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형은 세대론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읽고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세대를 가늠해보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떤 세대에 속한 사람이었던가. 94년도에 대학에 들어가 386세대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았고, 당구가 저물고 스타크래프트가 뜨는 순간을 체험했으니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단어였던 x세대쯤 되지 않을까 가늠해본다. 베이비붐 세대라며 취업의 고통을 하소연하던 학번은 하나 높지만 나이는 조금 많던 다른과 선배의 모습이 얼핏 떠오른다. 하지만 선배의 하소연 직후, IMF는 우리를 급습하였고 모두가 힘들다는 시대에 명예퇴직을 종용받던 아버지의 버팀으로 다행스럽게도 나는 학자금 지원이라는 수혜를 받으며 무사히 의대를 졸업할 수 있었다. 이후 군의관시절, 경제위기의 긴 여파로 인하여 젊은 친구들
최근 서울시를 공유도시로 선언하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 앞서 공유도시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Shareable.net 이라는 훌륭한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도시를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좋은 글이 실려서 그 내용을 요약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좀 담아서 소개하고자 한다.무엇보다 이런 시각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산업시대'에 최적화된 도시와 앞으로 우리가 개척해야 하는 미래가 요구하는 도시
군병원은 일반 병원과 조금 다른 특성이 있는데, 일단 일종의 네트워크 병원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800병상이 조금 넘는 수도병원을 비롯해 대전이나 부산 등 400병상 이상의 후방 중대형 병원들과 일동, 춘천 등 200병상 미만의 전방지역의 중소형 병원들이 서로 환자를 공유하는 형태다. 전방병원에서는 주로 경상 환자들을 다루고, 중증 환자나 수술이 필요한 급성기 환자들은 수도병원에서, 기타 후방병원들은 수술후 요양이 필요하거나 만성 환자들을 받는다. 전시상황을 염두에 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설명드릴려구요.대상포진은 우리 몸에 있는 바이러스 (varicella zoster virus) 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기승을 부리며 찾아오는 병입니다. 대개 60세 이상, 나이가 들수록 발생율이 높아집니다. 어렸을 때 수두(비슷한 계열의 바이러스로 어렸을 때 걸리는 병이죠) 를 앓았어도 또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수두는 물집이 생기면서 가려움증이 동반되고 신체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것에 비해 대상포진은 신경이 분포하는 자리를 따라서 통증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367" caption="Wikipedia image - Varicella (Chickenpox) Virus"
58세 유방암 환자.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8번 항암치료가 예정되어 있는데 항암치료 3번 받고 문제가 생겼다.바로 치질.평소에 자기한테 치질이 있는지 잘 모르고 지냈던 분들도 있고, 몸이 힘들 때면 가끔 치질이 나오기는 했지만 좀 쉬면 바로 들어가서 별 문제가 없던 분들이 항암치료 중 치질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우리가 대변을 보기 위해서는 적절한 복압을 이용하여 연관된 여러 근육들의 조화로운 운동을 조절하는 다이나믹(!)한 과정이 진행되는데 여러 원인으로 인해 장 점막 하 조직이 압박되면 주위 혈관들이 충혈되고,
내가 좋아하는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그와 뜻을 함께 하는 절친한 친구가 얼마전 위암을 진단받았다며 암환자를 보는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그의 목소리에 눈물이 묻어난다.나랑 동갑인데...검사를 하고 보니 수술할 수 없는 단계라고 했나봐. 수술을 못하고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종양내과 의사를 만났다는데 의사를 만나고 온 친구가 항암치료보다는 자연요법으로 자기 몸을 다스리며 치료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으냐...정신과인 그에게 일일히 설명하는 것 보다 환자랑 직접 통화를 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직접 전화하시라고
'중환자실에서의 완화의료 (Palliative care in ICU)' 라는 주제로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중환자실에 입실하는 여러 유형의 환자들예를 들면 수술 후, 사고, 급성질환, 만성질환이 악화된 경우, 소아환자, 그리고 암환자 중에 내가 강의를 준비하는 부분은 암환자. 그 중에서도 완치 목적으로 수술을 하기 전 후의 조기 암환자들이 아니라 4기 암환자들의 중환자실 치료에 관한 내용이다. 중환자실은 unlimited treatment 가 제공되는 공간이다.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실했다는 것은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관삽관, 심폐
