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다양한 나라들이 모여 있는 만큼 의약품의 분류에도 다양한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유럽연합의 의약품 시장의 56%를 차지하는 프랑스(56억 유로)와 독일(53억 유로), 그리고 영국(34억 유로)이 유럽의 비처방 약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프랑스의 경우 의약품을 특별처방약, 처방약 list 1, 처방약 list 2, 비처방약의 4분류로 나누고 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처방약도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거기에 비해서 독일과 영국처럼 처방약, 약국약, 자유판매약의 3분류를 실시하고, 처방이나 전문 의료인의 상담이 필요 없는 자유판매약을 일반 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의외로 일본과 비슷한 형태로서 처방약과 약사 판매약, 약국직원 판매약, 자유 판매약의 네 가지로 나뉘어서 자유판매 의약품만 일반 마켓이나 편의점 등지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물론 유럽연합 각각의 나라마다 처방약과 비처방약의 기준이 각각 다른 만큼 비슷한 분류를 택하고 있는 영국과 독일(그리고 다른 나라들)이라도 아래의 표처럼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요 몇 년간 꾸준히 처방약에서 비처방약으로의 전환(Switch OTC)가 일어나면서 경제의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비처방약 시장의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비처방약으로 전환된 Alli같은 체중조절약품이라던가, Viagra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 금연용 니코틴 패치 등의 판매가 급증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반대로 2009년에 어린이용 기침/감기약들이 비처방(OTC)약에서 약사를 통해 구입해야 하는 BTC(Behind the counter) 약품으로 전환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높은 감기약 시장이 위축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으로는 영국의 보건복지부에서 의사가 비처방 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고려중이라고 하는 점입니다. 한국의 의료분업을 생각하면 알 수 있듯, 논란의 여지가 높습니다만 정부의 의료비 지출 감소와 환자의 편의를 위해서 약국이 없는 지역의 의사에게 한정적으로 부여하자는 건의가 있다 해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게다가 의료개혁으로 시끄러운 만큼 이쪽은 더 지켜봐야할 듯해요.

한국과 인접한 일본의 경우 한국이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처방약과 비처방약의 2분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은 비처방약을 각각의 위험성에 따라 3분류로 다시 나눠서 위험도가 높은 1류를 약사를 통해 구입하도록 하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2, 3류 의약품의 마켓,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Switch OTC라는 처방약에서 비처방약으로의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오랜 판매를 통해 안정성이 검증된 약품들을 비처방약으로 전환함으로서 시장의 확장과 정부 지출의 감소, 소비자들의 편의성 증대를 노리고 있는 중입니다. 매년 몇 가지 약들이 비처방약에서 처방약으로 전환되기도 하지만, 많은 약들이 비처방약으로 분류되어서 편의점 판매가 허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번 이야기]
비처방 일반 의약품을 둘러싼 이야기 1. OTC란?
일반 의약품의 수퍼 판매 사례 2. 미국의 경우

p.s. 일반의약품 슈퍼판매가 시작됐다고 생각했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일반의약품이 아니라 의약외품이더군요. 휴우. 아직 몇 편 남았는데 벌써 일이 다 끝난 줄 알았지 뭐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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