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및 예방법

항암치료 중에는 장운동이 비정상적이라
같은 약을 써도 누구는 변비, 누구는 설사가 생길 수 있다.
만성변비로 인해 그 고통을 아는 나로서는
환자들의 변비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변비방지의 중요성에 대해 과도하게 설명하는 편이다)

사소하게는
배에 똥이 많이 차있으면 속이 더부룩해서 식욕도 안생기고
조금만 수틀려도 구역감이 느껴지기 쉽기 때문에 변을 빨랑빨랑 빼주는 게 좋다.
심하게는 통증이 동반되고 통증에 동반되기 마련인 탈수 때문에 똥이 토끼 똥으로 변해
잘 배출되지도 않는다. 힘주고 애써 봐도 헛발질. 그것이 몇 번 반복되면 탈진으로 이어진다. 아주 이상한 느낌이 온다. 곧 나올 것 같은데 나오지 않으면서 몸의 톤이 이상하게 변한다. 그건 경험해본 사람만이 안다.

대처 및 예방법
물을 많이 먹으면 당연히 좋다.
그러나 항암치료 기간에는 물이 잘 안 먹힌다. 물만 먹어도 토할 것 같은 순간도 많다.
그러면 수액을 맞는 게 도움이 된다.
과일이나 유제품을 먹는 것도 좋은데, 백혈구 수치가 너무 낮을 땐 이런 거 먹으면 탈 날수가 있다.
정규적으로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운동하는 게 좋은 거 누구나 알지만
그걸 제대로 할 힘이 없다.
그럴 땐 약을 먹는 게 좋겠다.
내가 처방하는 변비약은 다음과 같다.

1. 산화마그네슘 (MgO)
장점 : 습관성 없다. 저항성 안 생긴다. 위장장애 없다. 배도 안 아프다. 용량을 다소 증량해먹어도 부작용 걱정할거 없다. 부작용이 설사이니, 우리의 목표 아니던가. 다른 부작용 없고 몸에 해롭지 않다.
단점 : 일단 변비가 심하게 오면 별로 효과가 없다. 이것은 변비가 본격화되기 전에 예방적으로 먹어주는 게 좋다.

2. 듀파락 시럽
이 약은 반응하는 사람과 반응하지 않는 사람이 둘로 나뉜다.
반응하는 사람은 2-3시간 내에 배가 꾸룩꾸룩해지기 시작하더니 쫙 묽은 변이 나오면서 변비해결성공. 일단 성공하면 규칙적으로, 장기적으로 먹지 않아도 된다. 변비가 심할 때만 그때그때 먹으면 되는 것이다. 단 한방에 묵은 변비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한번에 20-30cc 정도 먹으면 된다.
반응하지 않는 사람은 하루 이틀 정도 삼시세끼를 먹어볼 수 있겠지만 방구만 나오고 똥은 안 나온다. 내가 이런 부류에 속한다. 그런 사람은 이약 소용없으니 접어야 한다. 시중에 나오는 유산균 요구르트에 이 성분이 들었는데, 야쿠르트만 먹어도 배변에 도움이 된다는 사람은 바로 이 성분 때문이다. 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요구르트 많이 먹고 살만 찐다.

장점 : 시럽이라 먹는 게 좀 편하다. 역시 습관성, 저항성 없다. 몸에 해로움 거의 주지 않는다.
단점 : 방구를 많이 뀐다. 너무 달다.

두파락 시럽과 비슷한 성분인데 오렌지 탱가루처럼 가루를 물에 타먹는 약도 있다. 씨트리락티톨 혹은 락티톨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는데, 비슷한 기전이다. 효과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이 나뉜다.


1,2는 사실 처방하는데 부담이 없다. 기본적인 장운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장을 무력화하지 않는다. 그런데 3번부터는 많이 먹고 습관성이 되면 다소 장이 무력해지는 경향이 있다. 3은 그래도 괜찮은 편인데, 4번은 습관적으로 먹으면 안 된다.

3. 아락실
저녁은 저녁 먹고 식후에 미지지근한 물과 함께, 다음날 아침은 아침 식전에 냉수 한 사발과 함께 2회 연속 복용하는 것이 아락실 복용의 정도이다.
장점 : 비교적 묵은 변비 해결에 좋다. 다소의 습관성이 생길 수 있지만 별로 심하지 않다.
단점 : 환약 형태로 되서 먹는 알갱이 숫자가 너무 많다. 그걸로 토할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저녁 아침 두 번 연속 먹었는데 효과 없으면 이 약도 나에게는 효과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 성적은 괜찮은 편이다.

