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연구로 항암치료를 받으셨던 분들은
평소 문제가 있거나 불편한 점이 있을 때 임상연구간호사들과 전화를 하면서 치료를 받으셨던 터라
치료가 끝난 후에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구간호사선생님들께 전화를 자주 하시는 모양입니다.
당장 환자가 병원에 올 정도도 아니고 올 필요도 없지만
궁금한 게 생기니 임상연구간호사 선생님들이 저에게 대리로 질문을 많이 합니다.

치료가 일단 끝났는데
흑염소 먹어도 되냐고...
홍삼을 다려 먹어도 되냐고
민들레 물 먹어도 되냐고

저는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많은, 이름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좋은 음식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의사가 단칼에 '노'하면서 '그런 거' 드시지 말라 해도
사실 환자들은 '알아서' 다 드시고 있기 때문에
저는 가능하면 환자가 제 뜻을 이해하시게 설명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일단 음식으로 드실 수 있는 것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같은 음식의 성분이라도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에 따라 체내 흡수가 달라집니다.
음식으로 드실 수 있는 만큼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즉 농축액기스로 뭔가를 드시는 건 삼가하라고 말씀드립니다.)

다려먹거나 고아먹는 것들은 농도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그런 고농도의 음식을 간에서 해독하는 과정에서 간에 이상이 올 수 있다. 그러니 일단은 음식으로 섭취하시라. 이것이 제가 주로 드는 설명방식입니다.

그렇게 좋다는 음식 드시고
일 년에 한두 명 간부전으로 간이식까지 하는 일이 생깁니다.
멀쩡했던 사람이 죽습니다.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음식을 찾아 먹다가 그런 일을 당하는 환자와 가족을 봅니다.
그래서 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질문이 들어온 흑염소도, 염소고기라는 자체가 고단백질의 음식이므로
드셔도 무방한 음식이지만, 그걸 다리고, 제조하는 과정에서 뭔가 다른 성분이 첨가될 수 있고, 그 성분이 뭔지 모르는 채 드시는 거 별로 좋지 않습니다. 성분과 함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성분분석표가 붙어있는 상표를 가지고 오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산해진미가 많아서 그런 걸까요? 유독 우리는 건강을 위해 뭔가를 할 때, 음식에, 먹는 것에 집착합니다.

물론 지금 내가 먹는 것이 나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비싸고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을 단기간 먹는 것으로 나의 건강이 유지되거나 향상되지 않습니다. 식이라는 것은 평생 조심하고, 좋은 재료의 음식을 먹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먹는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지, 한 달에 수십만 원 하는 건강보조식품을 몇 개월 먹는다고 나의 건강상태가, 질병상태가 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습니다.

주위에서 환자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보조식품을 갖다 들이대니 환자입장에서도 이걸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실 겁니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식습관의 전환을 고민하십시오. 이거 공부 많이 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그리고 건강한 식습관, 식단을 구성하기 위해 공부 많이 하시고 저에게 좀 알려주세요.

그리고 먹는 것 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내 체력과 체격, 조건에 맞는 운동을 할 것인가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이런 분야에서 환자의 형편에서 하는 게 도움이 되는 운동, 재활을 위한 운동, 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 등을 환자에 맞게 히 코치해주는 전문 직업이 별로 없습니다.
병원도 마찬가지이구요. 또한 사람들은 먹는 것을 구입하는 데에는 인색하지 않은데 운동이나 체력단련을 위해 돈쓰는 거는 아까워하기도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흑염소에 대한 저의 대답은 그렇습니다.
일단 항암치료가 끝난 상태라면 적절한 고단백식품을 드시는 것은 좋지만
체중을 너무 늘릴 필요는 없다. (항암제를 쓰는 동안에는 고단백을 많이 드셔야 하지만)
그러므로 염소고기 드시는 건 괜찮은데
그걸 고아서 드시는 거, 무슨 영양탕으로 해서 농축액기스처럼 해서 드시는 건 삼가셨으면 한다.
이것이 저의 대답입니다.

민들레, 각종 버섯다린 물 다 마찬가지입니다.
제 외래의 1/3은 먹는 얘기인 것 같아요.
환자들이 질문할 때마다 음식 아이템을 리스트로 적어놨었는데 기상천외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그 메모지를 잃어버려 공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운동합시다.
전 폐암으로 한쪽 폐를 다 절제하고 하루에 100미터도 숨차서 걷지 못했던 68세 할아버지가 1년 6개월을 매일같이 연습하여 마라톤을 완주하시는 걸 봤습니다. 저랑 같이 뛰었었죠. 같이 잘 뛰다가 할아버지 나중에 배신하고 결승선에 10분 먼저 뛰어 들어가서 저보다 기록이 좋았습니다.
그 할아버지랑 뛰면서 운동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울면서 연습했다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연습했다고...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근육질의 멋진 남자로 변신하셨고, 온몸이 탄탄한 '젊은 오빠‘가 되었습니다. 정말 각고의 노력을 하셨다고 했어요. 운동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줍니다.

그러므로
먹기도 중요하지만
운동하기에 더 관심을 기울이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운동도 잘 하려면 의지도 중요하지만 처음에는 배워야 합니다. 돈을 들여서 좀 배우고 훈련을 받아보세요. 그리고 매일매일 비가 오면 비를 피해 아파트 주차장에서라도 뛰는 열의를 보이며 운동합시다. 내 능력보다 조금 더 많이 목표를 설정하고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저라도 운동에 대해 공부를 좀 더 많이 하고 좋은 지침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게을러진 마음을 다잡아 내일부터는 비가 갠 안산을 다시 올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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