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아이를 대화에 참여시킬 것
소아과 의사인 Barney Softness가 Ms. Parker-Pope의 건강 블로그(NYT : WELL)에 자신이 생각하는 보호자들의 실수를 기고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수란, 부모가 아이들에게 본의 아니게 신뢰를 잃게 되는 실수를 말합니다.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우리와는 다소 다른 문화와 환경이기에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쉽게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선생님 주사 안아프죠?"라는 말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안아픈 주사란 없는데, 부모들은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아프지 않다'라는 것을 의사에게 동의를 구한다는 것입니다. 음... 사실 저도 애를 키우는 입장이자 의사입니다만, 이러한 거짓말을 너무나 쉽게 합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Dr. Softness (이름이 부드럽네요)의 이야기에 좀 찔렸습니다.





부드러운 의사(Dr. Softness가 실명입니다)가 말하는 실수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얼마나 공감가는지 한번 봐보세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마시고요.



1.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 것



주사 바늘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주사 맞지 않을 거야'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로는 의사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죠. '부드러운 선생님 (Dr. softness), 오늘은 주사 안맞지요? 그죠?'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부모도 있는데, 진찰 전이라서 채혈이 필요한지, 또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조차 모르는 사이에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게 되버리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와의 약속은 가볍게 어겨버리게 되죠. 필요하면 주사나 채혈을 하게되는데, 이로써 부모와 의사 모두는 아이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차라리 진료실을 두려워하면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장난감등을 가져와서 대기실에서 놀게하는 것이 낫겠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2. 아이를 속이지 말 것


병원에 오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오늘은 엄마가 진료받을꺼야' 라는 거짓말을 하거나 '오늘은 형이 진료받을 거야'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본인이 진찰 대상이 되게되면 자지러지게 놀라게 되겠지요. 속아서 진료실에 들어오게되는 순간 공포는 배가 됩니다. 아프지 않는 귀검사나 청진만으로도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게되고, 더 안타까운 것은 아이가 부모와 의사를 신뢰해서는 안될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죠.



3.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제 집사람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나쁜 아저씨가 잡아간다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합니다. 주로 이 나쁜 아저씨의 역할은 죄없는 경비실 직원, 또는 택배 아저씨가 됩니다. 병원에서도 그렇지요. 가끔 말안듣는 아이들에게 어머니들이 '선생님이 이놈하고 주사 놓는다'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합니다. 또는 반대로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니까 우리 개똥이 안아프게 해주실꺼야'라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의사나 간호사를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표현하며 안심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때로 어쩔 수 없이 주사나, 기타 검사로 아프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통증과 좋은 사람의 이미지는 상당히 상충되어서 오히려 병원을 더 두려워하게 되고 의료진이 하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고 Dr. softness는 이야기합니다. 의료진은 아이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만 아이는 의료진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을 하지 않게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아이에게 의료진을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란 표현 보다는 '아픈 것을 낫게하려고 우리 개똥이 도와주시려는 거야'라는 표현이 더 낫다는 거죠.



4. 사탕발림을 너무 많이 하지 말 것


이 것,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달래고 어르는 일에 익숙한 저로써는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 청진하거나 체온을 제거나, 다른 검사를 할 때 '이거 안아픈 거야'라는 표현을 넘어 '재미있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말을 배우게 되고 정말 놀이터에서 놀게 될때, 정말 재미있는 일과 진료실에서 재미있는 일과의 차이에 혼돈이 올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로써는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하나..란 생각도 들었던 부분입니다.



5. 부모가 생각하는 진단명을 의사에게 먼저 꺼내지 마세요.


소아 내분비 전문의인 Dr. softness는 보호자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당뇨는 아니에요'라고 자신의 기준으로 질병을 제외(Rule out)하는 경우에 매우 당혹스럽다고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웹사이트나 기타 커뮤니티에서 증상등을 대입하여 나름대로의 '진단'을 내린 경우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의사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증상만 가지고 진단명을 가정하기란 불완전하기 때문에 의사들의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내린 진단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면 의사 진단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OO병 같아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그렇게 의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대화가 중요합니다.



6. 빨리 해달라는 말 하지 마세요.



사실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이런 상황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진료시간이 길지 않으니 말입니다. 특히 소아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가끔 진료는 거부하며 원하는 약만 빨리 처방해달라고 하시는 성인 환자분들은 종종 있지만요.


진료시간이 긴 미국의 경우에도 그런 요구를 하는 환자가 있나봅니다. 형제를 데려와서 둘다 진료를 받는 경우, 다른 한 아이가 기다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빨리 빨리 해주세요'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안그랬으면 좋겠다네요.



7. 아이를 대화에 참여시킬 것


가끔 진료가 끝나고 나서 환자인 아이는 밖으로 내보내고 보호자가 의사와 상담을 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아이가 공부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 '아이가 자위행위를 하는 것 같다', '아이가 학교에서 집중을 못한다.', '밤에 오줌을 자주 싼다.', '부모들이 사실 별거중이다', '갑자기 아이 체중이 늘었다' 등등


아이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라면 자리를 피하도록 하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Dr. softness는 아이들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둘러 이야기하다가 아이가 나가고 나서야 진지한 대화가 오고 가는 상황을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는 것 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대화를 참석시켜 놓으면 딴짓을 하는 것 같고 아이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귀담아 듣는 것 같지 않지만 아이들도 대화를 듣고 있고 때로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아이에게 정말 중요한 부분을 전문가와 상담할 때에 아이가 참석하는 것이 아이에게 오히려 안심을 줄 수 있고 부정적인 면 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든 부분이 다 옳은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이를 가지신 부모님들은 혹시 이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7번의 항목에 대해서 어렸을 때 경험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나를 빼놓고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죠. 제가 나쁜 병에 걸렸구나라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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