4. 둘코락스
이 약은 꼭 밤에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거의 10-12시간 후에 배설에 성공하게 되는데 4-6시간 정도가 지나면서부터 속이 느글거리기 시작하면서 배가 아프기 때문에 아침이나 낮에 먹으면 큰일 난다. 밤에 9-10시 정도 먹으면 다음날 오전 중에 해결할 수 있다.
성공률은 비교적 높아서, 나도 변비 악화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마지막 선택으로 먹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2알을 한꺼번에 먹기도 하는데, 꽤 강한 약이다. 효과는 near 100%인 것 같다. 아주 오래돼서 꽉 막힌 경우만 아니면 성공할 수 있다.

장점 : 성공률이 높다.
단점 : 습관성으로 복용하면 장운동이 무기력해지므로 정기적으로 먹으면 안 좋다. 먹고 나서 10시간전후로 배가 매우 아프다. 구역질도 난다.

(둘로락스 좌약도 있는데, 이건은 정말 오래된 변비 때문에 항문에서 가까운 곳에 똥이 너무 오랫동안 쌓여있는 경우에 효과가 좋다. 슬기 낳고 나서 그리고 얼마 전 한번 넣어봤다. 기분이 정말 야리꾸리하다. 배속 장 가운데에 똥이 꽉 차있다면 좌약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럴 땐 입으로 먹어주는 게 좋다. 다만 우리 몸이라는 건 항문 쪽을 자극해서 변이 어느 정도 배출되고 나면, 반사작용으로 전 위장관이 운동하기 시작해서 가운데 배에 쌓여있는 똥들도 밀려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항문을 마사지하는 것도 효과가 아주 좋다. 자극이 되서 연동운동이 항진되어 장 위쪽에서 아래로 밀려 내려올 수 있다. 약 안 쓰고도 해결. 그러나 혼자 힘만으로는 어려워서 조력자-친한 관계-가 있는 게 좋다)

5. 피마자기름 (캐스터오일)
거의 인간이 먹을 지경이 아니다. 완전 왝 이다. 그래도 잔뜩 변비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주면 효험(!)을 보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너무 고생한 상태에서 이 기름을 먹기 때문에 약의 역함에 대해 별로 불평하지 않는다. 다만 성공하면 고마워할 뿐이다. 웬만해서는 주지 않지만, 불응성 변비에 시도해볼만한 기름이다.

6. 대장내시경용 콜라이트
대장내시경 하기 전날 먹는 콜라이트는 효과가 90% 이상이지만 너무 효과가 뛰어나서 해를 줄 수도 있다. 자주 처방하지는 않는다. 똥 때문에 입원해서 이 약 저 약 시도했는데도 안 되면 써본다. 별로 좋은 옵션은 아니다. 내 개인적으로는 출산보다 이 약 먹고 장 비우는 게 더 힘들었으니...

그러나 약이 아닌데도 주위에서 강력하게 변비해결제로 추천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플럼 말린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별로 효과를 못 봤다. 그러나 민간요법 계에서는 꽤 알려져 있는 레시피다. 과일 말린 것이니 별로 해로울 게 없다. 환자 나름으로 시도해볼만 하다. 나름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다시마 말린 것도 있다. 역시 난 도움을 못 봤다. 엄마는 다시마를 아주 맹신하시는 관계로 집에 다양한 지방의 다시마들이 봉지봉지 포장되어 있다. 엄마는 연속극 하나 보면서 한 봉지 다 먹으면 직빵이라고 하신다.

같은 약으로 부작용이 반대로
같은 약을 써도 효과도 가지가지
자기한테 딱 맞는 약을 한 번에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불편한 증상이 생겨서 한방에 해결되지 않아도 너무 원망마시고
나에게 잘 맞는 약을 찾을 때까지 1-2회의 시행착오를 각오하셨으면 좋겠다.

내가 시행착오 없이 환자의 불편한 문제를 해결한 경우
환자들은 내가 너무 고맙다며, 명의라며 선물을 준비해 오신다.
나도 변비니까, 이런 풀 한번 먹어봐라 이걸로 차 내려먹어봐라
오늘도 출처와 성분을 알 수 없는 뭔가를 말린 이파리들을 한 봉지 선물로 주고 가신 분이 계신다.
음...
이 글을 마치고 한번 내려 먹어볼 생각이다. 기대가 된다. 요즘 변비가 심하다. 오늘밤에는 둘코락스도 먹을 예정이다.
항암치료도 안하는데 변비가 심하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대장내시경 한번 해야겠다. 재작년의 그 흉측하게 생긴 폴립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야겠다. 내 변비의 원인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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