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 남자 환자분이 한 분 오셨습니다.
얼굴은 분명히  전에 다녔던 병원에서 오래 전부터 봤던 환자인데 누구인지 기억이 안 납니다. 누구시더라? 하는 질문에 이 분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담으면서 대답합니다.

 "저기...바깥에 붙어있는 사진이 제 사진인데요..^^"

잠시 무슨 얘기인가 하는 혼란이 생겼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대기실에 큰 대장용종을 제거하는 과정을 사진에 담아 게시한 것이 있는데 그 대장용종의 주인공이 이 분이신겁니다...^^

3년 전이었지요. 아무 증상 없이 종합검진을 하는데 부인이 "다른 사람들도 대장내시경 다 한다는데 당신도 이번에 해 봐.."라는 권유를 해서 대장내시경검사를 한 40대 초반의 남자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장에 거의 3cm 정도의 큰 용종이 있었고 그 즉시 제거를 했는데 그 용종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던...그렇지만 워낙 표면에만 있어서 더 이상의 시술은 필요하지 않았던 분이었습니다.

6개월 후 추적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고요. 당시에 목숨을 구해준 부인에게 큰 선물을 하셔야 되겠다는 제 얘기에 그러마...하고 대답을 하셨는데 6개월 후 여쭤봤더니 아직 선물을 못 해 줬다고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 그 분이었습니다.

저도 반가운 마음에 "아, 그 분이었군요? 못 알아봐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부인에게 선물을 하셨느냐고 또 물어봤는데 이제는 해 주셨다고 하시는군요...^^ 검사예약 하시고 가셨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는 이렇게 제가 잘 기억을 하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위암이나 대장암을 발견하고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분들 중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오셔서 제가 발견한 덕분에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신다는 환자분들을 만나면 정말 기분이 좋지요...^^

2. 10년 동안 궤양성대장염과 폐결핵으로 치료를 했고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치료도 같이 받으셨던 분이 대장내시경검사를 예약하셨더랬습니다. 정신과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분들의 진료는 항상 힘겹습니다. 증상이 워낙 많다보니 짧은 진료시간에 그 분들의 증상을 들어주고 답변하기가 여간 벅찬 것이 아니거든요. 이 분은 그래도 이제 많이 좋아지셔서 약도 안 드시고 지내십니다. 그런데...예약이 한참 밀려있는 토요일에 예약을 하시고는 당일 갑자기 검사를 못 하시겠다고 펑크를 내시네요. 처음 오신 분도 아니고 아실만한 분이 이렇게 갑자기 펑크를 내시다니..실망입니다.

3. 15년 동안 저한테 다니시던 환자분이 아침 첫 환자분이었는데..밤새 술을 드시고 오셨네요. 저도 술을 마시지만 진료실에서 술을 마신 분의 횡설수설을 듣고 있자니..힘이 듭니다. 좋게 좋게 달래서 보내드렸지만...에휴..이제는 술 취해서 병원을 찾지는 않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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