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오는 전화만 2~3백통, 그중에서 부재중 혹은 캐치콜 전화가 50여 통. 달마다 한 번씩 벨소리를 바꿨지만 이제는 음악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때 즈음 혜성처럼 나타나 나를 구원해준 것이 바로 카카오톡. 이제 백만 시대로 접어든 스마트폰 열풍만큼이나 원내에서도 스카트폰 유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한 기능을 100분에 1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이용자들이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2010년 말부터 아이폰을 사용했고, 현재 3G와 4G 아이폰 두 대를 운용하고 있는 나 역시 통화나 문자, 웹서핑 외에는 직장이나 생활 속에서 스마트폰을 그다지 요긴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 초 친구를 통해서 카카오톡이라는 독특한 앱을 접할 수 있었고, 지금은 카카오톡이 없이는 병원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병동 상황이나 환자 상태에 대하여 보고를 받으면 전화 콜을 상당수 줄일 수 있고 부재중이나 캐치콜 등을 통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실시간 대화내용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환자의 진단 및 치료에 있어서 차트와는 또 다른 의미 있는 기록물로 활용 가능하다.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고, 대화창 속에서 벌어지는 토의, 토론을 통해 환자의 치료방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전에는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수많은 콜 때문에 보고를 받고도 잊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여 환자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이 방치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는데, 카카오톡을 활용하고 나서는 이러한 문제들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카카오톡 보고가 활성화 되면서 지겨운 벨소리를 이전처럼 자주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10대 후반과 20대를 핸드폰과 함께 살아온 엄지족인 나에게 카카오톡을 활용한 환자 보고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1년차의 부재로 업무가 잔뜩 늘어난 요즘, 카카오톡 덕분에 근근이 버텨나가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유저끼리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노티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일반 핸드폰을 이용하는 간호사들의 스마트폰 구매욕이 하늘을 뚫을 정도다. 병동 노티뿐만 아니라 전공의 간에도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환자 협진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고, 때로는 교수님께도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응급 환자의 사진을 전송하고 상태를 보고하기도 한다. 여튼 카카오톡 덕분에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삐삐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며 뛰어다니던 선배들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우리는 참 좋은 세상을 살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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