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흐리고, 잠깐 비도 온 날입니다. 여전히 감기와 간지러움증, 두드러기로 오시는 환자분은 꾸준합니다. 우연찮게 알게 된 공중보건의와 관련된 기사가 있어서 읽어보니 심근경색을 진단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무죄를 판결 받았다는...자세한 기사는 아래를 참조해주세요.

재판부는 "소화불량으로 인한 명치 부위의 고통과 심장질환으로 인한 가슴통증은 구분하기 어렵고 환자가 사망하기 불과 5일 전에 종합병원에서 받은 심장ㆍ혈압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점을 참고해 피고인이 소화불량으로 판단한 것은 당시 (시설이 열악한) 공중보건소의 의료수준으로는 의사의 적절한 재량범위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발췌)

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5149336

솔직히 모르시는 분들이야 '모든 질병을 당연히 다 알아내야 의사지 놓치면 쓰나?' 라고 하실 테지만...분명히 맞는 소리입니다만, 의외로 놓칠 수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내공을 더 연마하고, 실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지요.

일단, 심장질환의 증상과 소화기계 질환의 증상이 놀라울 정도로 같습니다. 특히나 당뇨나 고령의 환자분들에서는 심근경색(AMI)의 증상이 심장이 아픈 것으로 나타나지 않고, 배가 아프다거나 식은땀이 난다든가, 속이 더부루룩하다란 증상으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성인남성에서는 전형적으로 가슴을 쥐어짜는 듯 한 양상의 통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위의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도 젊은 군인이 소화불량 증상을 호소하였기에 심근경색을 가능성보다는 소화불량일 가능성을 더 높게 봐서 약을 처방하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매우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제가 직접 겪은 Real Case~!) 때는 바야흐로 2008년 8월말이었습니다. 제가 모 대학병원에서 응급실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었을 시기이지요. (마침 응급실 인턴 스케줄은 7,8월이라 응급실 근무가 거의 끝나갈 Veteran~! 응급실 인턴일 시기입니다.)
 
  평일 오후 7~8시 무렵에 40~50대 후반쯤 되시는 아주머니와 20~30대로 보이는 아들이 응급실로 같이 왔습니다. 환자분은 아주머니셨는데, 주 증상은 '몽롱하다'는 것. 환자분은 감기기운이 있어서 약국에서 감기약을 먹었고, 그리고 동네 의원에서 따로 또 감기약을 처방받아서 드셨답니다.(아마도 약국약이 듣지 않아 의원약도 추가로 먹은 듯..) 몽롱한 것 외에는 전혀 다른 증상은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가장 생각하기 쉬운 것은 아마도 감기약을 짧은 시간에 과잉 복용한 탓에 의한 약에 의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응급실 막턴(베테랑)의 느낌상 이상했기에(왠지 모를 불안감?) 환자분과 보호자인 아들에게 몽롱하다면 CT를 찍어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웬만하면, (비싸기에) 거부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선선히 수락을 하시더군요. 환자분이 검사하는 동안 당연히 저는 다시 다른 환자를 보러 GoGo~.

그리고, 얼마 뒤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더군요. 'OO아. 이 환자 NS(신경외과)다~! 어서 노티해라~!'

깜짝 놀란 저는 와서 레지던트 샘과 같이 CT 사진을 보니, 무려....pons 부분에 실지렁이가 지나가는 듯 한 양상이 보였습니다. 즉, 아주 극소량의 '뇌출혈'인 것이었지요. 서둘러 NS 에 노티하고, NS로 바통터치~! 얼마 후에 내려오신 다소 피곤하신 신경외과 1년차 선생님께 manage 방법을 여쭤보니 중환자실에서 절대 안정을 취하면서 경과를 보며 치료할 예정이라고 하시더군요. 이상으로 Case End.

여기서 제가 크게 느낀 것은 절대로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환자의 증상호소가 아무리 사소하고 가벼워 보이더라도 의외로 심각한 것이 있을 수 있기에 섣불리 판단하고 내 선에서 보내지 말라는 것이지요. 보내려면 더 윗선에 보고를 하고, 허락 하에 보내라는...(특히나 종합병원 급의 응급실에 올 정도라면 최소 비용이 10만원+a 이상 들기에, 정말 어지간히 아픈 정도로는 약국이나 다음날 외래로 오지 당장 응급실로 오지는 않으므로...) 만약, 위의 환자를 그냥 보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무섭습니다.

위의 환자분도 '몽롱하다'란 호소이외에는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검사들 tandem gait, DTR, sensory, motor, 그 외의 모든 신경학적 검사에서 정상소견. 다만 환자분은 짧은 시간에 연거푸 감기약을 2봉지 먹은 것 밖에는 없을 때, 과연 환자분의 몽롱한 증상을 약에 의한 것인지 뇌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방금 구글을 통해 pons hemorrhage를 검색해보니, 증상 중에 vertigo가 있네요. 환자분이 느꼈던 몽롱감도 아마 vertigo였던 듯.)

아무튼 결론은 Doc은 어떻게든지 환자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바라는 것도 놓치지 말기를 원하는 것이기에 그 책임이 막중합니다. 물론, 사람이기에 놓칠 수 있습니다만, 그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사명이자 의무지요.

위의 기사에서 다행히 법원도 여러 가지 정황과 당시의 상황을 판단해서 무죄라 판결했네요. 제가 있는 지소는 아무런 검사 장비가 없기에 더 열악합니다...정말로 신체검사와 환자의 말로만 판단해야 합니다. 얼마 전 ARF의 이야기는 다 아실듯하니 생략...(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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