조지 오웰의 수많은 에세이와 단편의 글들 중에 추려내어 엮은 이 책을 통해 나는 나를 되돌아 볼 수 밖에 없었다. 굳이 오웰의 글이 아니더라도 정말 매력적인 글을 써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부러움과 동시에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기제이다. 글을 쓴다는 일은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그것을 기술적인 문제와 글로 표현할 생각의 깊이와 폭의 문제로 나누어보면 나는 이에 관한 다양한 고민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한다. 기술적인 면은 글쓰기라는 재능으로 자연히 해결이 되거나 글쓰기 연습을 통해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지는 많은 재능은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수준은 이룰 수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오웰의 글이 보여주는 간결하고 명쾌한 면모
한가지 분야에 몰두할수록 시야는 좁아진다. 시야가 좁아지면 이해의 폭도 좁아지는데, '전문집단의 권력화와 무지화'는 이런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 현상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학생시절, 국영수와 물리화학등 각각의 과목이 왜 따로 존재하기만 하고 연관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던 듯 하다. 세상은 그렇게 각각의 분야가 서로 스며들듯 감싸안지 못한 채, 경계가 명백한 퍼즐조각이 서로 맞물려 딱딱하게 구성되는 그런 구조인가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오래전의 고민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은 듯 싶다. 하나의 분야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막연한 생각은 역시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이런 실제적이고 명쾌한 설명으로 마주하는 답은 정말 반갑기까지 하다. 분야의 중심은 경제학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외래에서 웃음꽃이 피어나는 때가 있다. 나는 그 순간이 매우 소중하고 기쁘다.그런 찰나의 기쁨이 일상의 무기력함과 슬픔, 분노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게 되어 내 외래를 처음 오신 40대 중반의 여자 환자.나보다 나이가 두살 많은데 참 예쁘다.같은 여자지만 말도 곱게 하고 얼굴도 곱고 여러모로 참 예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처음 유방암을 진단받고 잔뜩 긴장한 환자에게 집중하느라 보통은 보호자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한 채 환자에게 촛점을 맞추게 된다.실컷 울고 들어와서 이미
트니스 월드 몸짱의사입니다. 오늘은 좀 씁쓸했던 환자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수개월 전 남자분이오셨습니다. 목도 뻐근하고 어깨도 아프다는게 주증상이었습니다. 대략 2년전부터 증상이 생겼는데 병원오기 1~2주전부터 증상이 아주 심하졌다는 겁니다.진찰을 해보니 목~어깨 주위 근육도 많이 뭉쳐있고 우측 어깨는 움직임시 통증도 심하고 가동범위도 아주 많이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회전근개와 주변 근육 힘줄에 탈이난게 확실한거 같아서 검사를 좀 하자고 하니.... 환자분이 거절을 하십니다. 나 : 어깨 관절을 안정시켜주는 힘줄에 문제가 생긴거 같습니다. 검사를 꼭 받으셔야 겠어요.환자 : 아니요 그냥 약이랑 물리치료만 할래요....나 : 상태가 많이 안좋으신데.... 이정도면 약이랑 물리치료로 큰 호전이 없을거 같
나의 진료실 태도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일부 병원 서비스 평가 기관에서는 진료하는 의사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서 의사의 진료시 태도를 평가를 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외부적인 평가나 점수 때문이 아니라 의사 스스로 자기의 진료시 매너나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객관적으로 관찰 수 있게 해주려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 같다.어떤 객관적인 평가도 제대로 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진료하는 의사의 태도, 말투, 제스처 등을 관찰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진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기준이 꼭
노트르담 (Notre Dame) 대학에서 나온 ‘Policy for the Use of Animals for Blood Feeding Mosquitoes’ 같은 것을 찾아보게 되었다.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실험 동물 한마리에 얼마나 많은 모기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가를 안전성과 윤리적 측면에서 규정해 놓은 짧은 문서다. 어쨋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꽤 많이 들어있다. 일단 "체중x0.06(체내 혈류량)x0.2(쇼크를 일으키지 않고 잃을 수 있는 일회 혈액 손실량)"을 한회 최대 한혈(?) 가능한 양으로 잡고 있다. 여기에 한마리의 모기가 일회
“선생님, 저 다음주에 우리 아들 결혼식이 있어요. 항암치료를 좀 미루면 안될까요?”“그래요? 결혼식 날짜가 언제이시지요?”“8월 18일이에요”“미리 이야기 하시지 그러셨어요 오늘 항암하면 그때가 백혈구 수치 떨어지고 컨디션이 가장 안 좋을 때 인데요. 음… 항암치료를 좀 미룹시다.”“그래요 저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행사니까, 우선 결혼식부터 잘 치르시구요, 항암은 결혼식 다 치루고 나서 직후에 합시다.”우리나라 정서상 대부분의 부모는 애들을 시집장가 보내놔야 부모로서 내 할 도리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암을 진단받고 기대여명이 수개월 혹은 1~2년 밖에 안된다고 하면, 부모로서는 자녀들 결혼을 서두르는 경우가 흔히 있다.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빨리 식을 올리고, 애들
