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좋은 감상만은 아닐 것 같아 밝히기는 좀 그렇지만, 최근 책을 하나 읽었다.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노력형 자수성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열정 하나만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오른 그에게 사람들은 부러움과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그가 그 자리에 오르게 된 과정을 보니, 꼭 실력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자기가 입사하고 싶은 곳에 지원서를 넣었는데 안 되자, 면접에 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예상 답안을 만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사위원의 취향까지도 고려해 리허설을 하곤 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의문이 생긴다. 그렇게 해서 합격통지를 받으면, 그것은 과연 정정당당한 성공인가. 실력보다는 계략(?)에 의한 성공인데 과연 박수를 받아야 할까.

비슷한 예는 많다. 이효리가 2003년인가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가수왕에 오른 적이 있다. 물론 그 당시 이효리는 최고의 인기를 받고 있었지만, '가수왕'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자격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가수왕은 정말 좋은 노래를 잘 하는 가수에게 주어져야 할 텐데, 솔직히 이효리가 가창력은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효리의 가수왕 쟁취를 축하해줘야 할까? 정정당당한 도전이었나? 외모를 내세운 섹시미로 인기를 얻어 받은 가수왕이다. 그렇다면 비난해야 할까? 그럼 이효리는 정정당당하게 노래만으로 승부를 하고 춤이나 섹시미는 드러내지 않았어야 정정당당했던 것일까? 그렇게 해서 인기가 떨어져도 이효리는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남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똑같이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미남과 평범남은 대우가 틀리다. 잘생긴 외모를 이용해 가수로서 인기를 얻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것일까? 어쨌든 그것도 자신에게 유리한 요소이니 십분 활용해야 하는 걸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그 수단과 방법은 남에게 해를 입히거나 불법적인 일들은 아니었다. 다만 실력만으로 진검승부를 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호소하여, 인맥을 동원하여, 약간의 과장과 광고를 통해 이루어낸 것들이었다.
이러한 행동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 미련하고 게으르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것이었을까.

돌이켜보면 나는 남과 경쟁을 한 적이 별로 없다.
대학입시가 경쟁이었겠지만 남과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의대생활이나 의사고시도 마찬가지였다. 남보다 잘하느냐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잘 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했다. 남을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만한 상황에는 노출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런 '성공을 위한 악바리근성'과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이 불편하다. 내가 아직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이 너무 약삭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효리가 섹시함을 드러내지 않고 얼굴 없는 가수로서 음악성만으로 도전을 했더라면 그것은 박수 받을 일이었을까? 음악성은 떨어지더라도 비주얼로라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자신도 인기를 얻고 가수상까지 받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을까.

글을 쓰다 보니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 한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옳은 것 같기도 한데...... 과연 옳은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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