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와 gender라는 단어 모두 우리나라 말로는 ‘성별’로 번역된다. 하지만 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요즘 시대에는 성별과 관련된 용어들이 더 디테일해지고 있다. Sex라는 단어는 생물학적인 성, 즉 가지고 태어나는 성을 의미하고, gender는 한 사람이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회적인 의미의 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엔 여기에 더해 gender expression, gender identity, LGBTQIA2S+, nonbinary, variations of sex
오전 진료가 없는 어느 날 아침.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향기와 함께 눈앞에 불쑥 나타난 오륙도가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오륙도는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말이다.교수 시절을 되돌아보면, 새로움과 나아감의 무한 되풀이라는 표현이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의과대학의 경우 전공 분야에서 본인의 연구 업적과 임상적 경험들을 객관적으로 평가 받는 확실한 방법은 주로 관련 논문의 출판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며, 그 중에서도 Impact factor가 높은 SCI급 의학저널에 발표될 경우 더욱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불과 몇 년 전만
국가신약개발사업단 ‘2022년 상반기 FDA 승인 현황’ 리포트에 따르면 이 기간에 FDA 승인된 신약은 총 16건이며, 이 중 절반인 8건이 희귀질환 치료제다. 2016년 4개에 불과하던 희귀질환 치료제들은 해를 거듭하며 FDA 승인 건수를 늘려왔고, 2019년에는 항암제 승인 건수의 2배가 넘는 치료제가 시판 허가되는 등 현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많은 제약사가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어쨌든 희귀질환 중 단 5%만이 치료제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전세계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오늘은 췌장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제가 전문의 취득 후 전임의로 췌담도분과를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췌장은 일반인에게나 의사들에게나 그다지 주목받는 장기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처음 췌담도학회에서 연구발표를 했을 때도 생각보다 작은 컨퍼런스홀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전공학회 첫 발표라 긴장해있던 제게 어느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여기 폭탄 떨어지면 내일부터 당장 한국에 췌장을 진료할 사람이 없어요”. 이건 외국의 학회도 비슷해서 DDW(Disgestive Disease Week)라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화기관련학
우리 팀 내에서 자주 농담 삼아 말하는 문장이 있다. “It’s always the dad” (분명 아빠일 거야). 우리는 의심스러운 가족력을 가지지 않은 환자인데, 어린 나이에 유방암에 걸려서 유전 상담 클리닉에 찾아오시거나, 유전성 유방 증후군이 발견되는 환자들을 많이 만나고 나서 이 말을 많이 하게 되었다.이런 환자분들의 가족력을 들여다보면, 금방 쓱 봐서는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하곤 한다. 유방암이나 특정한 유전성 유방 증후군과 관련돼 있는 암 가족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자주 간과되는
2021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인구동향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가임 여성 1명당 0.808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경우 2007년에서 2020년 사이 2.12명이었던 것이 1.64명으로 떨어진 이후 계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21년 1.66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출처: https://www.prb.org/resources/why-is-the-u-s-birth-rate-declining/).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여성들의 사회생활과 그 외 다양한 이유들로 아이를 출산하는 연령이 늦어지거나 아예
여자에서 저신장증의 원인을 규명할 때 터너증후군을 빼 놓을 수는 없다. 터너증후군은 흔한 염색체 이상 질환 중의 하나로 한 개의 성염색체 소실로 인해 연관된 유전자 산물의 결손으로 표현형이 나타나는데, X 염색체 유전자의 일배수 결손(haploinsfficiency)이 있거나, 배아 세포 분화 중 염색체 쌍의 형성이 안되거나, 또는 이수배수체(aneuploidy)로 인해 발생한다.그러면서 반드시 신체의 외형은 여성이어야 한다.터너증후군의 염색체 핵형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X 염색체 하나가 완전 소실된 X 단일 염색체,
“희귀질환이 10,000종이 넘는데, 그 중에 치료제가 있는 질병은 몇개나 있나요?” 희귀질환 진단에 대한 소개를 하면, 빈번하게 치료제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5% 정도의 희귀질환에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고, 95%의 희귀질환에는 치료제가 없다는 일반적인 답변을 드리고, 덧붙여 질병의 치료가 약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외과적 수술, 치료제 이외 약물 치료, 식이조절 등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기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현재 수백 종의 희귀질환 치료제가 임상에 들어가 있어, 앞으로 희귀질환 치료제는 급격히
“어떻게 오셨어요?” 클리닉에 방문해 주시는 환자분들께 내가 자주 묻는 질문이다. 간단한 질문이지만, 이를 통해서 어떤 걱정, 생각을 가지고 오셨는지 알아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상담을 해드릴 때 어느 부분을 강조해서 진행하면 되는지 파악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어떤 분들은 본인의 개인병력이나 가족력 때문에 혹시 자녀들이 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졌을까 걱정스러워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떤 분들은 본인의 건강이 걱정되어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어떤 분들은 주치의, 산부인과의사, 또는 종양학의사가 권장해서
저는 한국원자력의학원 산하 원자력병원에서 소화기내과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양기영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저는 코리아헬스로그의 '양기영의 췌담도암 진-료-후(진료-치료-예후)’를 통해 여러분과 췌담도암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드리고 최신지견이나 모두가 궁금해하시는 것도 알려드리면서 도움이 될만한 지식들도 나누려고 합니다. 첫 시간이다보니 먼저 몇가지 배경 설명을 드리고 하는데요. 혹시 제가 근무하고 있는 원자력병원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요즘 같은 탈원전의 시대에 참으로 걸맞지 않은 이름을 가진 저희 병원은, 예전에는