내 환자 중 입원을 하고 있는 환자들은 대개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난 왠만하면 입원을 잘 안 시킨다. 잘 먹고 잘 이겨내 보시라고, 최선을 다하는데도 잘 안되면 그 때 입원하시라고 한다.우리 환자들은 컨디션이 왠만하면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다 하기 때문에 입원을 했다는 것 자체가 특별히 뭔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래서 입원한 환자의 경우 심각한 가족 면담을 자주 하게 된다. 뇌, 안구, 폐, 뼈, 림프절로 15년만에 재발된 40대 초반의 여자 환자.두통이 있다가 눈이 아파서 안과를 갔다가 재발이 의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최초로 찍은 흉부 엑스레이가 허옇다. 공기가 통하면 까매야 하는 부분이 온통 허옇게 나왔다. 까만 부분이 거의 없다.나는 그녀의 사진을 리뷰하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의 시대에 있어 맑시즘이 어떤 의미를 지닐지 잘 모르겠다. 맑시즘에 기초한 현실사회주의가 붕괴한 지 20년도 넘었고, 사회주의의 변형태라 볼 만한 중국식 사회주의나 북한의 사회주의는 철저한 통제에 기반하여 자본의 본질을 더욱 추종하는 자본주의로 변화되거나, 권력세습에 몰두한 변질된 독재사회로 남았을 뿐, 시대적인 영감을 세상에 부여하는 힘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분배의 공정한 재구성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남미국가들의 실험적 시도에 주목해 볼 수도 있겠지만, 맑스의 자본론이 보여주는 역사적 시나리오와 권력의 순환관점에서 보자면 남미국가들의 시도는 매우 온건하고 불완전해 보이는 면이 있다. 현실사회주의도 결국은 정치적 현실이었다. 맑스의 자본론은 그런 점에서 맑스자신이 예상해 본 일종의
사회적 지분 구상을 어느정도 실행 중에 있는 영국의 사례를 통해 시민급여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들이 발견되고 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런저런 제안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소득이나 사회적 지분급여가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이지만은 않다는 현실적 근거를 제시한다. --------------------------------------------영국은 사회적 지분 급여구상을 실제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첫 번째 국가이다. 토니 블레어 정부는 아동신탁기금(Child Trust Fund)을 도입했다. 이는 보편적 급여로 자산조사를 통해 급여가 추가되고 모든 아기들에게 태어나자마자 주어져 펀드에 투자되었다가 아동들이 18세가 되면 사용할 수 있게 된다.정책정부는 20
중부지방은 연일 비가 오고 흐리다는데 부산은 연일 땡볕에 무더위입니다. 이럴 때는 책이 최고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도 더우니까요. 그래서 책을 몇 권 사서 밤마다 읽었는데 그 책이 바로 아래의 두 권입니다. (하비 리벤스테인, 지식트리)와 (임종한, 예담), 이 두 책은 식품에 대한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는 식품과 관련된 루머를 격파(?)하는 책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꼼꼼하고 실증적인 역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매우 풍부한 사례를 중심으로 식품에 관한 담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세균, 우유, 요구르트, 비타민, 소고기, 지방, 콜레스테롤이 어떤 흥망성쇄를 겪었는지 보다 보면 과연 식품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비 리벤스테인
여러분은 음식 먹기 전에 늘상 하는 습관 같은 게 있나요?밥 먹기 전에 기도를 꼭 한다던가..맛 보기 전에 냄새를 먼저 한 10초 맡으면서 음미한다던가아래는 자일리톨 맛있게 먹는 법이라는 데요.. ㅋㅋㅋㅋ이건 좀 과하긴 하지만 먹기 전에 행하는 일종의 의식(ritual; 의미를 담은, 규칙이 있는 일련의 행동)이 실제로 음식 맛을 돋구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와서 소개합니다(Vohs et al., 2013) 연구는 되게 귀여웠어요우선 첫번째 연구에서는한 조건(의식 조건)의 사람들은 껍질을 까기 전에 일단 초콜렛 바를 반으로 나누고한 쪽의 껍질을 까고 먹은 후 다른 쪽의 껍질을 까고 먹게 했어요(뭔가 의식 스럽나요?ㅎㅎ) 다른 조건은 그냥 먹게 했고요그 결과 아주 간단한 행위였지만 초콜렛을 먹
한동안 블로그 포스팅이 뜸했었습니다. 출판 준비로 바빴기 때문입니다. 2010년부터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해서, 2012년 3월경부터 '정신이 번쩍 드는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했었습니다. 중간에 개인적인 일로 바빠서 연재가 중단되긴 했었는데, 작년에 에디터 출판사 편집장님께서 출판 제안을 해오셔서 집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원고만 있으면 책을 내는 건 금방 되는 일인줄만 알았는데, 조금이라도 좋은 책을 만들려는 노력과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들려는 욕심 덕에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출판계약을 한지 거진 1년만에 책이 나오네요. 책 표지를 받아놓고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많은 공을 들인만큼 애정이 가네요. 이번 주에 인쇄 작업 들어가서, 다음주 중에 정식으로 서점에 배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