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진료부터는 이수현 선생님이 봐 주실 겁니다."

"왜요?"

"제가 2년 동안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수현 선생님, 아시죠? 작년 한 해 동안 저랑 같이 유방암 환자 진료를 해 오셨던 분이니
환자분도 잘 봐주실 거예요."

"선생님 다녀오시면 다시 선생님께 진료 볼 수 있는 거죠?"

"그럼요."

"그런데 제가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요?"

"..."


환자들이 손 선생님과의 마지막 진료 때 나누는 대화이다.

유방암 환자들은 특히나 주치의에 대한 의존성이 높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면 좋아진다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즉 유방암은 항암제 반응성이 좋은 편이라
한두 번의 항암치료만으로도 크기가 줄고, 폐전이로 인해 계속 고생하던 기침도 멈추는 등
증상이 호전되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의사선생님 처방이 명약이라고 믿는 정도가 다른 암종에 비해서 강하다.
손주혁 선생님은 특히나 여자 환자분들께 인기가 많으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

환자들은 지난 몇 년간 자신을 진료해주고,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을 낫게 해준 선생님이 미국 연수를 간다하니 여간 불안하지 않은가 보다.
손주혁 선생님이 몇 달에 걸쳐 서서히 나에게 인계해주셔서
안정적으로 환자 승계가 이루어졌다.
미리 환자의 상태, 과거력을 가지고 선생님과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차트에는, 검사에는 잘 나와 있지 않은 세세한 사항도 선생님과 미리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여유롭게 주신 셈이다.

이전 선생님만 못하겠지만
잘 해드려야겠다.
잘 낫게 해드려야겠다.
지금처럼 상태를 잘 유지하며 사실 수 있게 해드려야겠다.
환자들이 진료실을 나가며 던진 한마디가 참 마음 아프다.

'다시 선생님을 볼 수 있을까요?"

방안에는 순간 무거운 침묵의 공백이 자리 잡는다.
어색한 침묵의 순간을 선생님은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라며 얼버무리지만
바로 당신이 직접 4기 유방암의 평균 예후는 2년이라고 설명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게 생존해 온 환자들을 진료하고 계시지 않은가.
환자들은 마음 다 비웠다며, 평균 살 수 있는 것보다 더 살 수 있게 되었으니 후회 없다며, 의사선생님께 고맙다며 말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찌 정리한대로 머물러 있겠는가.

환자들 마음에 찬바람 불지 않게 잘 해야겠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