2021년 4월 기준 미국의 유전상담사 수는 5,629명이다 (2022 NSGC PSS Executive Summary). 내가 유학을 떠나오던 2012년에는 약 3,000여명이었는데, 10년만에 거의 2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백인 여성이다. 2022 NSGC(National Society of Genetic Counselors)에서 시행한 Professional Status Survey (PSS)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유전상담사는 89%가 백인, 9%가 아시아인, 히스
어떤 단어나 사물, 그리고 인물에 대한 자신만의 이미지가 뇌리에 각인되면 이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수많은 인물 유형 중에서도 유독 요정은 나에게는 신비스러운 존재였다. 그리고 실제 형체에 대한 궁금증은 늘 내 주위를 맴돌았다. 동화책 속에 등장하는 요정들은 나름 각각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문제는 이들 사이에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 친숙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만나는 요정은 아마도 이빨 요정이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자라던 때는 이빨을 머리 밑 베개 속에 두고 잠이 들면 이빨 요정이 가져가던 시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희귀질환 환자 유전진단을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정보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무엇일까?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 유전자의 기능, 유전자 기능을 결정하는 중요 위치정보, 유전변이들의 발견 빈도 등 유전진단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정보 하나만 꼽으라면 그건 바로 과거에 진단된 환자의 확진을 결정한 병원성 유전변이 정보가 될 것이다.진단하려는 환자의 유전체 해독을 통해 기존 확진 된 환자의 질병을 유발한 원인 유전 변이와 동일한 유전 변이가 발견되었다면, 이는 기존 환자가 가진 질병과 동일한 질병으로
유전상담이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가 기억이 난다. Genetic Counselor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이거다! 난 유전상담사가 돼야겠다!"라고 그 순간 결정했던 것 같다. 그때까지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본 적이 없었다.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이것도 재밌을 것 같고, 저것도 재밌을 것 같고, 갈팡 질팡. 다른 사람들은 목표를 정하고 착실히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데, 나 혼자 물 위에 둥둥 떠서 정해진 목적지 없이 부유하는 느낌이었다. 그랬던 내가
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삶이 존재한다. 우리가 소위 ‘미국’하면 떠오르는 뉴욕, LA 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과 비슷한 형태의 삶을 살아간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직장을 잡고,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결혼을 미루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낳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하나를 낳으면 하나를 더 낳아야 하나 고민하게 되고. 엄마가 된 여자들은 경단녀가 되는 것에 불안해하며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다가 결국엔 아이를 선택하게 되고, 아이들이 커서 학교에 다니게 되면 뭔가 공허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증후군성 저신장증(syndromic short stature)은 그다지 친숙한 개념은 아니었다. 1990년도 후반경에 터너증후군을 주제로 연구들을 수행하면서, Y 염색체를 가진 터너증후군 환자들에 빠져 들었다. 염색체 검사에서 Y 염색체가 증명되지는 않더라도, 유전학적 검사 기법을 이용하여 조사하면 Y chromosome fragments를 가진 터너증후군 환자들도 존재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터너증후군 환자가 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gonadoblastoma 발생 위험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Y c
현재까지 알려진 인간 질병의 종류는 몇개나 될까? 독일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3만여종, 세계보건기구(WHO)가 관리하는 국제표준 질병코드 분류 최신 버전인 ICD-11에 따르면 5만5,000여종의 질병이 존재한다.질병을 나누는 기준은 질병에 대한 이해가 정교해 지면서 좀 더 엄밀한 기준에 따라 질병 종류가 분화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그 발병 기전에 따라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어떤 기준을 가진 분류 체계에 따르냐에 따라 질병의 개수는 독일 정부 기준의 3만종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고, 세계
희귀질환 혁신 기술을 통해 최초로 진단된 희귀질환 환자였던 니콜라스 볼커는 2살 때 증상 발병 후 4년이 지나서야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희귀질환 환자들이 진단 받는 데까지 평균적으로 5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발병하고 병원에 가면 쉽게 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희귀질환 환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왜 희귀질환 환자들이 빠르게 진단을 받지 못할까? 환자가 갖고 있는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이 핵심적인 문제다.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수백, 수천개의 질병이 있다면
다운증후군 환자, 다운 환자, 다운아. 암 환자. 우리가 당연시하며 쓰고 있는 이 말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유전상담 대학원 첫 수업 시간에 알게 되었다. 뭔가 대단한 것을 배울 것이라 기대했던 나는, 유전상담학 첫 수업 시간에 “언어의 잘못된 사용“을 배우게 된 것이 왠지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교수님들의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언어가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고 생각한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이름을 갖게 되면, 그 이름으로 불리며 그 이름에 맞게 쓰이고 살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
의과대학 시절, 감히 말하건대 의대생이라면 예외 없이, 부신 스테로이드 합성의 주요 경로를 설명한 작은 사각형 격자로 둘러싸인 미로에서 방황했던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콜레스테롤이라는 발원지에서 시작하여 마치 작은 폭포의 연속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던 험란한 꼬불길을 평생 지천으로 들락거리게 될지를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다.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은 부신 피질의 스테로이드호르몬 합성에 관여하는 경로에 관련된 여러 효소들의 결핍으로 코르티솔 및 알도스테론의 합성이 감소하여 부신피질저하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서 뇌하수체의 부신피질 자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