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 내원하는 환자들 중의 80% 정도는 고혈압 또는 당뇨, 혹은 둘 다 앓고 계신 분들이다. 환자들을 진료할 때마다 학교 때 배운 것과는 너무 다른 진료의 현실에 분개하게 된다. 물론 촌에 가면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환자들도 많을 것이고, 저소득 계층 중에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보건소에 다니시는 당뇨와 고혈압 환자들도 일부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당뇨

고혈압

당뇨의 경우, 환자로 하여금 매일 혈당을 체크하며 당뇨일지를 쓰게 하고-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요법,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또한 정기적으로 적어도, 눈과 신장을 의사에게 체크 받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이렇게 치료하지 못한다. 당뇨일지를 작성하라고 해도 글을 모르거나 혈당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신장검사는 일반의의 능력으로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안과 쪽은 기계도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진료할 능력이 없다.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정기적으로 안과검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음에 놀란다.

환자들에게 5만원 정도 하는 혈당기계를 사라고 해도 도무지 사질 않으신다. 결국 한 달에 한번 보건소와서 피검사 하는 게 전부다. 하루에도 십만 번 변하는 것이 혈당이라는데 - 아무리 당화혈색소라는 무기가 있어도 한 달에 한 번의 혈당검사로 당뇨가 잘 조절되는지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을까? 당뇨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당뇨환자들이 실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고혈압



고혈압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다. 혈압도 하루에 십만 번은 변할 텐데 - 한 달에 한번 혈압 잰 걸로 치료가 적절히 되고 있는 지를 평가한다. 또, 운동요법, 식이요법들 역시 혈압을 크게 낮춰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건소에서는 이런 생활습관교정을 체계적으로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다. 이건 사실 동네의원이나 심지어 종합병원에서도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고혈압 약의 부작용들을 체크하기 위한 혈중 이온 농도 검사 기계가 보건소 내에 구비되어 있지 않아... 특정한 부작용들을 알아내려면 증상과 징후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고지혈증의 경우는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인지 정말 의사로서 불쾌하기까지 하다...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에서 LDL 수치 130 mg/dl만 넘으면 약 쓰란다. 그것도 평생 먹으라고... 이게 정말 최선인 걸까? 제약회사들만 고지혈증을 열심히 연구해서 - 고지혈증의 치료방법으로 '약 복용'이라는 방법만이 발견된 건지도 모른다. 운동치료는? 식이요법은? 이런 식으로 국민들은 만성질환을 앓으며 약물의 바다에 빠져있다. 이게 의료사각지대 아니면 무엇인가... 또한 의료비 상승의 주된 원인이 아니면 무엇인가. 당뇨병 환자들이 전체 의료비의 20%를 차지한다. 이건 의사 개개인의 차원이 아닌 공중보건을 책임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머리를 싸매도 공중보건의사 혼자의 힘으론 풀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이렇게- 글로 푸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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