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오면서, 80년대 소설이 추구했던 이상과 열정은 더 이상 소재거리가 되지 않았다. 대학생은 학생운동을 그만두고 취직을 위해 토익과 토플을 공부했고, 작가는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만의 세상을 꾸며나갔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 속에서 맥주와 담배의 브랜드가 자신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도구가 되었다. 락카페와 버드와이저, 말보로로 상징되던 그 시절의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던 퇴폐와 허무, 염세주의.그 시대의 한쪽에는, 버드와이저냐 밀러냐를 선택하기에 앞서, 맥주를 마시는 것 자체가 사치인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90년대 한국소설에서 마치 없는 사람처럼, ‘유령’처럼 취급당했다. 작가 이명랑은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영등포시장에서, 90년대 한
독서를 통해 느끼게 되는 서양의 사고방식은 동양의 그것과 무척 다르다. 하나의 결론을 미리 설정해놓고 다양한 관점에서 결론에 대해 논리적 설명을 하는가 하면, 다양한 문제제기를 통해 논리를 전개하여 마지막에서는 공통된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낸다. 학위를 위해 논문을 써 보았거나, 서양의 수많은 저자들이 써낸 책들이 산더미처럼 존재하는 시대에 조금이라도 책을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논리나 전개방식에 대해 매우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왠지, 결론에 이르고 난 후의 느낌은 '그렇구나'하는 깨달음과 성취감과 함께 약간의 허탈함이 생긴다. 마치 산꼭대기에 올라 더 오를 길이 없어 이제 내려가야 한다는 느낌처럼, 열심히 산을 오르며 열과 땀으로 데워진 몸이 이제 막 내려가려 움직일 때 불어오는 바람에 한기를
항암치료를 받으러 외래에 오면 환자는 일단 피 검사부터 합니다. 그날 피검사 결과에 따라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몸상태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니까요.피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 시간 이상 외래 대기실에서 기다립니다.자기가 예약한 시간이 넘어도 앞 환자들 진료에 밀려 내 진료 시간은 지연되기 일수 입니다. 그 전에 CT라도 찍었다 치면 그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에 초조함이 더해집니다.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잔뜩 긴장해서 1분 1초가 영겁처럼 느껴집니다.그렇게 애타는 마음으로 두어시간 진료를 기다리다가 겨우 주치의를 만나게 됩니다.그렇게 들어간 진료실, 의사는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있습니다.내 인사에 답을 하는 둥 마는 둥 의사는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게 저의 모습입니다
옆 동네에서 근무하시면 모 선생님에게서 선물로 받은 책.병리학적으로는 주위 조직을 파괴하며, 전이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는(Robbins 책을 꺼내기 참 어려운 곳에 있어서 확인할 수는 없는) 악성 종양에 대하여 종양전문의(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를 전공하신 선생님께서 저술한 책이라고 한다.악성 종양의 역사는 꽤 오래된 것으로 보여지며,책의 내용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서도 유방암으로 추정되는 질병의 기술이 있다고 한다. 당시의 치료법은 없음.아마도 관찰에 의한 방법에 의하여 일련의 질병에 대하여 기술한 것으로 판단된다.당시 인구의 평균 연령이 현재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같은 나이에 놓고 비교한다는건 문제가 있겠지만젊은 나이에 생겼을 것이라는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아마 TNBC 가 아
기록의 생생함을 온전하게 하는 데에는 주제와 구성방식과 기록방법과 분위기등의 많은 요소에 정성을 들여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험한 이들이 온전한 기억을 가지고 말로서 정확히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체적 시간의 어느 지점안에서 구술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5.18의 광주와 4.3의 제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33년 전의 과거와 65년 전의 과거는 인간의 기억력에 따라 구술의 정확성에 차이를 주기 충분한 시간차이다. 이러한 시간차에는 폭력을 자행한 당사자인 정권이 망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고, 역사의 변화가 침묵의 봉인을 조금 빨리 해제시켰다고 하면, 5.18은 다행스럽게도 조금 일찍 진실을 알 수 있게 된 역사의 장면이 된 것이다.
