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희 아버지는 당뇨병이 있으셨습니다. 무려 40대 중반의 나이에 뇌수술을 받으시다가 당뇨병의 급성합병증으로 유명을 달리 하셨지요. 고모님도 당뇨병. 그러니 저는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마른 체구에다 일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녀서 그런지 살도 찌지 않고 당뇨병의 발현은 남의 일처럼 여겨졌지요.

그런데 수년전부터 공복혈당이 조금씩 움직입니다. 공복혈당은 100 mg/dl 미만이 정상인데 저는 그 공복혈당이 105-115정도를 왔다갔다...(126mg/dl 이상이 두 번 연속으로 나오면 당뇨병으로 진단됩니다.) 이 상태는 내당장애라고 하지요. 당뇨병이지는 않지만 당뇨병으로 이환되기 쉬운 단계. 뭐 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습니다. 별로 변화도 없고 말이지요.

작년에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개원준비에 들어가고, 개원을 하고...바쁘게 일하는 가운데 운동을 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녁이면 조금씩 술도 한잔씩 하고 말이지요. 뱃살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어느 날, 체중계를 보면서 깜짝 놀란 일도 있습니다. 64kg 정도를 살짝 웃돌던 체중이 어느 순간 67kg 을 넘기고 있던 것이었지요. 이제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생활패턴이 금방 바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금년 3월...검사를 해 봤습니다. 3월에 요로결석으로 입원했을 때의 검사결과가 좀 찝찝했던 탓이었지요. 결과는..

2011.3.14 : 공복혈당 116, 당화혈색소 6.9%, 총콜레스테롤 232, 중성지방 279, 고밀도콜레스테롤 45, 저밀도 콜레스테롤 121

이었습니다. 공복혈당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당화혈색소가 6.9% 라니! 미치고 팔짝 뛰겠네! 당화혈색소란 것은 검사를 한 시점에서 약 2-4개월간의 평균혈당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정상은 6% 미만 6.5% 이상은 당뇨병으로 진단하는 그런 검사입니다. 그런데 이게...무려 6.9%라니. 일단은 이제 당뇨 약을 먹어야 하는 시점인 것입니다. 그런데...약만 먹어서 될 일인가. 거의 1년 이상을 운동도 안 하고 저녁마다 홀짝홀짝 술 마시고 내가 봐도 1년 사이 배가 엄청나게 나왔는데 말이지. 이거..일단 식이조절과 운동부터 해 봐야겠다.

그런데 역시 운동을 할 시간은 없습니다. 그래도 일단 술이라도 끊어봐야 했습니다. 평일에 마시는 술은 금지. 일주일에 토요일에만 저녁 먹을 때 술 한 잔 하는 것으로 제한했습니다. 음식도 조금씩 먹으려고 노력했고요.
다시 두 달 후 검사.

2011.5.14: 공복혈당 111, 당화혈색소 6.4%, 총콜레스테롤 237, 중성지방 114, 고밀도콜레스테롤 56, 저밀도 콜레스테롤 158

흐미...당화혈색소가 그래도 0.5% 감소했습니다. 간신히 당뇨병을 벗어난 상태. 그렇지만 아직은 정상범위가 아니군요. 그래도 술을 적게 마시면서 중성지방이 현저히 감소된 게 보입니다. 문제는 좋지 않은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증가했다는 것. 운동을 하지 않은 식이조절로만은 분명히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자...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은 없고 고민 끝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6월6일부터 여의도를 한 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고수부지가 강물이 불어서 잠긴 이후부터 요즘에는 여의도공원에서 걷습니다. 하루 7.5km -8km 를 빠른 걸음으로. 오늘 같은 경우에는 7.5km를 1시간 10분에 걸었네요. 가능하면 매일 걸으려고 하지만 불가피하게 빠지는 날이 있어 1주일에 평균 5일을 걷는 셈입니다. 시간이 따로 없어 밤 9시-9시40분쯤에 나가는 날이 많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우비입고 나갔습니다. 그렇게 40여일을 걸은 다음 검사를 했지요.

2011.7.16: 공복혈당 112, 당화혈색소 5.8%, 총콜레스테롤 190, 중성지방 115, 고밀도콜레스테롤 48, 저밀도 콜레스테롤 119

엄청 좋아진 것이 느껴지시나요? 당화혈색소는 완전 정상, 총 콜레스테롤과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같이 떨어졌지요.ㅎㅎㅎ 역시 운동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식이조절도 당연하구요.

이후...지금도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조절 잘 하고 있습니다. 체중은 처음과 비교해서 겨우 1.5kg쯤 빠졌을까 많이 빠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허리사이즈는 줄었네요. 지방이 빠진 것이겠지요.

다만..이렇게 노력해도 당화혈색소가 올라가면 당연히 저는 당뇨 약을 먹을 겁니다. 약을 먹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약을 먹더라도 식이조절과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당뇨조절이 잘 안 되는 법이라 그렇습니다. 그러니 늑대별도 당뇨약 먹지 않고 버티더라...하는 오해는 하지 않으시길...^^

자...이제 운동을 시작해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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