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모습, 쉽게 말하자면 사육통 속의 쥐들이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쥐들은 모두 죽고 만다.  외부에서 먹이와 물의 공급, 그리고 환경의 정비가 제공되지 않으면 이들은 처절한 삶의 모습으로 보여주다가 종국에는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다.  한정된 공간과 환경 안에서 생존이란 최적의 순환을 유지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의 시작은 이스터 섬의 이야기로부터이다.  우리 그저 신기한 불가사의의 현상이라고만 이야기 들었던 이스터 섬의 석상은 실은 닫힌 계 안에서 인간의 문명이 얼마나 부질없었던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 이야기한다.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3200킬로미터 떨어진 고립된 아주 작은 섬에서 몇 천 명의 인구가 제각각의 부족을 이루고 나름의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불어나는 인구는 먹을 것의 부족을 야기했고,  각 부족 간의 문화과시에 대한 경쟁은 석상세우기라는 행위를 낳는다.  거대한 돌을 깨고 다듬어 얼마나 많이 쌓고 얼마나 좋은 위치에 놓느냐가 부족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조건하에서 돌을 옮기는 데에 엄청난 양의 목재가 사용됨으로서 숲은 황폐화되어갔고 이에 따라 먹을 채소와 숲에 살던 동물들이 줄기 시작한다.  결국 생존을 위한 전쟁과 식인의 잔인함에 치닫던 섬은 자멸하고 만다는 이야기.. 닫힌 계 안에서 인간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우매함만 보여준 대표적인 예라고 말한다.

지구 역시 닫힌 계이다.  1만여년의 인류의 역사는 인간종 특성의 문화를 일구고 자연을 소비하는 행위를 이어가며 닫힌 계 안에서의 적절한 순환을 유지하다가 이를 넘어서는데 지구의 한계에 다가가는 속도는 지극히 느렸다.  하지만 지난 200여년 인류의 역사는 그 한계상황에 급속도로 치닫는 브레이크 없는 열차였다.  그리고 지구는 자신이 한계상황임을 서서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남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생물종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대지와 대기의 에너지순환 불안정에 따른 지진과 해일, 그리고 이상기후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 안에서 인간은 바벨탑과도 같은 핵발전소를 만들어냄으로서 종국에는 후쿠시마 원전붕괴와도 같은 최악의 상황을 야기해내었다.  닫힌 계 안의 인간은 물과 먹이가 공급되지 않는 사육통 속의 쥐들처럼, 파국의 상황을 만들어내었고 이제 파국만을 남겨놓고 있다.

세계사라는 것이 이제까지 인간의 눈으로만 보아졌던 면은 다분했다.  찬란한 인간의 문명, 역사, 자연에의 정복.. 하지만 그것은 전 지구 안에서 가장 두뇌가 명석하지만 자연의 극히 일부일 뿐인 인간이라는 종의 역사였을 뿐이다.  지구 전체와 자연계를 시야에 두고 그 안에서 인간이라는 자연계의 한 생물종이 벌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모습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것은 마치 전지전능한 신의 시야를 가지는 착각에 들게 하기도 한다.  동시에 인간종의 자연에 대한 인식과 1만년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행위를 보자면 상당히 파괴적이고 오만하며, 이기적임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지극히 자기 파괴적이기도 한데 인간종은 그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지금껏 살아온다.  자연 상태에서 수렵과 채취행위로 살던 이들이 농경과 목축을 하며 문화를 형성하지만 저자는 이 시점부터 인간은 자신의 삶의 측면에서도, 자연계 전체적으로도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오히려 파괴적인 행위를 해왔다고 설명한다.  끝까지 읽고 나면 인간은 마치 지구에 존재했어서는 안될, 신의 실패작과도 같은 존재라는 느낌도 들게 된다.

하지만, 그런 불만에 우리는 불평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의 모든 모습이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오기 시작했음에 대한 시점설명에는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싶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시점부터 그래왔던, 지난 1000여년의 역사는 분명 자연과 인간종 자신에 대한 파괴적인 역사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로서 생존가능성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 만한 수많은 자연현상과 인간문명의 결과물의 부실함 등을 바라보면서,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시점은 아닌가 하는 절망감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등등, 인간계 안에서 조절이 가능한 개념이 아닌 자연계라는 생존의 근본지점에서 시작하는 두려움이기에 절망감은 어찌해도 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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