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엄마.
처음 진단받았을 무렵 그녀의 병은 아주 험했다.
양쪽 유방과 간 그리고...
올 초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병이 깊어서 그랬는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피로함과 피곤함으로 환자가 힘들어 했었다.
그리고 병을 진단받고 놀라서, 병에 질려서, 착한 그녀와 그녀 남편은 나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못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고도 나는 그녀를 집에 보낼 수 없었다.
치료 후 간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위험해질 것 같아서
며칠 더 경과 관찰하여 괜찮은지 보고 퇴원을 시킬 정도였다.
그리고 매주 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였다.
용량을 적게, 자주 맞는 게 그녀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일 것 같았다.
다행히!!!
빠른 속도로 병이 좋아지고 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계속.
그녀는 퇴원 후 매일같이 내가 준 수첩에 매일의 일상을 잘 적어오고 있다.
아이 유치원 보내는 거, 자기 피곤한 거, 두렵지만 직장에 복귀한 거, 직장에서 회식한 거....
그리고 수첩에는 악기 얘기도 적혀 있었다.
도레미 소리도 낼 줄 모르는 플륫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
그녀가 5주기 치료 중 플륫을 빌려서 외래에 오셨다.
그리고 칠갑산을 연주하였다.
난 정말 감동했고
마음껏 축하해주고 싶었지만 냉정하게 말했다.
"연습 더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음이 연결되지 않잖아요!" 라며 썰렁하게!
그리고 새로 주문했다.
6개월 뒤에는 악보보지 말고 유려하게 흐르는 멜로디로 음악을 들려달라고.
손발도 저리고 항암제 부작용으로 몸도 붓고 해서 호흡을 조절하기도, 손놀림을 하기도 용이하지는 않았을 텐데, 난 그걸 알면서도 그녀에게 더 높은 목표를 던지고 싶었다.
그녀의 수첩은 이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먹는 거, 운동하는 거, 몸 상태에 대한 기록은 점점 줄어들고
유치원 다니는 아이 고민, 남편이랑 싸운 거, 회사생활....
그녀가 삶을 치열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사실 내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탁솔이랑 허셉틴이 도와주고 있다.
빌어먹게도 독한 항암제가 그녀를 다시 살리고 있다.
아직 우리는 언제까지 치료해야 하나요? 그런 얘기는 하지 않고 있다.
그냥 감사히,
점점 좋아지는 지금의 상태에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