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병원홍보팀 직원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제가 아는 기자분이 아버님이 암으로 S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는데요..."

"네.(어쩌라고? 울병원도 아니고. 뭘 원하는 건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권유받았다고 하는데 70세가 넘어서도 해야 하는 건지 알고 싶다고 해서..."

"그쪽 선생님과 상의하셔야죠."

"아 상담은 하셨다고 하는데 다른 전문의 선생님 의견도 듣고 싶다고 부탁을 해오네요..."

소위 second opinion을 원하는 건데, 병원직원이나 가족이 아는 사람에게 부탁받아서 물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물어보는 사람이 기자라니 짜증이 확 났다. 기자와 홍보팀직원.. 그냥 정말 친구사이일수도 있겠지만 십중팔구는 갑과 을의 관계 아닌가. 게다가 second opinion, 말은 쉬워도 보통 환자들은 이전 치료받던 병원에서 소견서와 의무기록을 바리바리 복사해 와서 겨우 몇 분 동안 듣고 가는 것이 '다른 전문의의 의견' 아니던가. 그런데 고매하신 기자님은 전화 한통으로 뚝딱 해치우는구나. 참 편하다.

원래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별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데, 게다가 어제 ㅈ 일보의 사설에 실린 "의사는 말하는 법부터 배워라"라는 글을 읽고는 기분이 팍 상했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5787084


의사의 communication skill및 환자에 대해 공감하는 자세,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항상 진료를 보며 느끼는 것이므로 글만 보면 틀린 구석은 없다. 그러나 그걸 기자라는 사람들, 언론인이라는 사람들에게 듣자니 좀 적반하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성언론의 왜곡과 축소보도가 판을 치는 마당에 본인들도 제대로 기사 쓰는 법부터 배우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사소한 것이더라도 취재원에게 권력행사하려고 하지 말아라.

second opinion이 필요하면 의무기록 복사하고 소견서 받아와서 진료예약하고 들어라. 대부분은 다른 병원에서 오는 환자는 귀찮게 마련이지만 난 그 절박한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니까 (적어도 당신들에게 말하는 법을 배우라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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