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12.6 금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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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드시고 진료받으러 오시는 어르신
OOO할아버지. 오늘 만취 상태에서 항상 아픈 다리가 아프시다고 내원하셨다. 만성 신경통으로 진통제를 간간히 복용하시던 분이다.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 못하시는 상태였는데, 고암을 지르며 진료실로 들어왔다. 술드신 상태에서 진통제 계통의 약물은 상호작용으로 간독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술깨고 내원하시라고 말씀드렸다.

내가 있는 면소재지에는 의원이 있다. 일전에 시골보건지소를 소개하면서 잠깐 언급 한 적 있으나, 보건지소 및 진료소는 의료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에 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는 만성질환을 관리 진료하도록 설치한 것이다.

이 환자분이 술에 취해 앞뒤에 맞지 않는 고함을 지르며 지소를 나갔지만, 그 중에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이 앞 의원에 가면 천원이면 진료 볼 수 있는데, 여긴 공짜인데 왜 환자를 뺐기느냐. 니들이 나랏돈 받고 일하면서 환자를 뺐기면 안되는거다. 사람들이 여기 약은 안듣는다더라. 천원 받고 거기 의원가면 낫는다더라."

무척 기분이 언잖았다. 나름 뜻한바 있어 진료시간 어기지 않고 모든 환자 신체 검사와 복용 약물등을 고려하여 최선의 진료를 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그러한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

결국 주사를 주느냐 주지 않느냐, 약의 갯수가 많느냐 많지 않느냐가 이 곳에서의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쉽다.

"할아버지, 제가 의사면허를 걸고 진료하면서 진료에 부실함이 있다면 얼마든지 정식으로 항의하십시요. 할아버지는 제가 드린 약으로 낫지 않으셨단 말인가요?"

하고 싶은 말을 뱉았지만, 이미 만취 상태인 것을 나중에 기억이나 하실까. 술깨시고 다시 오라고 말씀 드렸지만 다시 오실런지 모르겠다. 지소 앞 마당에서 장날 사람들에게 고래 고래 고함을 지르다가 갔으니 말이다.

보건지소가 같은 지역에 있는 의원과 경쟁을 하라고 한다. 보건지소의 역할이 병원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료라는 부분에 있어 중복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의원이 없어서 만든 지소 진료소인데 의원이 생긴 후 오히려 공짜 약으로 의원이 살아 남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할아버지.. 씁쓸했다.

많은 국민들이 재정 자립도가 낮은 농어촌을 위해 세금을 내고 있고, 건강한 사람들이 1년 내내 병원 한 번 안가지만 내는 국민보험금, 그 돈으로 공짜로 약을 주고 있는데 아시고 하시는 말씀인가.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겠다고 의원이 들어섰다면 과감하게 의원이 들어오는 곳에 진료소 및 지소는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만성 질환과 방문 진료 환자만 국가 기관이 보건소를 통해 관리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지방자치제에서는 이러한 목소리를 내는 주민이 있는한 지소와 진료소의 폐지는 어려울 것이다. 지자체가 하기 어려운 일은 중앙 정부에서 해결해야하는데 어떤 계획이 있는지 모르겠다.

의학대학원 설립과 여성의사의 비율이 50%를 넘게되어 공중보건의사 배출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보건 복지부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국민연금때문에 이런 사소한 일은 신경쓸 틈이 없겠지만, 대책이 시급하다. 나와 내 가족이 내는 세금과 보험금이 필요없는 곳에 쓰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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