히 약 먹이는 것도 조심스러운 소아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자, 지금부터 비강세척 왜 좋은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우리 아이들도 정말 가능한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비강세척(이라 쓰고, 코세척이나 생리식염수 세척이라고도 읽습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얼마 전 ‘넥시아’로 유명한 최원철 한의사가 내과의사 한정호 교수를 상대로 명예훼손 및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글쎄, 사람은 무조건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작년에 죽지 않고 살았더니, 연초부터 이런 재미난 뉴스를 듣지 않나 말이다. 내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딱 용의자와 형사 사이에서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 정도다.'어느 나라에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용의자와 형사가 있었던 거야.형사는 범인을 잡으려고, 밤낮을 쉬지 않고 잠복과 탐문 수사를 했지.그런데 용의자가 어찌나 주도면밀한지,쉽게 잡을 수가 없었어.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로 고소장이 날아든 거야. 용의자가 형사를 상대로 사생활침해와영업방해 혐의로 고소를 한 거지. 한순간에 형사는 용의자를 스토킹한 범인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어.’어때, 재미
집 안방에서 신문을 보시며, 담배를 태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나?맞다. 그런 시절도 있었다.우리 아버지도 마찬가지셨다.진지를 드신 후에도 밥상을 조금 밀어내시곤 어김없이 담배를 태우셨지.아마 담배 연기를 온전히 피할 수 있는 곳은 전국을 탁탁 떨어 몇 평 남짓이나 되었을 거다.그런데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이제는 거꾸로, 흡연자들이 마음 편히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식당이나 커피전문점은 물론, 이제는 호프집에서도 담배를 피우기 어렵다.(설마, 지난 8일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야기하자면, 150㎡(약
병원에는 늘 잦은 기침 때문에 살 수 없다고 울상을 짖는 환자가 넘쳐 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침이란 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지라 참으려야 참을 수도 없고, 온종일 기침을 하면 마라톤이라도 뛴 듯, 체력 또한 바닥내기 십상이다. 그런데 기침으로 병원을 찾아도, 단박에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해주는 의사는 없다. 의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기침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지금부터 변명 아닌 변명에 더해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오묘한 기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바로, 시작하자.기침이라고 모두 같은 기침이 아니다.기침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기침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게 순서다. 기침은 우리 몸이 가지는 반사작용 중의 하나다. 날아오는 공을 몸이 알아서 피한다
알레르기성비염 치료에 비염스프레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포스팅한 바 있다.혹시, “여전히 비염스프레이가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요??”라며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독자라면, 예전 글부터 읽고 오시라능..비염치료의 효능면에서는 여타 치료제에 비해 월등한 편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환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하는 게 바로 비염스프레이. 가장 큰 이유는 효과 발현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보다 길다는 점.(일반 비염약은 먹고 나서 한 시간 정도면 효과가 나타남. 그런데 비염스프레이는 적어도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 이상 매일 뿌려야 효과가 나타남.)하지만, 그 점 말고도 비염스프레이가 먹는 약보다 불편하다는 환자들도 여럿이다.그 이유는 코에 물약을 뿌리는 느낌이 거북하다는 것. 때로는 비염스프레이약이 목
