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9 응급의료전화의 탁상 행정 때문에 응급의료정책 및 응급실에 대하여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은.... 지금 같이 단순히 수백억의 국민 세금을 응급실에 때려 부어봐야 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하 전문가가 아니면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참고하시기를...
 
응급의료기관의 평가기준은 응급실의 응급의학과 및 응급실 상주 의사(전공의 포함)의 능력은 평가 대상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아덴만의 영웅, 이국종 교수를 예를 들어 살펴보면...

응급실에 총 맞고 온 환자가 왔을 때, 응급실의 대처 능력은 평가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내과의사와 외과의사가 얼마나 집에서 병원에 빨리 왔느냐가 거의 모든 평가 기준이다.
 
그렇다면, 응급의학과는 왜 존재하는가?
 
응급실에는 전화 받거나 간단한 조치만 하는 간호사와 인턴선생님만 있으면 되고, 응급내과, 응급외과, 응급외상외과에 지원을 하고 응급실에 상주시키거나 병원 근처에 살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평가기준이라고는 장비와 시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숫자만 평가 대상이니...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뽑아'만' 놓으면 된다. 이런 체계에서는 응급의학과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교통정리 말고는 할 일이 없다. 그리고 레지던트 수련을 해도 배울 것도 별로 없다.

외과 및 흉부외과 취직자리 없는 문제도 해결하고, 환자들이 응급외상질환을 빨리 치료받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선진국처럼...

외과전문의가 일정정도의 교육과 시험을 통과하면 '응급외상', '응급외과' 전문의 자격을 주도록 하고, 응급의료기관의 요건 및 평가기준에서도 응급외과를 인정하도록 기본적인 시스템부터 개선해야한다고 본다.

그러면, 응급실에 오는 응급외상환자의 응급조치 및 응급수술을 즉시 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내시경 또한 할 수 있도록 수련을 시켜야한다. 이게 정말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고, 병원들도 이중투자를 줄일 수 있으며, 인력난도 해소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과전문의도 일정기간 교육이나 시험을 보고 응급내과학 전문의를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응급의학 및 응급의료의 수준을 훨씬 높이는 길이다.

기존의 응급의학과학회 및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의 자존심에는 상처를 주는 말일 수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몇 번을 생각하다가 블로그에 올린다.
 
우리 모두 밥그릇을 생각안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것이 환자를 위하는 길이며, 어떤 것이 한국의료, 후배의사들을 위한 길이지 대승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응급의료체계가 망가진 것은 응급의료수가를 정당하게 올리기 보다는 복지부공무원들에게 휘둘리고 결탁하여... 정부예산으로 적자분을 메우려는 꼼수를 부린 학회와 병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시스템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이런 단물과 떡값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외과학회, 흉부외과학회, 내과학회 등등 여러 학회들의 집행부인 원로선생님들은 실제로 바닥(응급실 등)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응급의학회는 복지부와 강력하게 붙어서 정책을 입안해왔다. 10여 년 동안 이렇게 응급의학회와 복지부가 co-work을 해온 결과가 무엇인가??? 응급의료기관의 평가기준이 응급의학전문의 고용수로 취직자리 늘리기와 엉뚱하게도 외과의사 전화 빨리 받게 하기 말고는 뭐란 말인가? 거기에 응급의학과는 여전히 비인기과이며, 이는 월급의 문제가 아니라 수련과정이 빈약하고 이후에 여러 과와의 마찰로 자기정체성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내가 구체적인 정책이나 수련방안을 낼 입장은 아니지만...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응급외과, 응급흉부외과 전문의제도를 신설하고, 응급외과 등은 외과 수련 3년 + 응급실 1~2년 상주수련으로 만든다면, 인력난 및 제대로 된 수련, 제대로 된 환자치료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건 내과도 마찬가지이다. 응급실 1~2년 수련의 체계는 레지던트가 아니라, 전임의 수련체계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의료계의 후배들의 노동력을 우리 선배들이 어디까지 빨아갈 것인가? 병원들이 낮은 의료수가를 핑계로 언제까지 젊은 의사들의 노동력을 무한 착취하도록 둘 것인가? 특히나 지방이나 중소병원들은 더욱더 제대로 된 의사를 구하기 힘들어진다. 이런 것을 다소나마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특히 비인기과인 외과 및 응급의학과의 생존을 위해서도 복수면허 및 추가 수련(전공의 또는 전임의) 제도의 도입을 학회들이 나서서 고민하고 협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신 :
지난달에 보건복지부의 1339전화의 닭짓 행정 및 횡포에 관련하여 각 학회의 대표들을 모시고 회의를 했었다. 외과학회에는 이국종교수가 나왔으며, 10여개 과의 대표자 및 병원협회 등에서 참석하였다. 이국종교수는 복지부 공무원의 이런 행태를 심각하게 혐오하면서도, 어차피 한국의 외과 및 응급외과, 응급의료체계는 망했으니.. 십년 이상 국민들이 죽어나가면 혹시 정부에서 정신을 차리지는 않을까란 회의적인 이야기까지 나왔다. 정말 좋은 의사이지만,  응급 및 중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의 현실과 이들이 보는 한국의료의 실상이 어떠한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이국종교수 왈, 아니 수술장이 없고, 중환자실 침대가 없는데 공무원이 밤에 전화해서 병원에 언제 나올 수 있느냐는 확인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환자에게 어떤 도움이 된다는 겁니까?)

[관련글]
응급의료쳬계를 망치는 1339의 탁상행정
따르르릉~“당직이시죠?” “네” … 뚜~

그런데.. 회의에서 응급의학과의 대표로 나온 교수님의 발언과 사고방식에 크게 놀랬다.
'외과나 내과 전공의들이 전화를 잘 안 받는데, 1339나 복지부에서 전화를 대신 해주면 우린 좋아요.'
이런 발언을 대학병원의 교수로서, 수련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지 의심스러웠다.
개별 병원의 질 관리가 안 되는 문제를 정부에게 위임한다는 생각은 '우리 애가 아침에 늦잠을 자니, 경찰이 확인하고 벌금을 때려주세요.'하는 격이다. 의사이기도 하지만, 대학의 선생이고,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의 발상으로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후 여러 가지 응급실이 돌아가는 것과 응급의학과 및 응급의료행정체계들을 살펴보면 든 생각이다. 그리고 솔까말... 더 심한 이야기나 팩트로 쓸 수 있지만, 나름 참는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의료계의 선배들, 기자들, 의료체계를 세우는 공무원들은 정말 어느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시스템이며, 결국 국민을 위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인지를 고민하고 세워나가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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