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발명한 수많은 것들이 많습니다만, 그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인터넷의 발달을 꼽고 싶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풀고 세상에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해줬다는 면에서 매우 높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소통이라는 것이 멀리 떨어진 가족과 친구와 글을 교환하는 메일 정도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로 전달하기 힘든 신체의 변화,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가 집에서 웹을 통해 병원으로 전송됩니다.


인터넷이 가장 처음 의료에 접목된 것은 질병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화상 통화를 통해 의학적 자문을 받은 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소규모의 시설에서 환자 진료 시에 의학적 자문을 화상을 통해 받은 일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간단한 기술입니다만, 당시에는 대도시에 있는 종합병원의 의사가 화면 속에 나와 조언을 해주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단순히 화상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결과 역시 공유하여 의학적인 자문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원 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종이에 처방을 적고,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차트를 열어봐야하거나 급할 경우 임상병리실에 가야 했습니다만, 이제는 컴퓨터에 앉아서 처방을 내고 검사 결과를 확인합니다. 방사선 검사 역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PACS)를 통해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용 PDA폰을 통해 병원 내부에서 걸어 다니며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병원 밖에서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병원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첨단 기술을 갖추지 않은 병원이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병원 홈페이지에서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주치의의 이메일을 공개해서 환자와 상담이 가능도록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의료 포털에서 의사와의 무료 상담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의사와 환자와의 소통이 진료실에서만 국한되던 과거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러한 온라인 상담의 한계에 대해 주의가 필요합니다만, 편리함 때문에 앞으로는 더 많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한 연구에서는 수술한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이메일을 이용해 문의하고 답변하는 것의 효용성이 생각 보다 좋았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1


최근 일부 지자체나 대학 병원에서 U-Health system (유비쿼터스 건강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홍보하는 것을 들으신 분이 있을 것입니다. 유비쿼터스란 단어는 공기처럼 시공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단어는 1988년 미국의 사무용 복사기를 만들던 제록스의 와이저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널리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료에 있어 유비쿼터스 건강관리라고 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은 홈케어(Home Care)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집에 있는 혈압기와 혈당기를 통해 자동으로 전자건강기록부(Electronic Health Record, EHR)에 저장이 되고, 이는 병원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과 연동되어 주치의가 그 결과를 언제든 볼 수 있게 됩니다. 온라인을 통해 주치의와 상담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일부의 질환은 원격 진료로 처방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국내 여러 대학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 시스템을 이용하면 해외의 외과의사가 원격 조정으로 국내의 환자를 수술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건강관리 시스템의 현실화를 세계적인 대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Microsoft)와 구글(Google)이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헬스볼트라고 하는 개인건강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면서 건강 정보를 검색하거나 스크랩할 수 있는 건강 의료 포털 사이트를 개설하였고, 구글 역시 미국의 유명한 병원인 클리브랜드 클리닉(Cleaveland Clinic)과 전자의무기록 연동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서비스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서비스할 계획으로 있으니 조만간에는 국내에서도 서비스 혜택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 헬스 볼트>


국내 여러 기업들도 이러한 기술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천억의 자본을 투입하여 국내 보건소와 대학병원에서 전자건강기록을 통한 환자 관리를 하게 할 예정입니다. 이렇듯 U-Health에 국가가 나서는 것은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쉬워져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료의 사각지대가 줄어들고 의료소비자들은 의료 소비에 있어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더욱 능동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2007년도 정보통신부에서 실시한 정보화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과 컴퓨터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인터넷 이용자수는 34,430천명으로 2006년 대비 850,000명이 증가한 상태로 대부분의 가정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에도 건강, 의학 정보를 인터넷의 편리함 때문에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아직 제대로 된 서비스와 정보는 상당히 부족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건강과 의료에 관심이 많은 선진국에서 조차 많은 의료 관련 사이트의 정보가 정확성에 있어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2 국내의 경우에도 잘못된 건강 의료 정보의 오염수준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또한 믿을 만한 언론을 통해 나오는 정보조차도 때로는 왜곡되 있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미래지향적인 온라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온라인을 통한 건강, 의료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정확한 의료정보(Content)와 의료 소비자들 간의 커뮤니티의 활성화(Community), 이용자의 질병 관리(Care), 표준화된 정보의 교류 (Connectivity)와 이용에 대한 정당한 수익배분(Commerce)이 가능해야 합니다. 현재에는 정확한 의료정보가 부족하고 온라인을 통한 질병관리 시스템이 활성화 되지 않았을 뿐더러 병원마다 다른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호환되는 전자건강기록부 개발도 되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한 온라인 의료 행위에 대한 의료법상의 해석과 질에 대한 검증, 보상체계, 비용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잠재적인 건강/의료 분야의 온라인 미래 수요는 매우 높을 것이고, 진료실에서 직접 진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환경을 기술적으로 해결해나가려는 노력이 언젠가 결실을 맺게 되어 언젠가는 공상 과학 영화에서처럼 집에 앉아서 입체 영상으로 의사를 만나고, 집에 있는 컴퓨터와 의료 기기를 통해 치료 받게 될 것 입니다.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도 과거와 달라지고 의사의 평가 기준으로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의사소통에 얼마나 적극적인가'가 중요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이러한 의료 소비자의 새 시대는 의료 전문가들이나 정부, IT 업체에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의료 정보를 통한 똑똑한 의료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건강과 의학에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요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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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1. E-mail Access and Improved Communication Between Patient and Surgeon, Peter Stalberg, MD, PhD, et al. Arch Surg. 2008;143(2):164-168.

2. Commonly cited website quality criteria are not effective at identifying inaccurate online information about breast cancer. Bernstam EV, et al. Cancer. 2008 Feb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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