수면제가 사망률을 높이는 것 같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네요.심지어 암 유병률을 높이는지도 모르겠고요.2012년 2월 27일 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이번 연구를 잠깐 살펴보죠.이번 연구는 최근 2년 반 동안 수면제를 처방받은 미국인 10,531명과 나이, 건강상태, 배경이 비슷한 대조군 23,674명의 사망률과 암 발병률을 비교한 겁니다.그랬더니, 1년 동안 182정 이상의 수면제를 복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5배나 높았다는군요. 연간 18~128정을 복용한 사람들은 4배, 연간 18정 이하를 복용한 사람들조차도 사망률이 3.5배나 높았다는 겁니다. 더욱이, 수면제 복용자들이 암을 진단받을 확률도 수면제 미복용자들보다 35%나 높았다고 합니다.수면제를 복용하는 한
평소에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입에 달고 다니던 별이가 말이죠. 이번에 아주 큰 건을 하나 했습니다. ^^별이엄마는 무척 속상해 했지만, 별이 애정 랭킹에서 매번 후순위를 차지하던 저로서는 나름 즐거운(?) 하루였죠. ㅋ즐거운 하루 시작하시길 바래요~ ^^
별이가 산타할아버지의 진실을 모두 알아버린 건 아니고요.유치원 산타는 가짜지만,진짜 산타할아버지는 틀림없이 계시고,대신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으로 직접 오신다고 믿고 있네요.결국 엄마,아빠만 또 바쁘게 생겼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 궁금하군요. ㅋ 추) 이 웹툰을 그리는데, 별이도 함께 그림을 그렸어요.꼭, 함께 올려달라는군요. ^^;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언론에 오르면서 한동안 시끌시끌했다.그리고 드디어 보건복지부에서 백성을 어여삐 여겨 가습기 살균제 살생부를 작성하여 배포하기에 이르는데…참, 많이도 늦은 감이 있다.이미 많은 전문가가 예전부터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여기서 깔때기 하나.2009년 12월 14일에 발행된 깜신의 포스팅이다.(출처: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뉴스를 꼼꼼히 살피시는 주부님들이라면 이미 남은 살균제쯤은 변기에 버리셨으리라 믿지만, 그와는 별개로 최근 가습기에 대해 쏟아지는 질문을 묵과할 수 없어 오늘날을 잡아 정리하는 바다.LG전자 에어워셔, 시장서 돌풍 by LGEPR (해당 사진은 본 포스팅 내용과 무관합니다.)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된 건 가습기가 세균들이 번식하기에 더할 나
부제: 김남훈의 원펀치, 허위 장애진단편 단상최근 KBS2에서 방영 중인 호루라기 두 번째 코너 '김남훈의 원펀치'지난주 주제는 허위 장애진단과 관련된 내용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중개인을 통해 모 병원에서 장애진단서를 받고진짜 장애인 대신 여러 혜택을 가로챘다는 고발 내용아. 부끄럽고 슬프고 심란하다.부끄러운 이유: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한 사람이니…슬픈 이유:오죽 먹고 살기 어려웠으면, 의사가 그런 짓을 다 했을까.심란한 이유:누군가는 허위 진단서로 가스차도 사고 교사임용도 성공했고.이제 이런 편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공연하게 소문이 났으니당분간 외래에 진단서 해달라는 사람들 줄을 서겠구먼…실제로 진료를 하다 보면, 허위 진단서를 꿈꾸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나는 이비인후과 진료를 하다 보니
지난주 무한도전, 다들 재미있게 보셨나요?저도 언제나처럼 재미있게 시청했습니다.최근 방송심의위원회의 말도 안 되는 딴지에 굴하지 않고,항상 새로운 소재로 방송을 뽑아내는 김태호 PD의 역량이 정말 크게 느껴지더군요.그런데 이비인후과 의사인 제게는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보였습니다.바로, 서로 귀지를 파주는 장면 연출입니다.귀지를 파는 건 정말 귀 건강에 해로운 잘못된 습관이거든요.이미 제 블로그 초기부터 두 차례에 걸쳐 전달했던 내용인데요.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귀지는 외이도의 분비선에서 만들어지는 생리적 외이도 보습&보호제입니다.약산성을 띄고 있어서, 세균의 증식을 억제해주고요.라이소자임 등의 항염증 물질 등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지요.또, 기름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외이도의 건조증을 막아주는 보습제
첫 번째 시간을 건너뛰셨거나, 주인장의 업데이트가 너무 늦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시는 독자님이라면 아래 링크로 앞글을 먼저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비염 때문에 오른쪽 그림처럼 부풀어 오른 하비갑개를 수술로 다시 축소 시켜주는 수술이 비염수술인 거죠. 몇 년 전까지 가장 많이 했던 비염수술이 레이저 수술입니다. 설마, 이런 모습을 상상하시는 건 아니죠?! ^^‘레이저’라는 이름이 주는 환상이 있는 모양인지 환자들에게 호응이 높았던 수술이죠. 하지만, 레이저라는 게 그리 특별한 건 아닙니다. 아주 작은 범위에 집중적으로 열을 전달할 수 있는 화염방사기 정도라면 적당할까요. 정말 그렇습니다. 비염수술은 비염 증상을 일으키는 비강 점막의 일부에 화상을 입히는 수술입니다. 일반 피부에 화상을 입은 환자들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