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실습도 끝났겠다, 국시준비 때문에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 고로, 이제 슬슬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공부방 이야기를 가끔씩 해볼까 한다. 이전에 포스팅 했다시피 필자는 지금 대전 대덕구 섬나의 집에서 중3학생들을 대상으로 주 1회 수학수업을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섬나의 집에 오는 아이들의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중3 학생들까지로 사뭇 다양한지라, 중3수업 아니면 초글링들과 장난치는 것이 그 곳에서의 내 역할이 되겠다.
 
오늘 저녁식사시간, 초등학교 1학년으로 추정되는 두 명의 남자아이가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한명은 통통한 아이였고 다른 한명은 마른 체구의 아이였다. 편의상 통통한 아이를 A, 마른 아이를 B라고 지칭하겠다. 그 옆에 있던 다른 선생님은 T라고 표기한다.

A: 선생님! 컵 속 물에 동그란 게 떠있어요.
T: 그게 뭘까
A: 저녁밥에 있던 기름 같아요.
T: 맞았어. 그럼 기름이 왜 떠있을까요?

A군은 "기름은 물보다 가볍다"라는 사실을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지라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며 선생님께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물보다 기름이 가벼우니까 그렇지"라고 말해줄까 생각 했지만, 창의력 교육이 부족한 대한민국 교육현실에서 열심히 상상의 나래를 펴는 아이를 방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겨서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 ,나름 조리 있게 의견을 펼치는 것을 보니 제법 똑똑한 아이 같다. 비록 본인이 생각하는 이유가 정답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은 T선생님은 "기름은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물에 뜨는 법"이라며 마지막에 정답을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A군 옆의 B군은 갑자기 큰 소리로 통통한 A군을 가리키며 말했다. "밀도"라는 개념을 처음 발견한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유레카!!"라고 외쳤을 때의 그런 목소리가 아마도 이러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B: 선생님!!그럼 저보다 A가 물에 더 잘 뜨겠네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옆에서 미친 듯이 웃어댔다. 과연 B군은 순진하게 기름이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본인보다 몸에 지방이 많은 A군이 물에 더 잘 뜰 거라고 깨달아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아니면 단지 A군이 뚱뚱하다고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며 놀린 것일까. 아무튼 둘 다 똑똑한 녀석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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