무인 비행기와 무인 쿼드콥터는 현재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멕시코 음식인 타코를 주문한 사람들의 바로 앞에 배달하기도 하고, 도미노 피자는 피자를 배달하는 쿼드콥터를 제작해서 실제로 테스트 배달에 성공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하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영상을 촬영하는데 무인 쿼드콥터를 이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tvN에서 방영한 "꽃보다 할배"의 스위스 루체른편에서 루체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무인 쿼드콥터를 이용한 촬영화면을 내보냈고, 주변 관광객들이 할아버지들보다 무인 쿼드콥터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상황을 방영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는 무인비행기에 대해 또 한 가지 가장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의외로 농업분야이다. 무인 비행기나 무인 쿼드콥
'인민의 사유'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그것은 얼마만큼의 부피를 가져야 보편적이 될 것이며, 얼마만큼의 부피와 깊이를 지녀야 '지식인'으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인가.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인민의 사유'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위고의 말처럼, 인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배고픔과 빵이라면, 그것은 사유의 영역이 아닌 본능의 영역이 아닌가. 사유를 통한 인간의 구분기준은 사유의 유무인가 아니면 사유의 부피와 깊이의 차이인가. 사유와 이론이 뒤섞이고 교배하여 만들어내는 수많은 생각과 이를 표현하는 수많은 말과 글들은 어쩌면 '사유할 줄 아는 인간'만이 가능한 능력이자, 사유하는 인간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자연적 현상인지 모른다. 교배와 뒤섞임으로 태어나고 변화하여 창궐하는 수많은 생각속에서 건져진
우리들 살아가는 세상은 중독들로 넘쳐납니다. 인터넷중독, 도박중독, 스마트폰 중독...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죠. 코이케 스님은 중독은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라고 합니다. 공감가는 부분입니다. 끊임없이 원하는 것과 계속 즐거움을 얻는 것은 다르죠. 게임을 할때 처음엔 즐거움을 얻을지 모르지만 자꾸지면 화도 나고 스트레스도 받고 피곤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은 더 하길 원합니다. 이게 바로 고통이라는 거죠.또 하나, 우리는 우리자신을 컨트롤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를 컨트롤 하는 것은 반사작용이라는 것(혹은 무의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이케스님은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반사작용의 노예로 살아왔다...이를 극복하려면 이런 사실을 알고 의식적으로 이를 버릴 수 있다고 주장
신경과 전문의를 취득한지 얼마 안 된 내 의국 후배는, 최근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하루 30명도 채 안 오던 병원인데, 지금은 80명이 넘는단다. 환자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출판사 현대문학 | 2012-12-19 출간카테고리 소설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따뜻한 핫초코 같은 책입니다. 추리소설작가로 알려져 있던 그가 이렇게 따뜻한 술을 대접할 줄은 아무도 몰랐겠죠...차가운 애플 마티니가 아니라요^^ .(작가의 대표작으로 용의자의 X의 헌신이 있는데, 한국에서 큰 히트를 기록했었죠.) 여러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연결되어- 커다랗게 마무리 되며 끝납니다. 흡입력 하나는 끝내줍니다. 그의 다른 소설들 처럼요. 풍경 및 인물의 주절주절한 묘사가 없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중요한건 스토리라고 얘기하는 듯 합니다. 별 4개 드렸습니다.
오타쿠는 일본에서 시작된 단어다. 상대방의 집을 높여 부르는 말 '귀댁(お宅, おたく)'이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됐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비디오 등에 취미가 있던 사람들이 만나서 ‘귀댁(오타쿠)에서는 어떤 애니메이션을 즐겨보십니까?’와 같은 대화를 나누다가, 그것이 애니메이션, 게임과 같은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초기에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사교성이 부족한 은둔형 외톨이를 뜻했으나, 요즘 들어서는 한 분야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나 전문가를 지칭하기도 한다.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종교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여서는 아니된다. 또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 또는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집회를 할 수 있는 권리와 고충 처리를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여서는 아니된다.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
총,균,쇠의 저자 제라드 다이아몬드가 문명은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추적한 책입니다. 이 분의 책답게 원주민들이 살았던 작은 섬의 붕괴부터 현대문명까지 동서양을 망라하는 거대한 스케일이 돋보이네요. (무려 700페이지에 이르는...사전두께의 압도적인 스케일입니다~!) 환경보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제주도는 제선충의 여파로 소나무들이 말라죽어가고 있는데요...개발도 좋지만 무분별한 개발은 결국 제주 지역사회를 가난으로 내몰 뿐이라는 걸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환경을 보호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 혼자 환경보호한다고 설치면 세상이 바뀌나?' 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들 이렇게 생각하면 환경은 결국 파괴되겠죠. 환경이 재산이란 걸 인지하고 행동하시
