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우리나라 의료 붕괴를 수습할 해법도 책임자도 안 보인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료개혁안이 그야말로 필수의료를 끝장내고 있다. 의대생 전체가 진급을 포기했고, 전공의가 대부분 사직을 해서 향후 6년간 배출할 신규 전문의도, 군의관도, 공보의도 없어진다. 이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의대 교수나 수련병원은 자연히 없어져야 할 존재들이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는 향후 10년 내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계적 수준이라던 K-의료와 K 바이오 산업의 종말을 고하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는 망국적인 수준으로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님께.김성주 회장님, 가장 힘든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모임 7개를 대표해 중증환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헌신하는 회장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또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매일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분들께도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전공의들과 교수들의 사직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글을 씁니다.대학병원 교수들은 의대생과 전공의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을 업으로 합니다. 환자 진료는 겸직입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좋은 의사, 전문의로 키워내는 게 교수들의 존재 이유입니다. 저는 35년 의사로서 살았고,
1년의 수련이 마무리되는 2월의 어느 날, 전공의들은 더 이상 수련을 받지 않겠다며 사직서를 내고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한 길을 포기했다.정부는 언론 매체들을 동원해 집단 사직, 파업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과거에 있어왔던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집단행동을 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이미 4년 전 같은 소동을 겪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탓일까? 이전까지는 그 어떤 집단행동에서도 시작부터 자신이 일하던 병원을 그만 두겠다고 사직서를 제출한 적은 없었다.게다가 이번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은 어느 집행부나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민간의료기관의 비율이 90%를 넘어 기형적이다. 시장이 공공을 압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이 존재하지만 정책당국은 시장 실패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얼마 되지 않은 공공병원들조차 민간병원과 같은 조건에서 환자 유치 경쟁을 하느라 과잉검진-과잉진단을 일삼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등 대표적인 공공 병원들이 검진센터를 운영한다는 것 그 자체가 기형적이지만, 더 기가 막히는 일은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더 크므로 하지 말아야 할 검사들을 검진
나는 선천적 유전질환을 진단받는데 37년의 세월이 걸렸다. 물론 이전에도 내 증상에 대한 대학병원 진료를 본 뒤 입원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나는 진단 전에도 류마티스내과, 통증센터, 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 등의 진료를 보고 있었고 내 증상을 조절하는 것은 항상 뭔가 일반적인 환자들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나의 관절통은 어린 시절부터 항상 있었는데, 견디기 힘든 수준의 통증으로 발전하면서 20대 초반에 통증으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해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검사를 한 적도 있다. 특히 주로 통증을
몇 년 전 ‘다문화 고부열전’이란 TV 프로그램에서 ‘혈우병 아이를 둔 고부의 전쟁과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베트남 며느리와 한국 시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방영됐었다.그 중 혈우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갈 때,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혹시라도 아이가 넘어질까 눈을 떼지 못하고 있고, 그래도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걸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며느리의 고향인 베트남을 방문하였는데, 그 곳엔 며느리의 오빠가 누워 있었다. 한국의 조카처럼 혈우병을 앓고 있는 그는 한눈에 보아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심지어 걸을 수 조차
다발골수종은 악성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생기는 혈액암으로 용해성 뼈병변, 빈혈, 고칼슘혈증, 신부전 그리고 면역기능 저하로 인한 감염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평균 진단 연령은 70세 전후로 국내에서도 인구 고령화로 인해 발생률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지난 20년간 프로테아좀 저해제, 면역조절제, 단클론항체와 같은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로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기간은 크게 향상됐다. 최근에는 CAR-T,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치료와 같은 T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제의 연구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평소 자문을 받던 노무사에게 전화가 왔다. 말기 암으로 고생하는 아버지가 계실 요양병원을 찾는다고 했다. 부산대병원에서 추천해준 인창요양병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했다. 인창요양병원은 주 3회 면회가 가능하고 대중교통이 편리해 입원을 결정했다고 한다. 면회 과정은 1회 30분이 원칙인데, 애틋한 마음에 1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았다. 병원 측에서는 눈치를 주지 않고 편안하게 면회하도록 배려했다.그의 아버지는 처음 입원 당시 간호사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런데 간호사는 아버지가 예민한 상태라고 가족에게 설명했다. 환자가 요쿠르트를 먹고
다발골수종은 용해성 뼈병변, 빈혈, 고칼슘혈증, 신부전, 그리고 면역기능저하로 인한 감염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악성형질세포가 골수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평균 진단 연령이 67세 정도로, 노인에서 호발하는 질환으로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발생률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이전에는 치료를 해도 대부분이 재발하고 생존하는 환자의 경우 기간 중앙값이 2~3년 정도를 보이던 희귀난치성의 혈액암이었다.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난 20년간 많은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돼 생존기간이 향상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두 배 이상의 생존 기간 증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aemia, ALL)은 희귀 혈액암 중 하나로, 매우 공격적이고 빠른 진행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항암화학요법을 통해 관해(complete response, CR)에 도달하더라도 대부분은 재발을 경험한다. 이 때 많은 환자가 6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때문에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 치료를 통해 사전에 재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미세잔존질환이란, 치료를 통해 골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총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71.0%에서 2070년 46.1%로 급감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등 주요국 중에서 최저다. 또한 한국의 2022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최저출산율인 2.1명의 1/3에 육박하는 매우 심각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인구의 데드크로스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초저출산 시대에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집계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 참고자료에 따르면 유방암은 2016년 연간 신규 발생 환자수가 2만명을 넘어서며 2019년 기준 국내 여성 암 1위를 차지하고 있다(2007년 이후 4.3% 증가율).다행히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2015년~2019년 발생 암환자 기준)과 10년 상대생존율(2010년~2014년 발생 암환자 기준)은 각각 93.6%, 88.6%로, 다른 주요 암에 비해 높아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암 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병기상 4기로 분류하는 전이성 유방암의 5
선천성 희귀질환으로 투병하는 두 명의 아이가 있다. 두 아이 모두 혼자서 걷는다. 그런데 걷다가 낮은 턱 하나를 만나게 되더라도 이 아이들은 넘지 못하고, 그 턱에 걸려 넘어지곤 한다. 넘어야 한다는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기능적으로 ‘걷는 행위’ 자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걷다가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장애물을 인지하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이 스스로 걷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이 장애판정을 받게 된다면 어떤 유형을 받게 될까?동일한 희귀질환, 유사한
국가신약개발사업단 ‘2022년 상반기 FDA 승인 현황’ 리포트에 따르면 이 기간에 FDA 승인된 신약은 총 16건이며, 이 중 절반인 8건이 희귀질환 치료제다. 2016년 4개에 불과하던 희귀질환 치료제들은 해를 거듭하며 FDA 승인 건수를 늘려왔고, 2019년에는 항암제 승인 건수의 2배가 넘는 치료제가 시판 허가되는 등 현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많은 제약사가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어쨌든 희귀질환 중 단 5%만이 치료제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전세계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당뇨병 만큼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병이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정복하기 어려운 병이다. 당뇨병은 혈당이 올라가는 병이지만 혈당이 올라가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고혈당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인슐린을 흔히 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혈액 내 포도당의 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어딘가 우리 몸 장기의 세포 안으로 포도당이 이동을 한 것이다. 인슐린의 주 작용은 근육세포나 뇌세포 안으로 포도당을 집어넣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 몸이 움직이는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근육세포에 포도당이 들어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