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병원 타과 교수님.
우리병원 트레이닝 출신의 누구랑 어떤 관계가 있는 누구의 부인인데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으셨다 한다.

지금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 거야?
c-erb 라는 걸 유전자 검사한다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그 검사 꼭 해야 하는 거야?
그거 해서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거랑 항암치료랑 관계가 있는 거야?

설명을 드렸는데
영 이해 못하시겠다는 눈치다.
환자가 누군지, 수술 후 상태가 어떤지 정보를 모르고 대답을 한다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관련 되시는 당사자분이 직접 전화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핸드폰 번호를 알려드렸다.

그래 고마워. 근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유방암은 뭐가 그렇게 복잡해?

누군가에게 청탁 전화가 왔다.
치아 뿌리가 어떻고 저떻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치과의사도 아닌데 임플란트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치주과를 가야하는지 보철과를 가야하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치과 가보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냥 아는 후배가 있는 치주과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후배에게 부탁했다. 문제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네가 알아서 좀 잘 봐드리고, 해당되는 과로 연결 좀 시켜주라고...

의사도 자기 전공이 아니면
무식하고 비전문적이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기 몸 증상도 제대로 해석할 줄 모른다.
의사라며 쪼금 아는 척 하면서 검사도 제때, 제대로 안하는 주제에 괜히 스트레스 핑계를 댄다.
이 병은 어떻게 치료하고 어떤 코스로 진행되고 회복되는지 전혀 감이 없다.
다만 의사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으려면 누구에게 물어보는 게 좋은지 안다는 점에서 일반인보다 쪼금 낫다.

종양에 대해서는
유방암에 대해서는
나도 멋진 전문가가 되어야지.
그리고 환자들이 엄한 질문하고, 엄한 요청해도,
전문가답게 잘 설명해주고 이해시켜 드려야지.

잘 모르는 다른 분야의 병에 대해
비전문가가 되어, 환자랑 똑같은 입장에서
당황하고 땀 흘리고 무식하게 질문해서 혼나면서 설명을 듣고 보니
환자들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무식하다고 욕해도
난 물어볼 거 다 물어봤다. 끈질기게.

ㅋㅋ 우리 환자들도 외래 밖에서 다른 환자들 많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꼭 끝까지 다 물어보고 말할 거 다 하고 나가는 환자들이 있다. 그 생각이 났다.
ㅋㅋ 이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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