나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일지도 모른다. 과도한 의료비용의 증가를 우려하면서도 고비용의 표적치료제를 보험으로 환자에게 쓸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제한된 돈과 자원문제라고 한다면우리의 비용지출구조를 다시 점검해 볼 필요는 없는 것일까?꼭 모든 암환자에게 5% 본인부담금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매우 낮은, 각종 암의 0기 환자들도 다 5%만 낸다. 그래서 건강검진차원에서 PET-CT를 찍고, 머리가 아프면 MRI를 찍는다. 몇만원 안드니까. 진료실에 있다보면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 를 자주 경험한다. 또 다른 재원 조달 구조는 없는 것일까?[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229" caption="Wikipedia i
마시멜로 이야기, 바보 빅터 등으로 유명한 호아킴 데 포사다가 2년 만에 신작을 냈다. 제목은 99도. 99℃작가 호아킴 데 포사다출판 인사이트북스발매 2013.07.10 마시멜로 이야기 시리즈와 바보 빅터는 베스트셀러다. 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일단 쉽게 읽을 수 있고, 마지막에 뭔가 배울 점이 남는 책이었다. 전형적인 ‘착한 책’이다. 호아킴 데 포사다의 신작이라기에 관심이 갔지만, 어쩐지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뭐랄까. 뻔할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어떤 뛰어난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우리는 열광한다. 그 가수가 2집, 3집을 내고 좋은 노래를 계속 발표하면 우리는 여전히 흥겨워한다. 하지만 5집, 6집을 내도 그 인기를 유지하기란 힘든 일이다. 음악의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패턴에 질
일제 강점기만큼 투쟁의 대상이 명확한 시대가 있었을까? 식민지라는 현실이 외부에서 침입해 온 적대적 대상이 존재한다는 의미라면, 독재라는 내부의 적을 상대해야 했던 한국의 근대사에 비해 무엇을 해야할까라는판단은 비교적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한병철 교수가 말하는 면역학적 사회, 어떤 형태로든 상대해야 할 대상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회로 보자면 일제 강점기만큼 그 정의가 확실하게 다가오는 시대도 없을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친일을 일삼은 조선인이라는 내부의 적, 조선인을 돕고 이해하려는 일본인이라는 적안의 양심 등등의 복잡하고 다양한 면면을 볼 수 있겠지만, 일단 이런 세부적인 면면은 접어두고 서술한다.면역적으로 반응을 일으켜야 할 대상이 매우 분명한 시대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은
한가한 토요일 정오.띵띠디딩 하는 알람소리와 함께 "코드블루 9층 1병동 외과"라는 방송이 나지막히 울려 퍼졌고,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고 있던 1년차는 빛의 속도로 병동으로 튀어올라갔다.신경외과나 내과에 비해 비교적 코드블루 방송이 울리지 않는 외과인데다가, 서울에서 근무할 때는 코드블루 방송이 울리면 외과 각 파트의 펠로우 선생님들과 여러명의 고년차 선생님이 우르르 몰려오기 때문에 병동일을 해야 하는 1년차들은 정작 CPR 상황을 manage할 일이 없었다. 누군가 있겠지 하는
천년의 금서작가 김진명출판 새움발매 2009.05.20 90년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썼던 김진명 작가는 그 후로도 집필활동을 계속해왔다. 비록 전작만큼의 인기에는 못 미치지만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소설도 많았다. 최근 들어 ‘고구려’라는 소설로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김진명 작가의 여러 소설 중, ‘천년의 금서’는 대한민국 국호 ‘韓’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치밀하고 방대한 조사를 통해 풀어간다. 김진명은 민족주의 성향이 짙은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소설 역시 같은 맥락을 지닌다. 지나치게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위대함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읽고 나면 뿌듯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이 김진명 소설의 부정할 수 없는 장점이자 매력
경험은 무언가 이야기거리를 만든다. 단순히 경험에 대한 이야기의 확장이 될 수도 있지만, 거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식을 더한다면 이야기는 깊고 넓게 증폭된다. 증폭된 이야기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 이상의 생각을 만들어 준다. 잔잔한 공감이 되는 이야기라면 아마 감동까지도 선사할 것이다. 나의 경험에 나의 생각을 더하여 타인에게 들려준다는 일은 그런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경험은 제목처럼 철학자가 늑대와 함께 한 11년간의 동거를 말한다. 우연히 늑대를 키우게 된 철학자의 경험이 철학자 자신의 생각과 만나 깊고 넓게 증폭된 인문학적 경험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덩치가 큰 개를 원했던 철학자가 늑대를 만나 함께 생활한다는 것 자체로도 독특하긴 하지만,
[9월 테마 레터]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지켜요!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 유방암센터 이시연유방은 여성의 몸에서 가장 여성스러움을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방에서 발생되는 유방암은 현재 우리나라 여성에게 발생하는 전체 암 중에서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암입니다. 유방암의 치료는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침범하지 않는 한 수술을 받으셔야 합니다. 또한 유방암은 일찍 진단되면 치료 성적이 매우 좋으므로 유방암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합니다.유방암 환자를 진료할 때 듣는 질문을 정리하여 이 자리를 빌어서 유방암 검진에 대하여 소개하려 합니다. 유방암 검진을 통하여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지켜냅시다.1. 유방암 검진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